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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벽에 부딪힌 두 사람, 말이 없다.

차창 밖에 시선을 고정한 정인과
그런 그녀를 힐끗 보는 지호. 

정인은 '난 이제 어떡해야 하지?'를,
지호는 '어떻게 해야 힘들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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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 먼저 말을 꺼낸다.

그만해야겠어요.

(?)

오는 내내 생각했어요. 이대로 가다간 정인씨도 한순간때문에 많은 걸 잃게 되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이 따라올거에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하는 말 아니에요. 내 이기심이야.

->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지호가 과거에 은우 엄마와의 일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자꾸 떠올라 맘이 아프다.
실패한 연애의 끝은 쓰디 쓰다. 그 고통을 다신 겪지 않으려고
웅크리게 되는 보호본능을 그는 이기심이라고 하는 듯하다.

(지호를 본다.)

더 솔직히 말하면.. 다신 없을 줄 알았던 감정들, 내가 취했었어요. 앞뒤 없었어. 갈수록 못나고 못된 생각만 커져. 더하면 꼴만 우스워질 거 같애.
-> 지호는 정인의 도서관을 찾아갔던 날 기석을 보고 도망치며 느꼈던 비참함과 초라함을 떠올리며 좋아하는 감정을 접으려 한다.

뭐가 되든.. 어쨌든 그럼 난 어떡하냐니까?

-> 정인은 계속 따진다. 지호만 감정을 정리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그녀도 그를 좋아한다고. 근데 왜 그는 마치 짝사랑하다 마음 접는 사람처럼 얘기하는걸까?
몰라. 내가 죽겠는데..

그런 거짓말에 내가 지금 넘어갈 거 같아요?

-> 좀전까지만 해도 정인을 볼 수만 있게 해달라던 지호가 갑자기 그녀를 좋아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그만하겠단다.
누군가를 궁금해하고 좋아한다는 거,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그런 감정을 품고는 힘드니까 그만해야지, 그렇게 맘 먹는다고 쉽게 정리가 되는 거면 지금 이 둘이 이렇게 차 안에 있을까?
넘어가줘요. 부탁하는거야. 나 좀 도와줘요.

-> 지호가 정인을 밀어낸다.
또다시 힘들고 싶지 않은 거다.
이 상태로는 그녀가 그를 붙잡을 수 없다는 걸 느낀다.


정인이 지호와 우리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우선 두 가지다.
첫번째는 오랜 연인인 기석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
두번째는 비혼부인 지호의 처지를 수용하는 것,

둘 다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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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수업 들으러 온 엄마를 만난 정인,

엄마.. 결혼은 어떤 사람이랑 해야 돼?

왜? 기석이하고는 영 아닌거야?

(입만삐죽)

싸우다 든 정이 더 무섭다 너~ 쉽게 못 끊어네..

에이, 누가 헤어진대..
어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사람 맘이다.


-> 자기자신의 맘도 그렇고 다른 사람 맘까지도 마음대로 안 된다.
혼부이자 남친의 후배인 지호를 좋아하게 된 정인도, 선배 여친인 정인을 좋아하게 된 지호도, 그녀가 6회에서 헤어지자고 말했는데 16회까지 나온 기석도 모두 뜻대로 안 되는 마음 때문이다.
문득 봄밤은 사람 마음에 대한 드라마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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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기석의 본가에서 정인과 영국의 대화

기석오빠한테 더이상 마음이 없는 거 아시잖아요?

마음은 확신하는 게 아니야. 언제 바뀔지 몰라~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또 알아? 정인양이 말한 예전보다 훨씬 더 못마땅해하게 될지..


다음 날, 칼국수 집에서 정인과 영주의 대화

영주야 너도 사람 마음은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뭐.. 너만 봐도 알지. 권기석이랑 헤어진 이유가 뭔데..
하.. 안 변하는 거는 인간 자체야. 상황에 따라 슬쩍 달라지는 거지, 타고난 건 어디 안가드라.


그리고 정인과 지호가 골목길을 걸으며 나눈 대화

다시는 기석 오빠 안 봐줄 것처럼 얘기해놓고..

이 정도는 봐줄만해.

조였다 풀었다, 인내심이 강한 거야, 너무 자신만만한거야?

이정인을 믿는거지.

사람 마음은 변하는 거라던데.. 물론 나도 그래봤고..

날 만나서 그런 건 아니잖아요.

이건 자만이다~

(웃으며) 이런 자만은 적극 권장해야지.


29-30회, 정인과 지호의 카페 대화

정인씨가 말한대로 내 과거때문에 내 상처 때문에 안 그럴려고 해도 자격지심이 없을 순 없잖아. 그래서 나도 모르고 있던 불안이 나온 거 뿐이야. 단순히 그런 거라니까?

내가 그래요. 나는 만났던 사람을 배신했고, 그걸 지호씨한테 고스란히 보여줬잖아.

억지야.

지호씨처럼 나도 자격지심이야. 알아.. 나를 전혀 믿지 못하는 건 아니란 걸 아는데.. 알면서도 마음이 불편해요.

내 마음을 열어서 보여줄 수 있었음 좋겠어. 난 이정인이 너무 아까워서 밀어냈던 사람이야. 그렇게 생각했던 여자가 나한테 올려고 그렇게 힘든 고생을 했는데, 내가 그 마음을 의심했다는 게 말이 돼?

지호씨가 아니라.. 내가 날 의심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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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은 그날 저녁, 기석이 또 결혼 얘기를 꺼내며 오기를 부리자
그동안 꾹꾹 쌓아뒀던 감정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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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원치 않는 걸 뻔히 알면서 결혼 얘기에 신나하면, 그게 제정신이니? 넌 그럴 수 있어?

-> 정인이 그동안 기석과의 결혼을 내켜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거였다.
그 전까지는 기석 정도면 나쁘지 않잖아? 외부적인 조건도 좋고.
오래 연애하면 서로 익숙해져서 부부 같아지고 그런거지,
하는 생각에 결혼에 회의적인 정인이 솔직히 다 이해되지 않았는데
그녀가 지호때문에 기석과 헤어지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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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이라도! (울컥) 나한테 미안했던있긴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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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을 해달라고 애원하길 했어, 결혼해달라고 매달리길 했어?
이 마음 하나 알아주길 그거 하나 바랬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알았어, 알았어. 나 이제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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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빤 처음부터 알았고,
까지 묵인하면서 태연하게 지금까지 왔어.
날 제일 아프게 하는 게 그 부분이야.

-> '결혼은 어떤 사람이랑 해야 돼?'란 질문에 대신 대답해주고 싶다.
응, 기석은 아니야.
여자 맘 몰라주는 남자는 결혼해도 평생 '남' 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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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은 홀로 벚꽃잎이 날리는 밤거리를 걸으며 깨닫는다.
지난 4년 간 기석과 만나면서 생긴 문제들로 혼란스러웠다면
이젠 더이상 회피하지 말고 부딪혀서 해결해야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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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온 정인은 옷을 갈아입을 힘도 없다.
소파에 기대 누워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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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기석과 전쟁을 시작한 날,
지호는 퇴근길에 정인과 함께 갔던 카페 앞에서 멈춘다.
그녀를 생각하지 않으려해도 이미 그의 일상에 각인되어 있다.
잠 못드는 밤,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그만해야겠다고, 도와달라고 말해놓고
그녀에게 먼저 연락할 수도 없으니 마냥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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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정인 생각에 밤잠을 설쳐놓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출근한 지호는
약국에 들어선 첫 여자 손님의 '술 깨는 약 좀 주세요.'란 말에
겨우 추스린 마음이 와르르 무너진다.


정인은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기석과 헤어질 건 아니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더이상은 예전처럼 그를 만날 수 없다.
드디어 영주에게 솔직히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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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하고 헤어지려고.
약사가 그 정도였어? 지금껏 버틴 연애를 버릴만큼?

-> 영주는 약사와 정인 사이를 매우 수상하게 여겼지만 정인이 말할 때까지 더 캐지 않고 기다렸다. 영주가 놀라는 거 보면 오랜 연애로 권태기에 빠진 친구 정인에게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약사란 존재를 짐작했나보다.

그것때문만은 아니야. 안 믿겠지만..

믿어. 니 연애 응원했던 사람이 아니라.. 근데 이거는, 남친 배신때리겠다는 거잖아.

-> 정인의 연애가 재인이 눈에만 후져보이는 게 아니었나보다.

시기가 맞물렸을 뿐이야.

억울해도 그게 배신이야.

-> 영주는 앞으로도 계속 정인에게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평가와 조언을 해준다. 이런 친구가 있는 정인이 부럽다.

헤어지지마?

아이그.. 마음에 딴 남자 품고 몸만 가있을 자신 있으면..

-> 영주는 핵심을 잘 집는다. 연애 상담의 내공이 고수인 듯.

하아..

너 못 헤어져. 아니, 니가 못하는 게 아니라 니 남친이 못 놓을거다.

존심 강해서 그럴 사람 아냐.

들키면? 야, 그 자존심에 지가 딴놈한테 밀렸단 거 알아봐라. 순순히 놔주걶냐?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자기 대학 후밴데? 가능성 제로 본다.
아니, 내가 6년을 만나고도 어떻게 헤어졌는데.. 서로에게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어. 야, 만약에 제 3자가 거기 있었으면 지금까지 전쟁이었을걸?

하아.. 전쟁이건 말건 더이상 못 만나.

-> 여태껏 관성으로 버텨온 기석과의 관계 정리,
정인이 첫 번째 벽을 넘기로 결심했다.

아니, 그 약사는 뭐 기다리고만 있는다니?

그 사람고도 못 만날거야.

남,남친이랑 헤어져도 안 만날거라구?

자신이 없어. 그 사람 옆에 있을 자신이..

-> 정인은 아직 두 번째 벽을 넘을 자신은 없다.

잠깐만, 나 지금 전혀 이해를 못했어. 응?

(잠시 망설이다) 나중에..

(들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으며) 어후, 손 떨려..

-> 눈치 백단에 연애상담 고수인 영주조차도
정인이 자신없어하는 이유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절친에게도 말 꺼내기 어려운 핵폭탄 급 비밀인가 싶어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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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은 기석을 만나 헤어지자고 말하려 하지만,
그는 눈치를 챘는지 약속이 있다며 만남을 피한다.

퇴근하면서 지호를 떠올린 그녀,
조심스레 전화를 걸어보지만 그는 받지 않는다.
궁금한 마음에 그의 집 앞에 와보니 3층 베란다 불이 켜져 있다.
집에 있구나 싶어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안 받는다.
뭐지? 이젠 전화도 피하나 싶어 화가난다.
그녀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진다. 
가서 따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