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노스 2700, 진짜 부활인가

삼성 엑시노스가 오랫동안 시달려온 오명이 있다. 발열, 성능 열세, 퀄컴에 대한 열등감. 엑시노스 990이 갤럭시 S20에 탑재됐을 때, 같은 폰인데 지역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다. 2200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엑시노스는 한동안 프리미엄 라인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는 듯 보였다.

그런데 2025년 말, 엑시노스 2600이 등장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세계 최초 2나노 GAA 공정을 모바일 칩에 적용한 2600은 갤럭시 S26 기본·플러스 모델 일부 지역에 탑재되며 실전 검증을 마쳤다. CPU 성능은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에 근접했고, GPU인 Xclipse 960은 레이 트레이싱과 Vulkan 벤치마크 일부 항목에서 오히려 앞섰다. 발열도 이전 세대와는 달리 안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부적으로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삼성 시스템LSI 사업부는 이 성공에 고무되어 2700 개발 속도를 크게 앞당겼다. 통상적인 일정보다 6개월 이상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양산용 샘플은 올해 5~6월 완료를 목표로 제작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700의 핵심 변화는 공정과 코어, 두 가지에 있다.

공정 측면에서는 2600이 사용한 2나노 1세대 공정에서 한 단계 진화한 SF2P, 즉 2나노 2세대 공정을 적용한다. 업계에서는 이 전환으로 전체 성능이 12퍼센트 가량 향상되고 전력 소비는 25퍼센트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수율이 크게 개선되어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코어는 ARM C2 시리즈를 탑재한다. 2600이 C1 시리즈로 스냅드래곤을 따라잡았다면, 2700은 C2 시리즈로 그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계산이다. C2 시리즈는 IPC, 즉 클럭당 처리 효율이 전 세대 대비 35퍼센트 향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디바이스 AI 연산과 멀티태스킹 처리에도 최적화된 설계를 담고 있다.

구조도 달라진다. 2600이 1개 프라임 코어, 3개 고성능 코어, 6개 효율 코어로 구성된 3클러스터 방식이었다면, 2700은 10개 코어를 4개 클러스터로 나누는 구성을 채택한다. 초기 엔지니어링 샘플 기준으로 각 클러스터는 1코어, 4코어, 1코어, 4코어 형태로 나뉘며, 클럭은 클러스터별로 2.30에서 2.88기가헤르츠 사이에 분포한다. 양산 최종 버전에서는 프라임 코어 클럭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4클러스터 구성의 실질적인 이점은 발열과 지속 성능에 있다. 기존 3클러스터 방식은 고부하 상황에서 소수의 코어가 집중적으로 달리다가 스로틀링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4단계로 부하를 세밀하게 분산하면 장시간 게임이나 AI 연속 처리 같은 상황에서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다. 여기에 2600에서 처음 도입된 발열 관리 기술인 Heat Path Block을 한층 고도화하여 탑재할 예정이다.

탑재 비중도 늘어날 전망이다. 갤럭시 S26에서 약 25퍼센트 수준이었던 엑시노스 탑재 비중은 S27 시리즈에서 최대 50퍼센트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울트라 모델 일부에도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퀄컴 의존도를 줄이면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라이선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내부 코드명은 율리시스다. 오랜 방랑 끝에 귀환하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에서 따온 이름이다. 엑시노스가 지나온 10여 년의 굴곡을 생각하면, 이름치고는 꽤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