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비가 오고, 갑자기 멈췄다 또 오고 그러는 밤입니다.
비가 오면 갑자기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떠오르곤 하는데요, 그 때 떠오르는 것은 마치 화장한 후 뼛가루를 응축해서 만든 단단한 돌처럼, 아주 작지만 전체를 담고 있는 것인데요. ‘봄밤’이라는 제목이 바로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온갖 감정이 그 속에 들어있는데요, 정체가 뭘까 생각해보면 ‘사랑’입니다.
그런데 그 ‘사랑’이 품고 있는 것은 너무 많아요.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랑할 수 있는 용기, 사랑의 아름다움, 그 순간이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아련한 슬픔, 세세하게 남은 추억과 그것을 간직할 수 있다는 뿌듯함. 함께 보낸 확실한 근거들. 달력에 표시된 날짜와 시간들. 등등.
비가 오니까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빗소리는 사람을 차분하게 해 주니까요.
어딘가에서 빗소리를 함께 듣고 있을 갤러들에게 괜히 말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듣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