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해왔던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더 깊이 몰입했던 것인지.

▶작품마다 그때그때 달랐던 것 같다. 이번에는 좀 깊이 들어갔다. 의도하고 그런 것은 아니고 하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더 깊이 들어갔었나 보더라. 작품이 끝나고 나니까 알겠더라. 홀가분한 기분이 아니었다. 그게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거의 캐릭터의 인생을 체험하게끔 상황을 만들어주시니까 그런 것 같다. 글도 워낙 좋아서 푹 빠지게 됐다.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에서 롱테이크신의 긴 호흡을 경험해본 느낌은 어땠나.

▶감독님은 그런 긴 호흡 안에서 뭔가를 찾아내시는 것 같다. 관객으로서 감독님 작품을 보면 관객이 스스로 생각할 여유를 준다고 해야 할까. \'이건 이거다\'라고 강하게 박히는 느낌이 아니라 관객들이 그 작품을 들여다보게 하고 뭔가 스스로 생각해보게 만든다. 설명으로 전달하지 않고 관객이 직접 느낄 수 있게끔 하시니까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다. 배우들은 정말 리얼 타임으로 연기한다. 전화 같은 것도 실제로 한다. 실제로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통화한 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묘한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다.

-권기석을 비롯해 이태학, 남시훈, 권영국을 통해 그려진 남성상으로 \'봄밤\'은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배우로서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나.

▶그런 세계관의 구축은 이미 글로 완성이 돼 있다고 생각했다. 저는 최대한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했다. 제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기석이를 예를 들자면 \'나쁜 놈이다, 착한 놈이다\' 이런 생각 자체를 안 했다. 기석이 마음을 헤아리려고 했다. 잣대를 미리부터 나눠서 기준을 내리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석이를 이해하려고 했을 뿐이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전해졌을 때 보시는 분들마다 다르게 보실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배우는 생각을 규정을 짓고 연기해버리면 편협해지는 것 같다. 해석도 일관되게 나오고 작품도 재미가 없어진다. 인간은 복잡, 미묘해서 딱 이렇다고 정의내리기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의 모습을, 인간다운 모습을 담아내는 게 좋은 것 같다.

-일부 시청자들은 권기석의 감정에 이입해 바람을 피우는 정인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는지.

▶그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작품을 보시고서 해주시는 하나하나의 의견들이 다 일리 있고, 맞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한 부분이지만, 이 드라마가 답을 주는 드라마가 아니라 질문을 주는 드라마라고 봤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이야기를 드라마를 통해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 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답은 없다. 물론 선택에 의한 결과는 있을 거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해보고 생각해보고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 같다. 세상에 모범답안으로만 이뤄져 있어면 편하겠지만 애매모호한 답 투성이다. 명쾌하게 떨어지는 게 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매모호한 질문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N인터뷰]③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