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지호 아부지랑 만나는 편입니다. 은근히 오래된 사이라서 서로 뚜껑만 따도 뭔 말인지 아는 사이지요.
매일 먹는다고 알콜릭 되는거 아니냐 그런 걱정들 하시는데, 걱정하실 것 없어요. 이미 중독입니다.
어린이들은 주의해 주세요. 한 번 폭음보다 매일 조금씩 먹는 습관이 무서운 거예요.
알콜릭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없어요. 딱 하나 있는데, 그것도 별로 효과는 없습니다.
뭐냐면, 저랑 만나는 것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돼요.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저 없이도 잘 수 있고, 저 없어도 재미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아니면 벗어날 수 없습니다.
특히 밤이 되면, 헛헛함을 이길 수 없을 거예요.
딱 한 잔만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겠죠.
그럼 중독입니다.

약사양반은 이정인이 있으니까 제가 필요 없을 줄 알았어요.
등신같이 쳐웃고 다니길래 저놈은 나는 물론이요 잘하면 햇반 없이도 살겠다... 싶더라구요.
의외로 정인양이 찔끔찔끔 소주도 좀 하고. 허. 괜찮아보이더라구요. 아주그냥. 시아버지가 꿍쳐놓은 술도 홀짝대고, 아주 매력있어요. 그 때도 꾹 참고 뽀뽀만 하더니 ㅋㅋㅋ 내가 너 광대 각도 다 봤다 유지호.
그런데 어제는 정도 이상으로 들이마시더라구요.
제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과하다 싶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아요.
돈 버는 것도 좋지만 고객이 행복해야 저도 맘이 좋죠.
그런데, 가끔은 제가 꼭 필요할 때가 있어요.
맥주는 밍밍하고, 와인은 텁텁하고, 보드카는 어우 야~, 정종? 됐거등. 무조건 쏘주. 소주도 아니고 쏘주를 때려박아야 하는 때가 살면서 꼭 한 번씩은 있어요.
어제가 유지호한테 그런 날이었나봅니다.
그럴 때는 가만히 지켜보세요.
놀라지도 마세요.
그것도 다 필요한 시간입니다.
쏘주를 들이부어야 나오는 나의 모습이 있다면, 그만큼 열심히 살아온 겁니다. 백 년을 숨겨도 한 번에 튀어나올 수 있는 그 모습을 본다고 괴물이라 하지 말아주세요.
다음번엔 좀 순해지고, 그 다음엔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그 다음엔 쏘주가 필요 없는 사람이 될 겁니다.

남들이 다 욕해도 제가 보람을 느끼는 이유는 그거예요.
잠들기 헛헛할 때,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 아무리 친구라도 그 사람을 다 이해하진 못해요. 다 들어주지도 못합니다.
그 때 제가 없으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그러니까, 저는 지금도 묵묵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리에 싸구려 종이컵 하나 쓰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아부지 서랍 속에, 찬장 구석에서 쓸쓸한 사람을 위로해주려고 기다립니다.

제가 아직 쓴 사람들은, 지금 가진 젊음과 행복을 누리세요.
언젠가 제가 달아질 때, 그 때 만납시다.
제가 옆에 있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