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이맨 집안 중에서도 저는 방계에 속하는데요, 오리지널 1대손 할아버지께서는 납작하고 1회 캔맥주 500짜리 하나 정도에 곁들일 수 있게 나온 거예요.
그 후로 동전 크기로도 개발이 됐고, 저는 거기서 파생됐으니까 1대조 할아버지의 5촌 조카 정도가 되겠네요.

할아버지는 성격이 앗쌀하셔서, 한 번 뜯으면 무조건 고예요.
눅눅해진 상태로 먹힌다거나 그런거 용납 못 하세요.
풍운아죠.
사고뭉치고, 캔이라면 아무 캔이나 다 좋다고 뚜껑 따고 다니는 바람둥이였지만, 우리 집안 맨들은 할아버지를 다들 좋아해요.
가끔 비린 것도 한 장씩 섞여 있는데, 할아버지는 개의치 않고 그냥 뚜껑 딱 붙여요. ‘마! 취하면 그기 그기다!’이러시더라구요.
시원시원하죠?

저는 동전 크기로 한입에 먹기 좋게 개발됐는데요, 양도 많아서 오래 두고 그 때 그 때 꺼내먹기 좋게 돼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유통기한 지난 후에도 손이 가기도 해요.
그렇지만 유약사네서는 그런 적은 없어요.
수시로 먹으니까요.
치킨이나 족발같은 걸 시켜도 마지막엔 제가 또 필요하죠. 꼭 그래요.

솔직히 뚜껑 닫혔을 때는 꾸벅꾸벅 졸 때도 많아요.
사서아가씨 온 날도, 기껏 커피나 마시려니 하고 졸고 있었어요. 그런데 뚜껑이 뙇 열리더라구요.
유약사는 책 선물해줘도 생전 안읽거든요. ㅎㅎ
사서아가씨랑 읽은 책도요, 맨날 식탁 여기저기 굴러다니기만 하고 끝까지 읽힌 적 없어요. 그 책은 현수랑 영재가 주로 쓰는데, 주 용도는 ㅋㅋㅋㅋㅋㅋㅋ 사발면 뚜껑 덮는거예요. ㅋㅋ
그런데 사서아가씨 오니까 세상에 책을 다 읽데요?
저도 뚜껑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책 읽는 소리 다 들었어요.
목소리 정말 좋던데요.
제가 그런 목소리면 내 목소리로 책 읽는거 녹음해서 맨날 듣고 다니겠어요. 재능낭비 심해요 진짜.

아무튼 저는 무척 귀여운 편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도 손에 묻거나 끈적이지 않고 분위기를 살려줄 수 있었어요.
잘라 먹으면 부스러기가 묻기 때문에 분위기 잡는데 좀 안좋거든요. 다 우리 집안에서 연구하고 용역도 주고 해서 크기, 색깔, 성분 다 맞춰놓은 거예요. 우리 집안에서 제가 제일 잘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어깨가 무거워요.

그런 이유로, 이번에도 성공했어요.
천상 이과생 유약사 인생에 사서아가씨가 완전 상수로 딱 박힌거예요.
다 제 덕분이예요.
제가 분위기 안 잡아줬으면 닭발같은거 시켰을 거 아니예요.
생각만 해도 깨죠 ㅋㅋㅋㅋ

앞으로 우리 꾸이맨 집안이 어떻게 번성해 나갈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제가 최고입니다.
마트에서 제가 보이거든 두 말 말고 구입하세요.
그 댁에도 언제 사서아가씨같은 사람이 올지 몰라요.
바짝 긴장하고 사셔야 해요.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