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회, 정인과 지호는 절친들과의 술자리에서 그들의 디스와 폭로에도 굴하지 않고 애정을 굳건히 지켰지만, 그녀의 집 앞에는 더 큰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지호는 정인에게 기석과의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냐면서 얼마든지 기다리겠다고 하며, 괜히 까불다가 소중한 그녀를 잃어버릴까봐 매일 매일 보고 싶어도 꾹 참아왔다. 그런 그가 그녀와 편한 술자리를 갖고 기분 좋게 취해서 배웅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그녀 집 앞까지 온 거다.

연애 초기, 연인과 술 마시고 헤어질 때의 경험을 한 번 떠올려보자. 헤어지기 아쉬운 맘에 서로 맞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집앞까지 갔다가 다시 택시정류장으로 갔다가 다시 집앞으로 왔다갔다를 반복해본 적 있는가? 오직 상대방만 보이는 마술에 걸린 연인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달한 밤을 보낸다.
이 순간만큼은 정인과 지호 둘 다 현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서로 애정을 담뿍 담아 눈맞춤하며 설레고 행복했는데, 찬물을 확 끼얹듯 갑작스레 등장한 태학으로 인해 이들은 급하게 현실로 복귀한다.




후에 재인이 지호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눈은 맞춰줬냐고. 자기는 딸이지만 한 번 눈 밖에 난 이후로는 자기를 쳐다보지도 않는다면서...
정인이 태학에게 다가가 전에 말씀드렸던 그 사람이라며 지호를 소개하고 그는 공손히 인사한다. 태학은 지호를 빤히 보다가 '그래요?'라며 한마디 던지고는 이내 현관쪽으로 몸을 돌린다. '들어가자.'는 말에도 정인이 꼼짝하지 않자 '문 열어!'라며 언성을 높인다.



지호: 저... 오늘은 갑작스러워서 불편하실 거 같고, 다음에 정식으로 인사드릴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태학: 허~ (고개를 돌려버린다.)

정인: (지호를 무시하는 태도가 못마땅해) 아빠.

태학: (큰 소리로) 문 안 열고 뭐해!

지호: (더 있으면 정인이 난처해질 거 같다.) 전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정인: (지호를 본다.)

지호: (정인에게 괜찮다고 눈빛 보내며 천천히 돌아선다.)

태학: 문 열라니까!

정인: (문 열자마자 자신을 밀치고 들어가는 태학에게 기막혀하다가 지호를 돌아본다.)


정인은 소파에 앉아 자신을 부르는 태학을 두고 서둘러 지호를 쫒아가지만 한 발 늦는다. 그에게 자기땜에 상처받는 일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자신이 지난 4년 동안 기석의 집에서 받은 모욕감을 그 또한 느꼈을거라 생각하니 더 미안하고 걱정된다.





봄밤에서 스킵하는 장면이 몇 개 있어. 봄밤 읽기땜에 캡처하며 다시 보긴 했지만 태학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열 뻗치게 해서 도저히 받아적을 수가 없네. (그만큼 태학 본체가 연기를 잘한 거겠지?) 이 씬은 짤로 대신할게.



지호는 정인에게 자신이 그녀를 사랑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지 않고 앞으로 사랑만 하며 살겠다고 약속했지만, 충분히 예상했던 장애임에도 막상 겪어보니 비참함을 떨쳐내기 힘들다. 축 쳐진 어깨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녀의 집을 떠나는 지호는 자신 때문에 아버지와 갈등을 겪을 그녀가 걱정되어 마음이 착찹하다. 그녀과 함께 들어갈 때와 달리 무거워진 회전문을 홀로 힘겹게 민다.




상처입은 지호는 오늘도 어김없이 은우를 찾았다. 아들의 좁은 침대에 모로 누워 까무룩 잠든 그가 안쓰럽다. 아들의 체취를 느끼며 위안받아야 겨우 잠들 수 있는 곤한 아버지의 삶이 느껴진다.
미혼부인 그가 텅빈 자취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을까?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지친 날엔 더더욱 동굴 같은 집에 혼자 있기 싫었을거다. 그때마다 근처에 있었다고 부모님께 거짓말로 둘러대곤 은우 방에 들어가 잠든 아들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확인받곤 했을 거다.
근데 이젠 그의 존재 이유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바로 정인이다. 그녀는 태학이 돌아간 뒤 바로 그의 집을 찾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