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치껏 숨죽이고 살다가 오늘 소서를 맞이해서 더이상 미룰 수 없기에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여섯 절기가 여름이라 치면, 이미 다섯 번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아주 많이 양보한 겁니다. 다 여러분 때문이죠.
봄밤이라는 말 자체가 참 소리도 예쁘고, 두근두근거리는 느낌이 나지요. 그 때는 꼭 무슨 일이 나더랍니다.
아마 무슨 달빛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남자는 잘생겨보이고, 여자는 예뻐보이고, 그러죠?
밤 되면 향기는 더 짙어지고요. 고기압 영향이죠.
아무튼 봄밤이 무슨 이상한 짓을 하는 건 분명해요.
그런데말입니다. 여름밤도 못지 않습니다.
낮에 엄청 덥죠? 땡볕에 하루종일 익고 나면, 해가 딱! 떨어지는 순간부터 아주 기분좋은 바람이 불기 시작할 겁니다.
그걸 느끼려면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조용해야 하구요.
그럼 온갖 소리들이 다 들려올 거예요.
세상에 이렇게 많은 벌레들이 있었나? 싶게 꽥꽥 소리를 지르죠.
그게 다 지 살자고 그러는 거예요.
걔들은 그러고 금방 가거든요.
걔들한테 여름 밤 하루는 여러분의 20년 정도가 될 겁니다.
그 사이 잽싸게 짝 찾고 데이트하고 프로포즈 하고 애 만들고 집 짓고 다 해야 돼요. 어떤 곤충은 짝짓기하고 암컷한테 먹히기도 해요. 오싹하죠?
그게 다 여름 밤 꼴딱 사이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긴장 바짝 되죠?
왜 긴장되냐고요?
짝짓기한다고 잡아먹지도 않는데, 니들은 방구석에서 뭐하고 있냐고요. 나가라고요. ㅎㅎㅎㅎ
추울까봐 제가 도와드리잖아요.
여름 밤에는 가벼운 담요 하나만 가방에 넣고 가면 둘이서 어깨동무하고 같이 밤새도 거뜬하죠.
밤새 온갖 벌레들이 살겠다고 살겠다고 난리난리 난 동안에, 여러분도 너 좋다고 너 좋다고 난리난리 해보세요.
제가 다 도와드릴테니까.
ㅇ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