어제 스키의 리바운드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아직도 스키판의 휘어짐과 복원력이 리바운드를 만들어낸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경험에 의해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난하고 싶진 않다. 실제로 선수들 중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하지만 과학에는 취향이나 주관이 없다. 현상과 가설, 검증만이 있을 뿐. 현상을 더 잘 설명하는 가설이 더 공신력 있는 가설이다.

스키의 리바운드가 구심력인 이유는 스키의 탄성으로만 설명했을 때 생기는 모순을 잘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은 오늘 낮에 갤에 쭉 올라왔던 나는 ~~하던데 이건 스키판 탄성 아님? 하는 것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보겠다.


슬슬 피곤해하는 사람도 있고 나도 좀 피곤해서 이걸 마지막으로 리바운드떡밥은 이걸로 마무리하려 한다.

솔직히 아직도 이해못하는거 존나답답하긴 하다. 근데 나 스키 가르쳤던 강사도 똑같이 답답했을 거니까 나도 마지막으로 정리해봄


1. 아무리 그래도 스키판의 영향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조금은 리바운드에 도움을 줄 거 아냐


당연히 세상에 100%는 없다. 스키판의 탄성력도 리바운드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미미하기 때문에 스키판의 휘어짐과 복원력이 리바운드를 만든다는 말이 틀렸다는거다.

머리카락이 한 올 나있건 10가닥 나있건 똑같이 대머리라고 한다. 그런거다.

영향이 제로가 아니라고 틀린말이라고 하면 세상에 카빙턴을 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100% 카빙은 없으니까

스키판의 휘어짐과 복원력이 리바운드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2가지다.

첫 번째는 김현태 선수의 모습이다. 렌탈스키로도 잘만 날라다닌다. 감자스키 영상 참고

두 번째는 기니까 2번으로 따로 설명한다. 


2. 스키판을 밟아서 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니가 스키판에 가할 수 있는 힘은 너의 체중을 넘지 못한다. 

그럼 스키를 탈 때 느껴지는 강한 압력은 뭘까? 100번도 넘게 말한 구심력이다. 스키가 회전할 수 있게 만드는 베이스 방향에 수직인 힘이다.

니가 수직으로 서있으면 설면의 항력 방향도 하늘 방향이지만, 엣지각을 주면 설면의 항력 방향은 너의 안쪽 방향, 즉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이 힘은 베이스, 특히 락커 쪽을 밑에서 미는 힘이고, 위에서는 너의 체중이 캠버 정점을 누르고 있기 때문에 원래 휘어진 스키판은 평평하게 펴진다.


이게 스키를 밟는거다. 그럼 스키는 휘는거 맞잖아? 아쉽게도 스키는 무한히 휠 수 없다. 왜? 설면이 있으니까 당연하다

엣지각을 줄수록 스키를 더 휠 수 있는거 맞다. 근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 무슨 스키판을 휘어서 역캠버로 만드는거마냥 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게 가능하면 현대 카빙스키가 아니라 일자스키로도 숏카빙이 가능해야 한다. 눌러서 맘대로 휠 수 있으면 카빙이던 일자던 무슨상관이냐?


그게 불가능하기때문에 카빙스키는 사이드컷으로 휨을 만들 수 있게 하는거다. 스키를 옆으로 비스듬히 세운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락커쪽 엣지가 먼저 땅에 닿겠지? 그 상태에서 스키를 눌러서 휘면 바인딩 쪽 엣지도 땅에 닿을거다. 그게 스키가 휠 수 있는 한계다.

진짜 엣지각을 많이 줘서 한 80도정도 줘봐도 생각보다 별로 안눌린다. 스키 꺼내서 해보던가. 애초에 사이드컷 곡률이 되게 작아서 그렇다.


낮에 갤에 이런 글이 있더라. 스키 리바운드 모르는 사람은 스키를 제대로 못밟는거라고. 월드컵스키 제대로 밟으면 느낄 수 있다고.

사실 개나소나 스키를 밟는 거 자체는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스키를 꺼내서 위에 올라가보자. 스키는 휘어져서 바인딩쪽이 땅에 닿는다.

니가 데몬이건 a특공대건 그게 스키를 밟을 수 있는 한계다. 아니면 땅을 뚫어야한다.

물론 거기서 엣지각을 주면 더 휠 수 있다. 그래도 사람을 날릴 정도의 복원력을 만들 수는 없다.

앵귤레이션이랑 인클리네이션으로 평지에서 엣지각 주는 연습할 때 날아가거나 리바운드를 느끼지 않는다. 탄성력은 미미하니까

그럼 스키 휘는 걸 왜 강조할까? 스키의 휘어짐에 의해 회전반경은 크게 작아지기 때문이다.


만약에 사람이 위에 올라타도 캠버가 살아있는 비브라늄 스키가 있다면 스키 탄성력만으로 사람을 날릴 수 있다. 
난 그런 스키를 본 적이 없다.


한 가지 더, 만약 스키 복원력이 리바운드를 만든다면 리바운드가 느껴지는 지점은 폴라인이 되어야 한다.

가압도, 엣지각도, 스키의 휘어짐도 최대인 지점이 폴라인이니까. 하지만 리바운드는 전환구간에서 느껴진다.


여기에 반박하고 싶으면 간단하다. 선수들 영상 중에 스키가 최대로 휘어있는 사진을 가져와라. 

그리고 땅에 책 쌓아놓고 그만큼 스키를 휘어봐라. 그걸로 니를 날릴 수 있으면 내가 틀린거다.


3. 아니 그럼 월드컵이랑 렌탈이랑 차이가 없다고?


당연히 차이가 있다. 리바운드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리바운드를 받아내는 능력에서.

리바운드는 백번 말한것처럼 구심력이 만든다. 그 구심력에 반응하는 스키의 움직임이 차이가 있는거다.

어떤 스키는 약간만 힘을 받아도 돌아들어오고, 어떤 스키는 고속에서 강한 구심력을 눌러야 돌아들어온다.

스키가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힘을 받았을 때 움직임에 차이가 있을 뿐


또 전환구간에서 안정성에도 차이가 난다. 극단적으로 전환구간에서 날았다고 생각해 보자.

그 상태로 눈에 엣지를 박으면서 떨어져야겠지. 떨어졌을 때 동일한 엣지각, 사이드컷을 가지는 스키는 휘어지는 정도가 똑같다.

떨어지는 충격은 스키의 탄성력이 어느 정도 상쇄해준다.

그 때 부드러운 초보용 스키는 많은 힘을 받아내지 못하고 나머지를 니 다리로 받아야 한다.

월드컵은 동일하게 휘어져도 탄성력이 강해서 힘을 많이 상쇄해준다.

이게 내 생각에는 스키 탄성이 만드는 가장 큰 차이다.

리바운드를 만들어 내는 능력에서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니가 구심력으로 만들어낸 리바운드를 받아서 다음 턴으로 넘겨줄 때 힘을 얼마나 흡수해 주는지다.



쓰다보니까 존나 길어졌네. 내가 생각해도 재미없다. 미안하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내가 데몬들 과학시간에 잤다고 한 건 웃자고 한 소리다.

거기에다 니는 얼마나 잘타길래 데몬한테 그런 소리를 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

창피하지만 본인은 렙1따리다. 스키실력은 당연히 데몬이랑 비교도 할 수 없다.

근데 그렇다고 틀린 걸 맞다고 할 수는 없다.


몇 년전에 티비에서 고기를 구울 때 겉면을 센불로 지져서 육즙을 가둬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내로라는 셰프들이 나와서 다 그런 얘기 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시어링이랑 육즙은 상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셰프들은 요리를 존나 못해서 그런 착각을 한 걸까?


그게 아니다. 실제 경험으로 체득한 현상이랑 그걸 설명하는 원리 간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셰프들은 이유야 어쨌건 시어링하면 맛있으니까 그렇게 요리한거고, 육즙이 그 원리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거다.


데몬들도 마찬가지다. 스키를 탈 때 리바운드를 조절하면서 몸으로 익히고 감을 잡는 건 수도 없이 익혀온 선수들이지만,

그 원리를 명확하게 연구하지는 않은 거다. 사실 할 필요도 없다. 이거 잘 안다고 스키 잘 타는 거 아니니까


각자 필요한 만큼만 연구하고,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를 뿐이다.

스갤러들도 각자 추구하는 스킹을 연습해서 모두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다.


내 말이 틀린 거 같으면 다른 의견을 내도 된다. 나도 절대적으로 맞는 게 아니니까

근데 내가 스키 돌려가면서 타봤는데 다르던데? 차이나던데? 이런 빡통같은 소리는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