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항공우주국(이하 NASA)의 예산을 60억 달러(한화 8조 3600억 원) 삭감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NASA의 예산 삭감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NASA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 수많은 우주기구 중 단연 최고로서 오랜 기간 활약해왔다.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와 중국의 국가항천국, 유럽의 ESA, 일본의 JAXA, 인도의 ISRO, 한국의 KASA, 캐나다의 CSA와 북한의 NATA까지 그 어떤 우주기구를 들먹여도 미국 NASA와 비교하면 예산부터 역사와 성과까지 무엇 하나 이기는 게 없다. 특히 JAXA, KASA, NATA는 이름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미국 NASA의 영향을 받았음이 자명하다. 제2, 제3의 NASA가 되는 한이 있어도 그 거리를 한 걸음이라도 좁히겠다는 각 우주기구의 의지인 것이다. 그 만큼 NASA는 이미 미국이라는 한 국가의 우주기구 이상의, 인류의 우주 진출 역사 자체를 상징하게 되었다.
그런 NASA의 예산이 25% 가까이 삭감된다는 소식은 우주과학계에게 강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R&D 예산이 15%(4조 6000억 원) 삭감되었던 2024년의 충격을 생각해보자, 매일 그에 관련된 기사가 지면을 도배하고 정부를 향한 비판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러 사안에서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히던 정부가 R&D 예산 삭감에 한해서는 1년을 겨우 버티고 2025년 다시 12%(3조 2000억 원) 증액한 것만 봐도 예산 삭감에 대한 충격과 그에 따른 여파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15% 삭감에도 치를 떠는 게 현실인데, NASA의 예산 삭감 규모는 무려 25%다.
예산 삭감의 가장 큰 문제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해가 언제인 줄 아는가?경제 위기가 닥친 다음 해다. 우리나라의 1998년과 2009년의 경제성장률은 각 -5.5%, 0.7%였지만, 그 다음 해인 1999년과 2010년의 경제성장률은 11.3%, 6.5%였다. 이를 우리는 경제 성장의 기저 효과라고 부른다. 전 년에 성장하지 못했던 것까지 합쳐 다음 해에 성장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예산에 있어서는 기저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급격한 예산 증액은 급격한 예산 삭감 만큼 강력한 반발을 가져온다. 재정 건전성부터 해서 타 분야 예산과의 형평성 문제와 정치적 논리까지, 고려할 것이 산더미다. 과학 연구와 같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예산이라면 그 반발은 더더욱 클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R&D 예산에 대해서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에, 또 아직까지는 국가 부채 비율 등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타 선진국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예산 원복 과정에서 진통이 적었고, 예산 삭감의 여파는 1년을 겨우 가는 것에 그쳤다. 미국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정권의 건전 재정 의지가 강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우리나라 수준의 전국민적 공감대가 미국인들에게 존재할지도 의문이고, 미국의 재정 건전성이 좋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지만, 잊을만 하면 벌어지는 미국의 부채 한도 설정 문제와 이로 인한 미국 정부 셧다운 우려는 결국 미국의 재정이 거대한 빚더미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에서 제일 가는 기축통화국이자 경제 대국이기에 그 심각성이 작게 느껴질 뿐이다. ‘ 미국이 망할 리는 없겠지. ’ 믿음 속에서 벌어지는 폭탄 돌리기와 다를 바 없다는 소리다. 미국이 망한다면 어쩔 것인가? 지금처럼 빚더미 위에 세워진 재정이 얼마나 버틸 것이라고 보는가? 미국의 트럼프 정권은 이런 의문 속에서 건전 재정을 위한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기에 예산 원복은 커녕 지금의 25% 삭감에서 멈출지도 의문이다. 예산 삭감 여파가 1년, 2년, 해를 넘어갈 때 마다 NASA는 세계 8대 우주기구 중 한국 KASA와 캐나다 CSA, 인도 ISRO, 일본 JAXA의 1년 예산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금액을 날리게 된다. 한국 KASA의 8년하고 6개월 치 예산을 날리게 된다. 삼성전자의 한 분기 순수익을 날리게 된다. 롯데월드타워를 두 번 지을 돈을 날리게 된다.
트럼프와 각별한 사이라고 알려진 스페이스X의 창립자 일론 머스크의 관계 설정을 생각하더라도 NASA의 예산 원복은 요원하다. NASA의 예산 삭감은 우주 개발의 주도권을 민간 기업에 이양하는 과정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기도 하고, NASA의 예산이 이리저리 잘리는 와중에도 화성 탐사 예산이 증액되었다는 사실은 화성 탐사를 꾸준히 주장해 온 일론 머스크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련의 과정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어서, 달 탐사를 포함한 예산을 모조리 삭감하고 화성 탐사 예산을 증액했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달도 비싸다고 안 가는데, 화성은 무슨 돈으로 갈 것인가? 지구에서 달로, 우주정거장으로, 이어서 화성으로, 또 다른 행성과 별로, 진출 범위를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우주 탐사의 기본을 무너트리는 행위는 퍽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다른 비효율을 만들 뿐이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갈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38만 km 떨어진 가장 가까운 달이라는 좋은 탐사 장소와 우주 거점 후보지를 놔두고 5460만 ~ 4억 100만 km 떨어진 화성 탐사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는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진다. 화성으로 가는 데 걸리는 이상적인 최소 시간은 보통 210일로 본다. 달은 이상적인 최소 시간을 따지지 않아도 7일이 안 걸린다. 다누리처럼 복잡한 궤도를 그리고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며 접근해도 120일이면 충분하다.
비용 절약을 위한 민간 기업의 참여도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민간 기업의 제1 목표는 이윤 창출임이 당연한데, 당장의 이윤 창출이 어려운 우주 개발에 어떤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가? 적극적으로 나선다 한들,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결국 국가의 지원이 없을 수 없다. 이는 역시나 또 다른 비효율을 만드는 행위다. 자칫하다 우주 개발에 나선 기업이 파산하기라도 한다면, 모종의 이유로 우주 개발을 멈추게 된다면, 그 유산은 누가 인수해서 관리할 것인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가가? 그렇다면, 애시당초 처음부터 국가 주도로 우주 개발을 시행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우주인이 화성에 가있는 도중 기업이 망해버린다면 그 우주인은 누가 책임지고 지구로 귀환시킬 것인가? 우주 탐사 과정에서 사고라도 벌어지면 어찌할 것인가? 민간 기업의 우주 탐사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안정성이다. 드문 경우지만, 국가도 망하는 일이 있다. 실제로 소련 해체 당시 우주정거장에 있던 우주비행사가 국제 미아가 된 일도 있었다. 민간 기업은 이런 일이 없을까?
과학 기술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일은 있으면 안 된다. 과학 기술은 안정성을 보장하고, 꾸준하게 지켜봐야 한다. 적어도, 중요한 변화에는 심층적인 분석과 지나칠 정도의 토의가 필요하다. 최근 NASA의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며, 아르테미스 계획과 루나 게이트웨이 등의 우주 프로젝트에서 비효율이 드러났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러하다고 예산을 무작정 삭감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비효율이 있다고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도 해결책이 아니다. 극단적인 방법은 언제나 또 다른 문제를 만들 뿐이니, 우주과학계와의 토의를 통해 이 문제가 하루라도 빨리 정상 궤도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과학, 천문·인문의 삼체 특수항 ───
미국의 미래는 민간 기업에게 팔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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