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을 배웅하는 길, 둘은 나란히 공원 산책로를 걷는다.

정인: 지호씨 얘기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어.

지호: 잘했어요.

정인: (지호를 보며) 뭘 잘해?

지호: (정인을 흘깃 보고 시선 옮기며) 괜찮다고. 천천히 해요.

정인: (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계속 그러는 거, 내 생각해서가 아니라 혹시 무서워서 아니야?

지호: (표정이 어두워진다. 계속 앞을 보며) 무섭지. 혼자 힘들게 만들까 봐...
정인: 벌써 자신이 없어...

지호: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본다.)






정인: 지호 씨한테 상처주지 않겠다고 했던 말 바꿀래.

지호: (그녀를 보며 말없이 고개 끄덕인다.)
정인: 힘들거예요. 상처도 많이 받을거구... 날 미워하게 만들 수도 있어.

지호: (정인 쪽으로 몸을 돌리고) 또.

정인: 지호씨를 제일 아프게 하는 게 (고개 숙이며) 내가 될지도 몰라요.




지호: (그녀를 보며) 하나라도 나중에 핑계로만 삼지 마.

정인: (눈이 동그래져서) 무슨 핑계?

지호: (눈은 웃지만 목소리는 진지하다.) 날 위해서니 어쩌니 하면서 도망갈 이유로 삼지 말라구.

정인: (순간 놀라서 시선을 피한다. 그가 지닌 아픔을 건드린걸까?)



지호: (그녀를 보며 미소짓는다.) 왜, 들켰어?

정인: (나 또한 그를 아프게 할까봐 불안해하나? 내심 서운하다.) 그래, 들켰다. (돌아서서 먼저 가려는데)

지호: (그녀 손을 잡으며) 또, 먼저 갈라구?

정인: (웃으며 그가 잡아준 손을 흔든다.) 날 너무 많이 알아.

-> 정인은 지호 얘기를 태학에게 제대로 못한 게 마음에 걸리지만, 지호는 괜찮다며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의 그런 여유로움이 앞으로 생길 갈등이 무서워 주저하는 마음인 건 아닌지 의심하는 그녀에게, 그는 자신은 괜찮지만 그녀 혼자 힘들게 만들까봐 무섭다고 하며 그녀를 먼저 걱정하고 배려한다.
그녀는 오늘 태학이 그에게 상처준 일을 떠올리며 앞으로 그가 더 아프고 힘들어질까봐 걱정한다. 그에게 다시는 상처주지 않고 가겠다고 했던 약속을 못 지킬 거 같아 미안하다. "내가 먼저야. 나부터 살고 볼래."하며 그가 힘들든 말든 좋아하는 마음을 접을 수 없다고 소리치던 그녀일 때가 좋았는데... 사랑은 미안해하는 게 아니다. 그녀가 자신없어하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다.

한때 그는 그녀가 너무 아까워서 밀어냈지만,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사랑만 하기로 맘 먹었다. 누구에게 무슨 일을 겪더라도 어렵게 잡은 그녀 손을 먼저 놓지는 않을 거다. 근데 만약 그녀가 힘들어서 마음이 흔들리면... 그럼 그는 어떡하지?





정인과 지호, 손잡고 걷는다. 그녀는 그와 방금 주고받은 말이 신경쓰인다.



정인: (밝은 톤으로) 지호씨하고 나, 잘 맞는 것 같아.

지호: 성격이 많이 달라서 그런가?

정인: (따지듯) 내가 드럽다 이거지?

지호: (미소 띠며)그렇다고는 안했는데?

정인: (토라진 말투로) 치, 늦었어.

지호: (그녀를 사랑스런 눈으로 본다.)

정인: (잡은 손을 흔들며) 근데... 왠지 우리, 잘 해낼 것 같지 않아요?

지호: (손은 잡은 채 말없이 정인을 본다.)





그녀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를 웃게 하고 싶다.

정인: (잡은 손을 세게 당기며) 네! 해야지, 지호야.

지호: (막무가내 그녀가 귀여워서 미소짓는다.)



정인: (그의 미소를 보고 안심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인: (한 번 더 손을 당기며) 어~?

지호: (웃음난다. '싫은데~' 하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본다.)

정인: 네~?! (하며 지호를 향해 점프한다.)

지호: (현실 웃음 터진다.)


정인: (같이 웃으며) 어, 끝까지 안하네...

지호: (웃으며 잡은 손을 가까이 당긴다.)


맞잡은 손을 더 신나게 흔들며 함께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