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 하면 갤러들이 빡칠 텐데, 난 여기서 쏟아져 나오는 사례들 다 알면서 들어옴.


사복과 들어올 때 어떤 심정이었냐 하면, 세상을 구하고 싶다, 가장 아래 쪽에서 타인들만을 위해 살아가겠다, 무슨 만화영화 주인공 같은 심정으로 시작함.


초창기에는 노예취급 당해도 뭐 그다지 힘든 거 몰랐음. 그때 정말 주말 토요일 일요일 없이 24시간 내내 자원봉사 하면서 지냈음.


그때만 해도 신학대 아니면 사복과 가겠다 뭐 이런 감정이었으니까. 딱히 종교적 믿음보단 그냥 누구 위해 살아가고 싶었음. 지금 돌아보면 그것도 일종의 중2병이었던 듯.


그런데 사람 때문에 지쳐버림. 단순히 야근 시키고 뭐 이런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나를 굉장히 싫어했음


너무 열심히 한다고 오히려 싫다는 소리를 여기저기에서 들었음


학부시절에도 그렇고, 자원봉사하면서도 복지사 선생님들께도 듣고, 현장에 나가서 터 닦던 선배도 네까짓 게 뭔데 설치고 다니냐고 그러고


이 재미없는 공부를 왜 하냐, 한참 어린 후배 새끼가 뭘 안다고 까불고 다니냐 많이 혼남


남들 말로는 내가 없는 일도 만들어서 저지르는 타입이라나. 네 열정 때문에 남들이 희생한다며 생각 좀 하고 살라는 소리도 들었지


내가 좀 그런 타입이야. 갑의 위치에 올라서면 너무 오바해서 뭔가를 하느라 밑 사람들도 고생시키는 성격.


난 그 자체를 즐겼거든. 그 시절만 해도. 그게 멋있는 줄 알았음



그렇게 몇 년 굴러먹다 보니까...  내가 그렇게 혐오하고 싫어하던 현장의 그분들의 모습이 내 모습에서 보이더라고


거울을 바라보니 나 또한 추잡한 놈이 되어갔음


누구보다도 학연 지연으로 얽힌 폐쇄적인 인맥 사회를 비판했지만, 사실 나는 누구보다도 그 인맥 혜택을 보며 올라섰으니까.


여기 갤러들한테 차마 말하기 힘든데, 나도 참 이 바닥에서 더러운 짓 많이 해보고 그 덕도 많이 누렸다.


빽이 좋긴 하더만. 내가 그렇게 미워하던 기관과 기관 직원들이 실은 나한테 가장 많은 도움을 줬으니까.


오히려 꿀 빨았다면 많이 빨았지. 스스로 노예 자처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야근에 심취한 놈이 부지런한 거 인정받아서 주변 인맥도 든든했으니까.


어디에 새 기관 생긴다 어쩐다 더 대우 좋다 이러면 나한테 미리 추천해주겠다 내정자로 내 밑으로 들어와라 이런 얘기도 종종 들었지


또 그만한 위치였으니까. 원래 금수저 물고 태어난 새끼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입진보 좌파 코스프레 하다가 막상 힘들 땐 싹 내빼는 법이야. 내가 그랬으니까.


그렇게 몇 년.


처음에는 타인들이 미웠는데, 얼마 지나고 보니까 나 자신이 미워지고 혐오스러워짐.


그래서 그만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