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 기석을 도서관에서 내보내고 지호를 찾아 서고를 헤매다가 복도로 나와 지호에게 전화거는데


- 지호 : 여보세요.


- 정인 : 어디에요?


- 지호 : 나왔어요.


- 정인 : 톡 못 봤어요? 왜 답을 안 해요? 습관이에요? 


- 지호 : (침묵)


- 정인 : 지호씨.


- 지호 : 봤어요.


- 정인 : (머리 쓸어올리며) 그래서요. 왜 피하는데요? 우리가 뭘 했는데. 지호씨하고 내가 뭐라도 했냐고.

 

- 지호 : 하자면 할래요? 할 자신있어요?


- 정인 : 지호씨.


- 지호 : 처음부터 얘기했죠. 난 정인씨하고 친구할 자신없다고.


- 정인 : 그 얘긴 끝났잖아요. 그래서 친구하기로 했잖아.


- 지호 : 그럼 형한테 얘기해봐. 친구라고.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 같이 있는 거 봐도 의심하지 말라고. 내가 할까요?


- 정인 : 지금 어디 있어요? 어디냐구. 잠깐 얼굴 보고 얘기해요. 


- 지호 : (침묵)


- 정인 : 어딨냐구요!


- 지호 : 지금 나한테 오면 이정인 다시 못 돌아가.


정확하게 들어보려고 대사를 받아적었는데 중간에 지호씨가 혹시인지 지호씨인지 잘 모르겠다. 문맥상 지호씨가 맞는 것 같아 지호씨로 넣어봤어.


오늘의 리뷰는 이 대화로부터 시작해볼게. 내용을 척 봐도 지호의 감정이 격앙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지호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참으려해봐도 정인이 보고 싶어 도서관에 무턱대고 찾아왔는데 그 달콤한 순간마저 기석의 출현으로 방해받고 도망치듯 후다닥 밖으로 나온 상황이야.


비참함까지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아. 저 여자가 뭐라고 내가 여기서 도둑처럼 이러고 있나. 그런데 좋아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지. 그런데 정인에게서 전화가 와서 여전히 자신을 친구라는 틀에 가두려는 그녀의 말을 듣고 말아. 여기서 지호가 빡친 것 같다. 이미 친구가 아닌데 자꾸 친구 친구 하니까. 그래서 정인에게 강하게 말한 것 같아.


다시 못 돌아가 이렇게 말한 뒤 전화가 끊길 때 지호는 또다시 무척 괴로웠을 거야. 사랑의 약자는 자신이거든. 그런데 뒷일도 생각하지 않고 질러버렸단 말이야. 이대로 정인과의 관계가 완전히 끝나버리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겠지. 그렇게 지호는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길을 건너는 중 정인과 기석을 보게 되지. 정말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상황. 아마도 지호는 울고 싶었을 거야.


부모님 집으로 간 지호는 잠든 아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미친 놈이지. 결혼할 사람 있는 여자 뒤꽁무니나 쫓아다니고. 그것도 애아빠가. 근데 마음을 어떻게 정리해야 돼. 잠깐 봐도 좋아 미치겠는데. 전화에 대고 그렇게 말했으니 정인씨가 이제 날 아예 안 보려 하겠지. 정말 미치겠다... 이런 생각등을 했겠지.


심란해죽겠는 지호는 아버지와 소주를 마시지.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나 걱정스레 쳐다보는 아버지에게 지호는 이렇게 말하지. 아무 일도 없어요. 은우는 제가 잘 키울 거예요. 저 잘 살고 있어요. 이렇게 너덜너덜한 내면을 포장하듯 말해. 참 나, 지호 속도 보는 시청자 속도 썩어 문드러지는구나.


정인과의 통화가 그렇게 끊어지고 지호의 멘탈은 가출하지. 약국에서 멍하게 바깥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점심도 잘 안 먹고 정인이 있는 도서관에 가고 싶다는 은우에게 짜증을 내지. 그러다가 영주가 약국을 방문한 덕에 정인의 소식을 들을 수 있게 돼. 좋아하는 티를 낼 수 없어 많은 질문은 하지 못하고 그저 잘 지내냐는 것만 물어볼 수 있었지. 이렇게 지호는 하루하루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시간동안 정인은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기석이 정인을 오피스텔까지 데려다주고 나서 넌지시 올라갈까 했을 때 정인은 이게 ㅅㅅ를 하고 싶다는 표현인 걸 알아. 그래서 쏘아붙이지. 나를 정기적인 잠자리 상대로 생각하냐고. 기석은 싫다는 정인의 태도에 빈정이 상하고 정인을 내려준 뒤 휙 떠나버려. 


지호에게 끌리고 기석과는 스킨쉽도 싫은 상황, 너무도 극명한 마음의 움직임을 깨닫고 정인은 서인에게 전화를 걸어. 기석 오빠 배신하면 안 되겠지. 이에 서인은 정인이 네 행복만 생각하라는 현명한 조언을 해줘. 정인은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둘러대지만 아마도 서인의 충고가 정인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 같다. 


오래 사귀었다고 꼭 결혼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스킨쉽이 싫은 사람하고 어떻게 결혼을 하지. 꼭 지호가 출현해서 정인이 기석을 정리해야 한다기보다는 기석은 정인에게 맞는 짝이 아닌 것 같아. 시월드도 그렇고 기석이 정인을 대하는 태도를 봐도 그렇고.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상황은 아니지.


정인은 영주를 통해 지호가 자신의 안부를 물어봤다는 소식을 듣고 그 사람이 다른 말은 안 했냐고 재촉하듯 묻지. 그리고 편의점에 간 지호가 도시락을 샀다는 걸 듣고 재인과 함께 간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들었다 놨다 해. 버스를 타고 가 지호의 약국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하고 지호가 들어왔나 빌라 3층을 쳐다보기도 하지. 마음은 이미 다 갔는데 모험을 할지 말지 확신이 없는 상태로 보여.


그러다가 재인의 플레이로 정인은 지호의 약국에 가게 되는데 '문 열었다'는 문자를 받고 엘리베이터까지 뛰어가는 정인의 뒷모습이 왜 이리 생동감 넘치고 사랑스러운지. 기석을 만나러 갈 때 정인은 표정도 없고 발걸음도 무거운데 지호를 만나러 갈 때는 뛰어가고 단발머리마저 팔랑거려. 아무래도 정인이 짝은 지호인 듯.


약국에서 만난 두 사람, 지난번 거칠었던 통화와 달리 '교양이 부족하겠네요', '영양이 부족하겠네요' 이런 대화를 나누며 잠시 화기애애한 순간을 보낸다. 일을 마치고 나가려는 정인을 향해 지호는 '보고 싶어서' 이렇게 말하고 진심을 전하려 하지만 바로 옆 공사장 드릴 소리때문에 말이 여러번 끊기고 말지.


이 부분이 의외의 전개였는데 공사 소리때문에 대화가 끊길 때는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가 오히려 이것때문에 분위기가 반전되서 정인이 피식 웃고 지호도 따라 웃었을 때 이런 방식도 좋은 전개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마도 작가님과 감독님이 뻔한 전개보다는 예상을 빗나가 한번 더 비틀어 보여주는 전개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타성에 젖지 않은 신선한 시도였다.


마지막에 좋아하는 마음을 정인씨한테 들키지 않는다는 그 말,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네. 이미 좋아하는 걸 아는데 어떻게 좋아하는 마음을 안 들키지? 그만큼 정인의 곁에 있고 싶은 지호의 마음이 절박한 걸까? 둘이 솔직하게 말하면서 앙금을 푸는 장면은 좋았지만 지호의 마지막 말이 아리송하다. 마무리는 적어둔 대사로 할게.


약국에서 나온 두 사람, 드라이브를 하다가 지호, 벚나무 근처에서 차 멈추고


- 지호 : 난 정인씨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 정인 : 안 그래. 난 지호씨를 알게 되서 참 좋아요. 좋은 사람이잖아.


- 지호 : 아닌데. 지금 나쁜 마음 먹고 있는데. 어떤 것도 바라지 않을테니까 정인씨만 볼 수 있게 허락해줘요. 절대 안 들킬게요.


- 정인 : 그건 아냐. 지호씨 마음은 알겠는데...


- 지호 : 정인씨한테... 정인씨한테 안 들킨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