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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영재와 길거리 컵밥을 먹으며 그에게 지호의 여친에 대해 묻는다.
지난 번 술자리에서 정인과 지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뭔가 있는 거 같다.

왜 지호는 방에 들어가서 전화 통화를 하고,
언니는 따라 들어가더니 한참 있다 나온거지?
그리고 영재는 나를 그 방에 못 들어가게 했냐구?

재인: 혹시 유부남 아니야?

영재: 야! 무슨..

재인: 근데 왜 통화를 몰래 해?

영재: 솔직히 사람들 다 있는대서 사적인 통화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너는 외국생활 그렇게 오래 했다면서 그런 것도 모른다아..

재인: (영재를 본다. 왜 말끝을 흐려?)

영재: (한 번 더 변호한다.) 지호 걔가 유부남이면 언니 앞에서 통화를 했겠어?

재인: 뭐야?

영재: 아, 그렇지 않냐고.

지호가 사적인 통화를 하는데 정인과 같이 있었다는 게 더 수상하다.

재인: 우리 언니랑 수상하지?

영재: 어. 아니, 아니야  근데 그럴 리가 없잖아. 남자친구 있는데..

재인: 아니, 그건 그런데..
그러고보니 이상한 게 한 둘이 아니다. 지호는 왜 밤늦은 시간에 정인의 오피스텔 앞에 차를 대고 서 있었고, 같은 시간에 정인은 왜 오피스텔 1층 로비에 있었을까? 둘이 같이 있다가 헤어진 거였나?

지호가 방에서 아들이랑 통화하는데 정인이 같이 있었다. 그녀가 은우의 존재를 아는건가? 어떻게?

기석이 나타난 후로 술은 마시는 둥 하면서 계속 바깥만 신경쓰던 지호. 정인이 기석과 사이가 안 좋은 게 혹시..?

재인과 영재가 정인과 지호, 둘 사이를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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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의 퇴근 시간, 엘베 앞에 선 그녀를 영주가 뛰어오며 부른다.

영주: 이정인! 결판내러 가는거지?

정인: 다음에 보재.

영주: 하아~ 니 남친 약사 눈치챈 거 아냐?

정인: (설마)

영주: 야, 안심하지 마~ 그리고 말했지만 혹시라도 승질난다고 불지마라, 진짜~ 전적으로 약사땜에 헤어지는 거 아니라며. 그럼 더 하지 말아야지.

정인: 혹시라도 진짜 들키면.. 더 힘들어질까?

영주: 야, 머리채 붙들고 싸울 일 있어? 셋이서?

정인: (피식 웃는다.)


영주의 조언과 걱정을 들으며 정인은 애써 웃어보지만 마음이 무겁다. 지금도 힘든데 더 힘들어지면 어쩌지? 지호가 마음을 더 닫아버릴까봐 걱정이다.


오피스텔 앞에서 영재와 재인을 마주친 정인, 간단히 인사하고 먼저 들어가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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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언니! 언니 남친 약사 만나고 있대.

정인: (놀라서 영재와 재인을 번갈아본다.)

기석과 지호가 함께 있다니, 무슨 일이 터질 거 같아 불안하다. 그래서 나와의 약속을 깬건가? 뭔가를 눈치채서?

재인이 집으로 들어오며 언니에게 따진다. 
재인: 약사랑 뭐야? 솔직히 말해. 뭐냐고?

정인: 뭘?

재인:  약사가 좋아한다는 여자 언니지?

정인: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재인: 어후.. 진짜..

재인: (파에 앉아 정인을 보며) 언니도 좋아하는거야?

정인: (앞을 보고) 재인아.. (재인을 보며) 좋아해.

정인은 재인에게 솔직해지기로 결심했다. 지호와 기석이 같이 있다는데 혹여 지호가 상처입을까 오직 그만 걱정되는 걸 보면 더이상 자신의 마음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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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은 재인의 코치대로 기석을 집으로 부른다.

'지호는 잘 들어갔을까?'
'기석을 집으로 부른 걸 가지고 오해하면 어떡하지?'

재인은 술상을 준비하다 안절부절 못하는 정인을 소파에 앉혀 진정시킨다.


재인: 건배~ (와인잔을 부딪히며) 나 때문이니까 이제 오해하기 없기에요.

기석: 아이, 무슨 오해를 해? 나, 너무 어이없어가지고 한참 웃다 왔다니까? 지호인 줄 알았으면 진작에 안심했지. 괜히 정인이 슬쩍 의심까지 했다니까?

재인: 잠깐만, 뭘 안심해요?
   
기석: 아, 그게..

정인: 오빠!

기석: 아 뭐 어차피 재인이도 알게 될건데 뭘.. 아, 지호한테 애가 있거든. 근데 지호 혼자 키워.

재인: (놀라서 정인을 본다.)

정인: (재인의 눈치를 본다.)

기석: 근데 나 오기전에 지호가 날 엄청 붙잡더라? 차라리 너를 그냥 그쪽으로 오라 그러래? 웃기데, 걔..

정인: 취했나보지.

기석: 그렇겠지? 아님 이상한거고.

재인: (분위기 바꾸려) 암튼, 그날 일은 다 잊어버리는 거죠?

기석: 아, 얘기했잖아. 얘기할 가치가 없다니까? 지호라며?

재인: 그건 좀 아니다.

기석: 응?

재인: 애가 있는 게 그 사람을 평가하거나 인정하는 기준이 될 순 없죠~ 염두에 둘 가치조차 없다는 표현은 지나친 거 아닌가?

기석: 아.. 아이, 그런 뜻이 아니고.. 아.. 나 또 미치겠네..

(기석 말투까지 넘 짜증나네. 자기 잘못 인정안하고 남탓하는 기석. 끝)


재인은 기석에 대해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정확히 파악했다. 그가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줄세우는지, 자존심 때문에 지호를 더 무시하고 부정한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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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기석을 배웅하고 집에 들어와서 재인의 눈치를 본다.) 실망했어?

재인: (부엌에서 음식을 치우며) 했지.. 언니 남친한테.

정인: (? 재인을 본다.)

재인: 유지호씨 많이 아팠겠더라. 언니가 잘 위로해줘~

-> 지호는 좋겠다. 재인이같은 처제가 있어서..


정인: 오히려.. 위로는 내가 받고 있었어.

-> 정인이 기석과 현관 앞에서 다툰 날, 지호가 나가면서 그녀의 팔을 쓰다듬어 주었다. 본인도 심란하고 불편했을텐데 속상한 그녀를 먼저 위로해주던 그에게 고맙고 미안한 정인이다.


재인: 어떻게 할지 결정했어?

정인: (걱정할까봐 말을 못한다.)

재인: 나는, 언니 선택 존중할거야.

정인: (재인을 보며 눈물 글썽, 고맙다.)


재인이 지호를 부르는 호칭이 '약사'에서 '유지호씨'로 바뀌었다. 재인은 처음부터 지호에게 호감과 매력을 느꼈고 그런 그가 자기 언니와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니 다행이다. 정인이 이제라도 후진 연애를 때려치고 진정한 사랑을 찾기를 바란다.


재인: 간만에 한 번 안아줄까?

정인: (재인 품에서 어깨에 기대며 울컥, 눈물이 난다.)

재인: (더 꼭 안아주며 웃는다. 토닥토닥)
정인아, 재인이에게 한달동안 '죽을래', '못살아'하며 눈 흘기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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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약국 지호와 도서관 정인이 통화한다.

지호: 정말 괜찮다니까..

정인: 하.. 그 말만 벌써 네 번째야.

지호: 진짜니까. 좀 화가 난 건 사실인데, 정인씨가 왜 그랬는지 결국은 다 날 위해서 그랬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다 풀어버렸어요.

정인: 전화라도 해서 화내지..

지호: 후회할 짓을 왜 해..

정인: 지호씨..

지호: 응?

정인: 미안해요. 좋아해서...

지호: (입꼬리가 쓱 올라간다.) 좋은 아침이네.

정인: (미소띄며)  굿모닝~


정인이 처음으로 지호에게 사과한다.
미안하다고.
그리고 또 처음으로 고백한다.
좋아한다고.

솔직해진 그녀가 그는 참 좋다.
그와 그녀는 부정과 망설임의 시간을 지나 진심의 섬에 도착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이 곳에서
이제껏 걸쳐왔던 거짓을 벗어버리고
흔들림없이 사랑을 키워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