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우야 있잖아."

오랫만에 듣는 아빠의 비밀 이야기입니다
나를 끌어당겨 안아주는 아빠한테서 시원한 바람 냄새가 났어요
그리고 오늘 아빠 가슴에서 나는 소리가 다른 날보다 아주 조금 크고 빨랐습니다
혹시 우리 아빠 어디가 아픈 걸까요?
아빠가 아픈 건 싫은데
나는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가족이 아픈 게 제일 싫고 슬프고 무섭거든요

은우가 아플 때 할머니가 그랬어요
우리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프고 슬프면 가족 모두 아프고 슬프고
가족 중 한 사람이 기쁘고 행복하면 가족이 다 같이 기쁘고 행복한 거야
그러니까 우리 은우는 아프지도 말고 기쁜 일만 있으면 좋겠구나...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아프면 안되고 슬프면 안되거든요
그건 우리 아빠도 똑같거든요

"은우야 아빠보고 기다리래."

아...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알쏭달쏭한 비밀이야기 헤헤헤

"다른 사람 만나지 말고 기다리래."

누가?

"못되고 제멋대로인 사람이라서..."

못된 사람을 왜 기다려?
제멋대로라면 금방 바뀔 수도 있잖아

"그런 사람...싫어야 하는데. 미워야 하는데...좋아."

그래서 오늘 아빠 가슴에서 나는 소리가 달랐구나

"아빠가 많이 걱정되나봐."

나도 걱정되거든?!
아빠는 우리 가족이잖아

"아빠가 약해보였나?"

약해보이는 게 싫으면 씨름하자고 해
나하고 침대에서 가끔 하잖아
나한테도 지는 아빠가 강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헤헤

"아빠...기다릴 거야. 천천히 와도 상관없거든."

할아버지는 천천히 오는 사람 싫다고 했는데?
세탁물 빨리빨리 찾아가는 손님이 좋다고 했는데

"기다릴 거야. 올 때까지."

할머니는 전화하는데?
유치원 차가 늦으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전화해서 물어보는데

"행복하게 기다리는 거야. 지금처럼. 아빠 지금 행복하다. 많이...행복해."

기다리는 게 행복할 수도 있다는 건 나도 알아
선샘님하고 다음에 만나기로 했거든
그때까지 아빠 말 잘듣기로 약속하고 기다리는 게 조금 힘든데 그래도 행복해
선샘님도 나처럼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거든
나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서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참아지거든

"아빠 마음을 은우가 알까?"

"나...음냐음냐..."

하마터면 나도 알거든! 하고 대답할 뻔 했어요
휴우...비밀이야기 듣기가 갈수록 힘듭니다
그런데요
아빠가 기다린다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려고 했죠?
쉿!! 안돼요!
왜냐하면 이건..
있잖아요 비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