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2년도에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입대해 해병 1사단에서 복무했다. 정확한 기수를 달면 유추하기가 너무 쉬우니, 적지않음을 양해해줘라.

그때만해도 연평도 포격도발이 얼마되지않은 시절이였고, 그때문인지 몰라도 해병대 입대허들이 생각보다 낮았다.

나 역시 여러 선후임동기들과 같이 혈기왕성한 시절에 남자라면, 이라는 생각을 품고 해병대에 지원했고, 해병대가 나를 멋지게 만들어줄거란 막연한 기대를 안고 입대를 했다.

나는 수색대에 지원했지만 테스트에서 떨어졌고, 보병대대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말 많은 인간군상을 만났고, 악습이란 악습은 다 겪었지만, 그 중에서 기수열외에 대해 얘기해보려한다.

이곳에서 기수열외를 해학적으로 소비하는 것과 달리, 내가 목격한 기수열외는 정말 잔혹했고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행위였다.

내가 전입해서 본 기수열외자는 세명이였는데, 하나는 초소에서 공포탄을 자기머리에 겨누고 쏜 선임(이유는 아픈지 궁금해서 였다고 한다.) 하나는 해병대 문화에 적응을 아예 안해버리는, 양심선언을 한 선임, 또 하나는 성군기위반으로 타중대에서 날라온 선임 이였다.

기수열외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않는다. 나름의 심사숙고를 통해 결정되는데, ‘호봉회의’ 라는 알상병(상병5호봉)부터 병장까지 모여서 문제인원에 대해 토의를 하고 다수결의 원칙을 통해 부/가결을 가리는 나름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진행된다. 물론 최고선임자가 하라고 하면 깡그리 무시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기수열외가 되면 민간인취급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왕따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명분’이다. 왕따는 이유없이 발생할 수도 있어, 누군가에겐 측은함을 느끼게하지만, 기수열외는 ‘니가 해병대를 저버렸으니 우리도 너를 저버리겠다’ 라는 일념하나로 모든 중대원들에게 그녀석을 괴롭혀도 되는 명분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더욱 악랄하다.  

일단 기수가 없으니 모두 반말을 한다. 민간인이니까. 과업도 불참시킨다. 민간인이니까. 운동도 못하게한다. 해병들 쓰라고 만들어놓은 곳이니까. px,싸지방,이발소,정수기,보급품 하다못해 침상까지 전부 이용을 못하게한다. 민간인이니까.

물은 어디서 마시냐고? 샤워실에서 샤워할때 몰래 마셔야한다. 당연히 후달쓰(짬찌)들 샤워하는 시간에 같이 씻는다. 우리들은 눈감아주니까.

밥먹는 시간엔 더 고역이다. 주계병들도 누가 기수열외인지 다 알기때문에 밥을 아—주 많이 준다. 악기바리가 시작되는 거다. 먹고 힘내라는 말 뒤에는 가증섞인 미소가 보인다. 반찬들도 많이 주는게 아니다. 그냥 흰밥을 산더미같이 준다. 추라이 전체에 다 넘칠정도로.

소등하고나선 폭력이 시작된다. 기수열외자를 때리냐? 천만에. 기수열외자는 잃을게 없으니 맞으면 바로 꼰지른다. 기수열외자를 세워놓고 맞선임 맞후임 동기들을 때린다. 꺾어/제껴,배빵,조인트 등등 모든 폭력이 동원된다.

이짓을 한달만 하면 기수열외자가 미쳐버린다. 울면서 싹싹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그럼 아까같은 회의 혹은, 전역자의 마지막 인계사항(전역자는 마지막으로 인계를 깔수도, 풀수도 있다)에서 000은 기수열외를 풀어줘라 라는 식으로 기수열외에서 해방되기도 한다.

나는 아직도 해병대를 사랑하고 그때 겪은 좋은 추억과 많은 시련들이 내 삶을 윤택하고 강인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다시는 겪고싶지않았다.

가해현장을 보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분노나 정의감이 아닌 나에게로 불똥이 튀지않았으면 하는 쓰레기같은 유약함이였다. 나역시 가해자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때문에..

그러니 부디, 이 글을 보고있을 해병 후임 여러분들은 나를 반면교사삼아 그런 일이 벌어지지않게 해주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