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냥의 보컬을 두고 유영석이 크리스탈 검을 언급했을 때 옳다 저거다 이랬음.


그래. 크리스탈. 그거.


맑고 투명하고 매끄럽고 치밀한 경질.


내가 느낀 뚜냥의 보컬 그 기본적인 질감이 바로 저거.


게다가 직진하는 빛처럼 확산하지 않고 수렴하는 특징이 있음.


결과적으로 아주 딱 떨어지는 느낌.


음을 잘라낼 때 보면 진짜 낭비없이 칼같이 잘리는 게 보임.


그래서 본업에서는 매우 세련된 스타일을 유려하게 구사하는데, 어, 본업 얘기는 관두고.


암튼 저런 보컬이라서 뚜냥에게 발라드는 오히려 핸디캡 먹고 들어가는 고생길이 아닌가했음.


발라드는 음색이 반 먹고 들어가는 장르라고 생각했거든.


잠깐 성발라나 지니 규현을 소환해봅시다.


한 소절만 들어도 울컥 거의 강제적으로 기억을 휘젓고 감정을 끄집어내는 음색.


흔히 호소력이 짙은 보컬 어쩌고 하는데 흔하지만 딱 맞는 표현임.


음색 자체가 그런 음색이 있음.


별 감정 안 넣고 불러도 배경에 그렁그렁 촉촉한 추억이 신기루처럼 애절하게 깔리는 음색.


이것만으로 발라드에 한해서는 가산점이 두두두 추가되는 그런 음색.


근데 뚜냥의 음색은 크리스탈을 연상케하는 경질.


따스하기보다는 차갑고 보드랍기보다는 매끄럽고 소박하다기보다는 세련되고 기타등등..


이거 감정 살리기엔 쉽지 않은 음색이라고 생각했음.


질감 자체가 매끄럽다 보니 밋밋하거나 전개가 뻔한 곡을 만나면 지루하게 들릴 수도 있고.


선곡에 따라 고득점할 수도 있고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는 평을, 난 저런 의미로 파악했음.



근데 걱정도 팔자였어요.



2라 사랑일 뿐이야에서 긁는 톤의 연장으로 하모니카 톤에 맞춘 것처럼 질감을 바꿔서 소리를 내더라고.


오오.. 딱 저 정도만 긁으려면 빡세겠다 근데 콘트롤 끝내주니까 저런 것도 되는구나 오오오.. 했지.


저런 식으로 보컬 질감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으니 해석만 잘 하면 장땡이겠다 했다고.


그래도 하루의 끝에서는 놀랐음.



진짜 놀랐음.


하아, 한숨소리를 들었을 때 소름이 좍 끼쳤음.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짤막한 한숨에 그게 느껴져서.


아니, 그보다도 배어난 습기에 놀라서.


양모씨 보컬에 습기? 물기? 가능한가?


물을 갖다 끼얹어도 미끄러져 한 방울도 안 맺힐 질감 아니었나?


아니, 질감 타령할 때가 아니고.


보컬 톤은 바꾸더라도 없던 물기를 만들 수 있나?


우앞생 들었을 때도 습기는 없었다고.


심지어 거긴 마지막에 흐느끼기까지 했어도 난 물기 못 느꼈다고.



듣고도 믿어지지 않았음.


근데 손을 뻗어줘 첫 소절이 그대로 다 눈물인 거야.


진짜, 듣고도 못 믿겠다는 기분이었음.


소리 하나하나 공 들이는 타입인 거 아는데 이런 지극정성은 또..


극에 도달한 세공 기술?


이거야말로 진심의 힘?


보컬 톤을 대체 어떻게 만졌길래 자박자박 눈물 배어나는 저런 소리가 나지?


이러고 놀라다가 분석하는 버릇을 잊고 몰입했음.


딕션 또렷해서 가사 귀에 쏙쏙 넣어주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그 차원을 넘어서 단어 하나하나를 가슴에 직접 밀어넣어주고 있는데 뭘 분석해..


절로 감긴 눈꺼풀 속에서 이미 한 장 한 장 정경이 펼쳐지고 있는데.



닫힌 문 안의 작고 소중한 세상.


그 안에서만큼은 안온할 거라고 믿게 되는, 나를 위해 기다리는 두 팔 같은 것.


어깨 언저리에서 가만가만 흔들리는 물결처럼.


요람을 흔들어주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너무 소중하게.


낡은 애착 담요를 걸어주는 조심스러운 손길 같은 것.


오래 입어 좀 얇아진 플란넬 파자마의 보드랍고 안심이 되는 온기 같은 거.


그냥.. 그냥 다 아늑하고 포근했음.


그래서 위로니 힐링이니 단어만 들어도 알러지 일으키던 자신을 잊고 빠져서 들었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여기서 나가기 싫다 뭉개고 또 뭉개서 슬라임처럼 퍼졌음.


그리고 대단하다 양뚜냥.. 백기 들고 항복했달까.


진심.


뻔하고 흔해서 다 가짜같더만 저 단어에 내가 공감하는 날이 오다니.


뭐 이랬음.


언젠가 내가 정말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그 때 이 무대를 찾아 잠기고 아마 울게 되지 않을까 했음.


다른 무대는 들을 때마다 감상이 조금씩 바뀌는데 이 무대만은 처음 느꼈던 느낌 그대로 언제 들어도 변하지 않고 기다려줄 것 같음.


하찮고 소중한 나를 위해 늘 기다리는 두 팔처럼.



까지 썼는데 이미 넘치게 장황하잖아! 어떡해!



그러니까 첫눈 감상은 최대한 간략하게 가겠습니다.


오늘도 눈이 내렸고 이건 그야말로 첫눈 감상 쓰라는 하늘의 계시다 이랬음.


이 무대도 분석할 생각 따위 들지 않고 조용히 몰입하게 만드는 무대였음.


첫 소절부터 아니 첫 음부터 사박사박한 눈송이의 질감이 느껴짐.


눈이라고 양뚜냥이 발음한 순간 감은 눈꺼풀 속에서 눈이 내림.


(라고 쓰니까 내가 썼지만 닭살 돋는데 진짜 그런 걸 어쩌라고.)



"아-득, 하다"  라고 양뚜냥이 노래한 순간 아득한 잿빛 하늘 아래 서있었음.


이마에 코에 볼에 입술에 와닿는 조그맣고 차가운 눈송이를 느끼는데 춥지가 않았음.


서늘한 목소리로 포근하게 노래하는 모순적인 느낌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고 당연하게 느꼈음.


여긴 소리가 튀네 하는 순간이 와도 몰입을 깨지 않고 그냥 피식 웃었음.


뭐랄까.


되게 행복했음.


환호하게 하는 행복이 아니라 내뱉은 입김을 보며 괜히 웃고 마는 그런 행복.


충족된 느낌.


다들 느낀 것처럼 이게 마지막 무대라면 생각하고 선곡한 기분이 마음이 고스란히 와닿아서.


다들 말하는 것처럼 정갈하고 슬프지 않은 마지막 인사라는 느낌을 알겠어서.


나직이 울리는 내 마음을.. 잦아드는 마지막 음을 들었을 때 그 마음도 똑같은 행복이겠구나 했음.


다 뱉고 나서야 비로소 가득 채워져 마침내 고요해진, 더는 흔들릴 필요가 없는 행복.



가면 벗고 해맑게 웃는, 습기가 조금 밴 눈꼬리를 한껏 휘어 웃는 얼굴을 보고 그랬음.


응, 그래. 정말 행복했구나.


그걸 확인하고 웃고 그리고 행복했던 기억이 남.


그러므로 이 무대는 시즌 송이 될 운명이라고도 생각함.



어물어물 끗.



해놓고 몇 줄만 더.


감수성 망가진 인간도 항복하게 만들만큼 진심의 위력은 대단했음.


두 곡 다 다들 말하는 것처럼 감성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함.


근데 하루의 끝은 어른에 비견될 정도로 기술적으로 진짜 치열한 곡이라고도 생각함.


구성에서 어른이 한 끗 앞서고 감성에서 하루의 끝이 한 끗 앞선다고 생각하지만 개인 차이가 있을 듯.


기술하면 또 012 빼면 안 되는데 얘는 강렬한 대비가 도드라진 구성이 또 기가 막혀서.. 감성도 다른 차원에서 굉장하고..


아으으으.. 양뚜냥.. 그만 나 좀 놔줘.. 제대한 다른 아이돌 빠질할 여력이 없잖아아..



라고 이상하게 진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