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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석에게 걸려온 전화에 대고 헤어지자고 말하는 정인.
옆에서 듣고 있으면 그녀가 불편할까봐 지호는 현관 밖으로 나간다.

너 할 수 있어?

내가 우습니?

기석은 정인에게 수도 없이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막상 그녀가 먼저 그 말을 꺼내자 진심이라고 믿지 않는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을 떠나지 못할 거라고 자신한다.
기껏해야 남의 돈 만지는 노총각이면서 부모님 재산을 등에 업고
그동안 그녀에게 얼마나 갑질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이유 없이 헤어지자, 그럼.

정인은 기석네서 무시받는 걸 핑계로 헤어지자는 게 아니다.
기석이 그동안 그녀에게 보인 태도 때문에 맘이 상하고 지친거다.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건
은행에서 대출 심사하듯 조건을 만족시켜야 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이 시켜서 몸이 움직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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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이번 일은 지호씨하고 별개의 문제예요.

이런걸 뭐라고 해야 하지? 마음에 있는 사람이 연인과 헤어진다는데 마냥 좋지만은 않은거.. 모르겠네.. 이게 무슨 느낌인건지..

내가 더 귀찮게 할까봐 겁나는 거 아냐?

(서로 마주보며 피식 웃는다.)


정인은 지호 때문에 기석과 헤어지려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호는 생각이 많아진다.
그는 아직도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여긴다.
그녀가 기석을 버리고 자기한테 왔다가 실망할까봐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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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볼 때 뜸금없고 때론 황당하기도 한 거 알아요. 지나치단 생각 할 때도 있었을거고.. 돌이켜보면 언제부터 시작된건지 모르겠는 혼란속인데, 빨리 정리할 노력보다는 피하고 싶단 생각만 있었던 거 같애요.

-> 오래된 연인이 잘 만나다가 갑자기 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사소한 듯 보이는 틈이 하나 둘 생기면서 안으로 안으로 깊어지다가
한 순간 가해진 작은 충격에도 쩍 하며 갈라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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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정인과 기석의 대화
오빠도 인정했었지. 안일했었다고. 헤어진다는 생각 못했다고. 아니? 그것도 사실은 날 무시했던 거야. 지까짓게 화내봐야 내일 만나서 대충 얼러주면 또 풀려. 그 뻔한 속내를 알면서 대충 넘기고, 못 이기는 척 맞춰주는 게 사랑인 줄 알았던 내 자신이 한심해서 죽을 지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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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만만한 게 유지호였고?

-> 정인은 우연히 만난 지호에게서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느낀다.
그의 말 한 마디, 그녀를 보는 눈빛과 표정, 작은 행동에도
함께 있는 그녀를 신경 쓰고 배려하는 착한 마음이 담겨 있다.
좋은 사람..
그래서 그녀는 그가 자꾸 생각나고 보고싶었나보다.
톡으로 해도 될걸 굳이 만나자고 하고 찾아오고 전화하고 그랬나보다.

(본다.) 그래서 고맙다구..

-> 정인은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연애를 해왔는지 깨달았다.
지호 덕분이다.
이제라도 정리할 결심을 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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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를 보며) 되게되게 좋아하는 여자 있다면서요?

(영재 한 번 보고) 누가 그래요?

(영재를 거리키며) 얘가요.

(영재에게) 뭐라고 좀 해요. 한참 동생인데..

괜찮아요.

(지호에게)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그 분 매력이 뭐예요?

되게.. 바보 같아요.


굳이 말이 필요할까?
사랑에 빠진 남녀는 바보가 된다.
오직 상대방만 보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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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리알. 네.. 네..

아~ 은우, 일찍 자야 키가 쑥쑥 클텐데..

아빠보다 클거예요? 우와~ 그럼 빨리 자야지~

음~ 아, 공룡책 보고 있었어요? 우와~

(웃으며) 그래 은우야~ 꿈에서 만나요~

음~ 잘 잘 수 있죠? 이불 잘 덮고~ 알았어요. 곧 만나.

아빠도 일찍 예요.


정인이 은우랑 통화하며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근한 이불을 덮고 꾸는 꿈처럼 따뜻하고 달콤하다.
실패과 자책으로 비어둔 은우 엄마란 자리에 정인을 살짝 앉혀본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서 뭉클해졌다가
은우에게 못해준 게 미안해서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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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재인을 슬쩍 본다.
그리곤 지호 앞에 꽂힌 라끌렛 팬을 꺼내서 치즈가 잘 녹았나 확인한다.
지호도 같이 들여다본다.

소주잔을 든 지호, 영재를 쓱 보고 정인에게 시선을 옮긴다.
팬에 붙은 치즈를 떼는 정인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둘의 눈이 마주친다.
술이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