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 쉬는 날 본가에 가서 아버지께 모바일 뱅킹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남수: (통장 내역을 보다가) 야, 언제 돈을...

지호: 아, 이거 지난 번에 술.

남수: 그걸 뭘?

지호: (멋쩍어한다.)

남수: (기분 좋아 웃으며) 암튼 잘쓸게. 고맙다. 담부터 미리 얘기. 안주도 챙겨놓을 테니까.
-> 아직 정식으로 정인을 소개받지도 않았는데 남수의 예비 며느리 사랑이 벌써 시작되었구나.

지호: 아이 무슨~

부자가 마주보며 웃는다. 이 때 숙희가 빨래를 걷어서 마루로 들어오고, 지호는 얼른 가서 옷가지를 받는다.

숙희: 왜 두 부자가 실실 웃고 있어?

지호: (옷들을 소파에 놓으며) 아니야~

은우가 지호 폰을 들고 방에서 나온다.

은우: (지호에게 두 손으로 폰을 내밀며) 아빠 전화. 이정인.

지호: (놀라서) 어.

지호는 얼른 폰을 받아 은우와 같이 방으로 들어가고, 남수는 헛기침을 하며 자리를 뜬다. 숙희는 그런 부자의 행동이 영 수상하다. 탁자에 있는 은우의 공룡첵을 들어 보는 숙희, 표지에 '성동구립도서관' 바코드가 붙어있다.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혹시...'








지호와 은우, 침대에 나란히 기대 앉아 정인에게 영상 통화를 건다. 지호가 조용히 하라고 검지를 세워 '쉿~'하자 은우도 따라한다.

은우: (폰 화면에 정인 얼굴이 뜨자 큰소리로) 선생님!

지호: (놀라서 아들 입을 막고 문쪽을 쳐다보며 숙희 눈치를 본다.)

정인: 어, 은우야~ 잘 있었어?






은우: 선생님, 우리 집에 놀러와요.

정인: 어? 어...

지호: (당황해서 문쪽 힐끔 보고 은우 손을 잡으며)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은우: 왜? (입이 삐쭉 나온다.)

정인: (서운한 표정 지으며) 아빠가~ 선생님 오지 말래.

지호: (은우 보며) 아니야, 아빠가 장난친거야. (정인 보고) 진짠 줄 알잖아요~

정인: (당황하는 지호 보며 활짝 웃는다.)




은우: (아빠 폰을 뺏어 들고 정인에게) 선생님.

정인: 응?

은우: 유치원에서요, 바람개비 만들었어요. 나는 두 개 만들었어요.



정인: 우와~ 바람개비? (은우 보며 웃다가 소파로 다가오는 재인을 발로 차고 등 돌리며) 바람개비 왜 두 개 만들었어, 은우야?

은우: 하나는 내꺼구, 하나는...

지호: 하나는 아빠꺼지?

정인: 선생님 줄거지?

은우: 선생님.

지호: 와... 은우 진짜 배신이다.




정인: (웃으며) 은우야, 다음에 나올 때 바람개비 꼭 가져와서 선생님 줘~

은우: 네~




정인: (넘어진 채 자신을 째려보고 있는 재인을 힐끗 보고) 은우야, 선생님 동생 보여줄까?

은우: 응. 동생 어딨어요?

재인: (벌떡 일어나 소파로 온다.)

정인: 짠~

재인: 안녕? 너, 너무 귀엽다~




은우: (깜짝 놀라며) 우와~ 동생이 되게 크다!

정인: (은우 반응에 빵 터지면서 옆으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동생을 팔로 밀며) 야, 너 좀 뒤로 가.
재인: (멀찌감치 떨어져서) 안녕~

은우: (미소)

지호: (웃으며 아들 머리 쓰담쓰담)




다음날 날 오후, 영주가 커피숍에서 커피 두 잔을 들고 테이블에 앉아 자리잡는데 정인이 들어온다.

영주: (인기척에 뒤돌아 정인 발견하고) 어, (휴대폰으로 시간 보며) 딱 맞춰왔네~
정인: 사무실 벗어나(?) 수다떨 수 있겠다. (앉으며) 내가 오면서 생각해봤는데, (테이블에 두 팔을 기대며) 아빠 마주쳤을 때 그냥 말할 걸 그랬어.

영주: 그랬으면 너는 지금 직장인이 아니라, 병원에 입원한 환자야. (커피 한 모금 마신다.)
정인: (볼멘소리로) 그럼 언제 해? 언니두 재인이두 너까지, 다들 하지 말라고만 하잖아.

영주: (걱정스런 눈으로) 진짜 감당할 수 있겠어? 지호씨 좋은 사람인거야 충분히 알지. 근데... 아이는, (입술을 물며 고민하다가) 난 매번 정리가 안 된다. 난 정말 모르겠어.

정인: (고개 숙여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난 알겠는데... (영주를 보며) 그냥 알 거 같애. 내가 어떻게 될지...

영주: (어랏, 뭐지?) 너, 지호씨하고 벌써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정인: (친구 반응이 서운하다.) 왜 질문이 그래?




영주: (놀라서 목소리 톤이 올라간다.) 야, 너 자동으로 애 엄마 되는 거라니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거냐? (혹시 아는 사람 있나 싶어 주위를 둘러본다.)

정인: (놀라는 영주를 차분히 바라보다가 살짝 미소지으며 차 한 모금 마신다.)

-> 지난 번 지호와의 점심 데이트에서 정인은 은우와 함께 놀러가자고 제안했다. 며칠 뒤 휴일날 은우와 영상통화하는 정인의 표정과 대화를 보면 그녀가 지호의 아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녀는 서인에게 말했던 것처럼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은우가 처음부터 좋았다. 그리고 영주와의 대화에서 그녀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거 같다고 말한다. 화들짝 놀란 영주가 바로 애엄마 되는 거라며 일깨워줘도 그녀는 평온한 표정으로 자신의 결심을 굳건히한다.


자, 여기서 퀴즈!

정인이 영주에게 처음으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땐 지호씨 옆에 있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로부터 얼마큼 지난 후에 그녀는 이렇게 확신을 갖게 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