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바리. 


스갤 아쎄이들의 악기를 키우는 전통.



스키장 배치받고나서 선임들앞에서 왁스입힌 스키를 그냥 바이스 위에 놓고 카드로 식힐새도없이 악으로 몇십대씩 밀어야 한다.

철모르던 아쎄이시절 나도 빙 둘러앉은 선임들 앞에서 아토믹 스키와 각종 스키들 거의 일곱대를 밀어야했고

따끈따끈한 베이스을 허겁지겁 전동드릴도없이 카드로 미느라 손이 계속 아렸다

3대째 미는데 베이스에 왁스가루가 확 느껴지면서 베이스가 삼킨 피덱싱캔들들이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왁스가루섞인 스키를 손에 들고 얼굴이벌게져서 있는데

황근출선배님이 호랑이처럼달려와서 내 가슴팍을 걷어차고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당연히 손에들고고있던 아토믹 스키는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그날 황근출선배님께 반병신되도록 맞았다.

구타가끝나고

황근출해병님이 바닥에떨어진 왁스가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악으로 줏어라"


"니가 선택해서 온 스키갤러리다. 악으로 줏어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무슨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가루들을 주워담았고

황근출선배님의 감독 하에 남은 아토믹 스키까지 전부 줏었다.

그날 밤에 황근출선배님이 나를 불렀다 

 피덱싱 캔들 두개를 물고 불을 붙여 한개비를  건네주며 말했다.



"바닥에 흘린 니 가루를 아무도 대신 치워주지 않는다. 여기는 너희 집이 아니다. 아무도 니 실수를 묵인하고 넘어가주지 않는다. 여기 스갤에서뿐만이 아니다. 스키장이

그렇다. 아무도 니가 흘린 똥 대신 치우고 닦아주지 않아. 그래서 무슨일이 있어도 실수하지 않도록 악으로 깡으로 이악물고 사는거고, 그래도 실수를 했다면 니 과오는 니 손으로 되돌려야 돼.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 그래서 다시 줏으라 한거다."


"명심해라. 스갤은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그날 나는 우유를 먹지 않고도 취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 그날 왁스가루 몇봉지에 스갤정신을 배웠고 스갤정신에 취했다.

지금 내가 이불속에 엎어져 스키장출근을 망설이고 있는것은

당면한 강습전화와 문자들을 외면한채 이렇게 또 한발 물러서는것은 


스갤 아쎄이 시절 바닥에 떨군 왁스가루를 멀찍이 보며 '누군가 대신 치워주겠지' 혹은 '어떻게든 치워지겠지' 하는 무책임한 생각으로

나의 과오를 망각하려는것과 다르지 않다

눈앞에 번득 황근출선배님의 부츠굽이 스쳐지나가는것같은 찰나

나 두다리번쩍들어 땅에내려찍고 추진력으로 기상했다. 허리가 비명을 질렀다.

나 고통을잊기위해 빈속에 우유를 붓고 낡은 스키복를입고 나왔다. 샤워는하지않았다. 나 남은 강습을 모두 청산하기전까진 인간이아닌 한마리 짐승이니까.

집앞 육개장집으로달려가 육개장을 입에쑤셔넣었다. 올드보이 최민식이 산낙지를 씹어먹는표정으로

광견병걸린 짐승같은표정으로 나 육개장을 악으로삼켰다

셔틀버스정거장으로 오는길에 심장가운데서부터  확 퍼지는 두려움을 느꼈다


고작 리프트 따위에


아무것도 아닌 리프트따위에 급사면따위에 보겐따위에 나 두려움을 느끼고있었다

나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지우고자 근처편의점으로가 플라스틱병에든 작은 우유팩하나를 사서 홀짝거리면서 역으로 왔다

오는길에 술기운으로 한번씩 크게 소리도 질렀다. 짐승처럼 괴성도지르고 공중화장실에 오줌도싸면서 나 셔틀버스정거장으로오는동안 억지로나마 깡을키웠다.

야만족의 큰칼을들고 수십만대군을 호령하는 징기스칸의 심정으로


나 향한다 오늘도


스키장으로 무식하게 진격한다


극기정신으로 스갤정신으로


가진거없어도 부츠두쪽차고 우유기운으로 


시즌강습 30일 연속 출근


2일차


오기로 독기로

이악물고 배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