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각서라는게 아무 쓸모가 없거든요.
다 알아요. 법적으로 무슨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법정에 갈 정도 되면 그 전에 이미 답 나온 거고. 그런데 계속 쓴다 이거예요. 왜 그럴까요?
그건 말이죠. ‘주도권 싸움’ 때문이예요.
내가 너를 버릴 수 없다. 니가 나를 버릴 수 없다.
두 가지가 기정 사실일 때가 있죠.
그런데, 상대방이 ‘니가 뛰어봐야 나 못 버리지’라는 걸 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포기하고 살아요? ㄴ ㄴ
마치 내일이라도 너 버릴 것 같은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각서 써. 안그럼 죽을 줄 알아’
이 말을 번역해볼까요?
‘나는 니가 너무 좋아. 니가 맘에 안든다고 절대로 너를 버릴 수 없어. 그렇지만, 니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나를 잃을 수도 있다는 긴장감을 나는 계속 주고 싶어. 너를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얼굴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게 바로 각서의 존재 이윱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쥴리엣이 이런 말을 합니다.
로미오를 보고 한 눈에 반한 후에 한 독백이죠.
‘오. 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방법을 알려다오.’ 뭐. 디테일은 다 틀릴 겁니다. 뇌피셜이니까요.
어쨌든. 뭔말인지 알죠?
그게 바로 각서라 이겁니다.
그래서 각서는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각서 하나 남깁니다.



각서.
저 입니다는 다시는 입니다를 쓰지 않겠습니다.
2019. 7. 12.
입니다(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