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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친구 현수의 약 심부름으로 은행 앞에 갔다가 기석과 마주친 지호.
깍듯이 인사하지만 입은 굳게 다문다.
기석이 여친과 약속이 있다고 하자 지호는 순간 몸이 굳는다.

'무슨 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그를 현수가 땡 해준다.
술집을 향해 터덜터덜 걷는데 기석의 시선이 느껴진다.
다가오뎌니 자기도 같이 가자고 한다.

'뭐지?'

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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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석; :그날 있었던 게 니네들이다, 이거지? (어이없어서 웃는다.)

지호: 죄송합니다..

기석: , 나한테 왜 죄송해?

지호: (기석을 탁 본다.)

지호는 며칠전 정인의 오피스텔에 영재와 함께 있었다고 말하고
기석에게 사과를 한다.
기석은 여친이 딴놈 만나는 줄 알고 꼭지가 살짝 돌았는
그게 니네들이었냐면서 어이없다고 실소를 한다.
지호는 기석이 자신을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는 태도에 마음이 상한다.


기석: 나와서 아는척하지 그랬어?

지호: 그러게요. 확 까놓고 얘기할걸..

기석: 근데 뭘, 뭘 얘기해?

지호: 뭐가 됐든요. 숨길 거 없이..


지호가 이날 술자리에서 기석을 자극하는 말을 한 이유를
후에 기석이 지호의 집 앞에 찾아온 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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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공원에서 지호와 기석의 대화

정인이와 내 사이가 쉬워 보였냐?

그런 생각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었음, 일부러 선배한테 들켰겠죠.

내가 눈치를 못 까고 있었던 게 아니야.

전혀 모르게 할 수도 있었어요.

근데, 너 왜 흘렸냐?

날 우습게 봐서요. 날 대하는 선배의 생각과 태도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무시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헸지만, 그건 사람을 죽여놓고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말하는 거랑 다를 게 없어요.

야, 허.. 그건 아니지.

그런 사람을 더이상 이정인이 만나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 됐고, 그래서 일부로 티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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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부인 자신을 우습게 알고 무시하는 기석의 태도에 화가 난 지호는 애꿎은 술만 계속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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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기석이 전화를 받는다.
정인이다.
벌개진 얼굴의 지호가 또 술잔을 채운다.

기석: 아, 니가 갑자기 이러니까 내가 당황스러워서 그러지~ 오빠한테 이렇게 빨리 오라고 보챈 적이 없었잖어. 알았어, 빨리 갈게 그럼. 어. 응~

현수; 형수님 만나러 가세요?

기석: 어, 집에 오라고 그러네?


고개를 숙인채 기석의 통화 내용을 듣던 지호, 표정이 굳는다.


'이정인, 뭐하는 거지? 그녀도 날 무시하는 건가?'


기석: 좀 안 좋다고 그랬잖아? 풀어볼라고 그러는 거 같애. 아무튼 미안하다.
현수: 미안은요, 데이트가 중요하죠.
-> 기석의 통화 말투가 상당히 다정하다(고 쓰고 느끼하다고 읽는다).
여친이 늦은 시간에 자기를 집으로 불렀다고, 그것도 빨리 오라고 보챘다면서 후배들 앞에서 일부러 허세를 부린다. 평소에 정인이 전화하면 왜 했냐고 무뚝뚝하게 받던 그인데.. 그의 무의식이 지호를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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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석: 아까 뭐 까놓고 얘기한다고 한 게, 진짜 할 말이 있어서 그런거야?
지호: 님 뭐 여자친구을 이리 오라고 하면 안되요?

현수: (지호 얼굴을 손으로 감싸서 눈을 본다. 심각하다.) 아이~ 맛이 갔네, 벌써. 취했어.


현수는 기석이 술집에서 나가는 걸 확인하자마자 지호에게 묻는다.

현수: 아, 뭔데? 뭐땜에 그러는데?

지호: (술잔을 들고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지호는 당장 정인에게 달려가고 싶다.
가서 따지고 싶다.
왜 나를 좋아하냐고
왜 나를 좋아해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이럴 줄 알고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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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는 은우에게 전활 걸어 묻는다.

'아빠 보고싶어?'

두 밤 자고 간다고, 아니 한 밤만 자고 간다고 약속한다.
오늘은 너무 취해서 은우에게 술 마신 걸 숨길 수 없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냐고 구박하는 은우 말에 그냥 웃는다.
기분 좋아서 마셨다고
아빤 괜찮다고,
아무 일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은우 말고도 보고싶은 사람이 있어 화가 나고 서글픈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