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빠랑 도서관에 왔다.

선생님 보러 간다.

아이 씐나~~~~~



아빠가 공룡 스티커를 잔뜩 사줬다.
선생님이 나한테 공룡책 줬으니까, 이번엔 내가 선생님한테 선물해야겠다.
음.. 선생님은 어떤 공룡 좋아할까?
지호: 아빠 다 먹으면 치울거야~

은우: (자리에 앉아 콩나물국 한숟갈 떠서 오물오물~)




지호: 공룡책 말고 다른 거 보고 싶은 거 없어?

은우: (야무지게 콩나물 씹으며) 음.. 선생님!


지호: 선생님 오늘 안 나오신다니까?

은우: (믿을 수 없다.) 근데 왜 왔어?

지호: 여긴 책 보는 데니까.

은우: (아빤 내가 책 보러 여기 온 줄 알아? 칫~)



은우: (콩나물이 안 삼켜진다.) 물, 물줘.

지호: (젓가락 내려놓고 일어서며) 어, 잠깐만~

지호는 오랜만에 은우와 함께 정인의 도서관을 찾았다.
혹여 그녀가 부담을 가질끼봐 일부러 그녀가 쉬는 주말에 맞춰 왔다.
근데 은우는 선생님이 없다고 삐쳐서 밥도 먹는둥 마는둥이다.
공룡스티커 사주니까 '아빠 최고!' 해놓고, 그때뿐이다.



정수기 쪽으로 가다가 식사하러 온 영주와 마주친다.

영주: (식판 든 채로 지호 앞에 서서) 어, 안녕하세요~

-> 약사다. 또 왔네?


지호: (아.. 고개 숙여 인사만)

-> 어떻게.. 맞다. 정인씨랑 같이 일한댔는데..


영주: 정인이 오늘 쉬는 날인데..

-> 정인이랑 엇갈렸나? 무작정 온건가?


지호: (당황하며) 정인씨 보러 온 거 아닌데.. (은우를 본다.)

-> 정인씨 보러 온줄 아는구나.. 은우를 뭐라고 소개하지?





영주: (지호의 시선을 따라가다) 아~ 조카 데리고 오셨구나. 그래도 이왕이면, 정인이 있는 날 오시지..
-> 주말에 조카랑 놀아주는 삼촌이라니, 다정도 해라. 아님 혼자 도서관 오기 뭐해서 조카랑 왔나?


지호: (영주를 빤히 본다.)

-> 조카, 아, 모르는구나. 정인씨가 친구한테 은우 얘기까지 하진 못했겠지. 사실대로 말하면 정인씨 곤란해질텐데.. 난감하다.





영주: 아, 맛있게 드세요~ (인사하고 간다.)
-> 오지랍인가? 뭐 알아서 하겠지.


지호: (민망해서 억지 미소띄며 꾸벅) 네.

-> 언젠가 알게 될텐데... 하필 오늘 마주쳐서...





정수기 쪽으로 가서 컵을 들고 은우쪽을 돌아본다.

-> 은우 잘 앉아있나? 영주씨가 은우에게 말을 걸진 않겠지? 아들을 숨기고 싶지 않는데 차마 말을 못한 지호는 맘이 편치 않다. 은우한테도 영주씨한테도 잘못한 거 같다.



어린이열람실, 주말에 아이를 데려 온 아빠는 지호 혼자다. 사람들은 그가 혼자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조카냐고 묻고, 아빠라고 하면 엄마 어딨냐고 묻고, 엄마가 없는 걸 알고 나면 다들 그들 부자를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본다. 이혼헸냐 사별했냐까지 대놓고 물어보는 어르신들도 있으니.. 그는 은우에게 엄마의 빈자리를 안 느끼게 해주고 싶지만, 괜한 자격지심에 아빠의 역할도 다 못해줄 때가 있어 미안하다.
은우가 처음 보는 또래들과 금세 친해져서 잘 어울리니 다행이다. 이제 선생님 생각은 잊었겠지. 흐뭇한 미소로 아들을 보며 열람실 밖으로 나가는 지호.



지호는 정인의 숨결과 손길이 담긴 도서관 곳곳을 거닐다가 그녀와 눈 맞춤을 했던 열람실로 들어간다.

'아, 여기 그림도 걸려있네.'

그땐 그녀 만날 생각에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었다. 일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참 예뻤는데.. 설레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했던 장소가 오늘은 왠지 허전하다. 그녀가 없어서인가..





복도로 나온 그는 게시판에서 그녀가 그를 떠올리며 만든 행사 포스터를 발견한다.

'뜻밖의 그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정인씨와 나는 뜻밖의 인연으로 우리가 되었구나.
그녀는 나를 만나 행복할까?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까?
잘...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