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14 엔딩, 그리고 예고에 무릎꿇었음
이거 진짜 대박 드라마라고

지금까지 미혼부, 미혼모를 다뤘던 드라마는 적지 않았어 하지만 보통 그런 드라마에서 가장 갈등은 부모의 반대였지
일단 주인공이 미혼부, 미혼모라는 사실도 무슨 히든카드처럼 중간쯤 가서야 상대에게 알려지는게 대부분이었고, 충격은 받지만 사랑으로 극복
마침내 부모의 마음도 돌려 마지막회에 결혼으로 골인-해피엔딩 이런 수순이었음

하지만 정말 거기서 끝일까?
현실에서는 결혼에서 끝나지 않고 오히려 결혼에서 시작돼
주변의 갈등이 사라지고 오히려 갈등이 있었기에 타올랐던 열정과 사랑은 서서히 휘발될 거고
사랑으로 극복할 있다고 믿었던 많은 부분들이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깨닫게 되겠지
상대가 가진 엄마(아빠)로서의 모습도 자주 가깝게 일일이 마주치겠지 낯설고 익숙치 않을거고
내가 생각했던 부모의 역할이란게 작지도 가볍지도 않다는 뒤늦게 깨달을거야
내가 있다고 믿고 알고 있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에게 배신당하면서 극복하고 받아들이던지 아니면 실패를 인정하고 헤어지게 되겠지

애초에 봄밤은 환상같은 러브스토리로 남던지 아니면 현실에 패대기치던지 하나라고 생각했었어
그것도 아니면 진짜 열린 결말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럴싸해보이지만 진짜 현실적인 부분은 슬며시 무시한채로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봄밤은 지금까지 미혼모() 다룬 드라마들에서 밟아왔던 노선을 조금씩 비틀면서 섬세하고 영리하게 회를 차곡 차곡 쌓아올리고 있어
일단 1회부터 나는 아이가 있다 나는 결혼할 남자가 있다 상대에게 밝히고 시작했고
그게 서로에게 미안하지도 죄스럽지도 않은 그저팩트로서 말하고 받아들이게 했지
그리고 아무래도 지호보다는 정인이가 적극적일 밖에 없는 행동과 용기로 친구, 형제자매, 결국 부모까지 돌파했고,
실은 14회까지 보면 주변 사람들의 지지는 거의 얻었다고 보고 권기석도 나가떨어지기 직전이었음

바로 그때,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과 잡음을 모두 걷어내고 정말 둘만 남았을
그때부터가 진짜라는 드라마는 이미 알고 있어
그리고 서로의 내면을 진지하고 유심히 보게해
서로의 내면 뿐만 아니라 나의 내면까지
영재 말처럼 끝까지 숨기지 그랬을 깊은 곳에 고여있던 마음까지
나는 관계를 끝까지 유지해나갈 있을까?
지금까지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고 재고해보지도 않았을, 어쩌면 캐캐묵은 질문을 다시 꺼내어보게 만들었지.
마치 1회인 것처럼.

사실 정인이가 프로포즈까지 마당에 13회처럼 이대로 행복하게 결혼하고 끝났어도 이미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퀄리티야
하지만 봄밤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아
그렇게 쉬운 길로 생각이 없어
현실에서라면 결혼 이후에야 마주칠 현실에 직면하려고 하지
당신도 우리를 버릴거예요?” 라는 한마디로.
정인이에게, 그걸 보고 있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

당신의 가족이라면? 당신의 친구라면?
당신의 이야기라면?
당신이 정인이거나, 당신이 지호라면?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남은 15,16회에 들어있을 거라고 감히 예상해
봄밤은 아름답기만 러브스토리로 남을 생각이 없어
봄밤은 당신이 살고 있고 디디고 있는 현실에 다가가길 원하고 당신 곁에 머물기를 원해

당신 주변에서 누군가 미혼모 미혼부와 사귀거나 결혼하겠다고
함부로 첫마디를 내뱉지 않기를 원해
미혼부 미혼모라는 조건 하나로 누군가의 인생을 단번에 파악한 것처럼 굴지 않기를 원해
그리고 그들이 결국 헤어지거나 결혼에 실패했다해도 역시 아이가 있는 사람은 쉽지 않아 라고 쉽게 판단하지 않기를 바라고

그렇다고 무조건 찬성을 하라는게 아님
다면적이고 진지하게, 조금은 다정하게 바라보기를 원한다는 거야.
정인이를, 지호를, 주변을, 나를.
그런 어른의 질문들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하지만 조금 슬프게 묻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
드라마 제목처럼, 봄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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