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석이 태학과 만나고 있는 시간, 정인은 영국을 찾아간다. 기석의 본가를 방문한 건 처음이다. 거대한 성곽 같이 높은 담벼락 앞에 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고 한 번 더 주소를 확인한다. 맨몸으로 적진에 발을 디딘 그녀는 목적을 달성하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영국은 거실에서 비서가 찍어 온 정인과 지호의 데이트 사진을 보고 있다가 그녀가 도착했다는 가정부의 말에 사진을 치우고 소파에 앉는다. 그녀가 들어오자 표정을 바꾸고 반갑게 맞는다.
정인: (소파에 앉으며) 갑자기 드린 연락인데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국: 그건 괜찮은데 집으로 오라고 해서 괜히 번거롭게 만든 건 아닌가 모르겠네.
정인: 아닙니다.
영국: (미소 지으며) 결국 이렇게 올 거, 진작에 만날걸 하는 생각을 또 하고 있었어요.
정인: 마음에 두지 마세요. 이미 지난 일인데요.
영국: (몸을 앞으로 숙이며) 이... 지난 일이 되는 건가?
정인: (단호하게) 제 생각은 전에 뵜을 때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영국: (정인을 응시하며) 내가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는 사람이 아닌데, 여러 번 당하네.
정인: (고개를 숙인다.)
영국: 그럼 오늘 보자고 한 이유는 뭐지?
정인: 절 예전보다 더 반대해주셨으면 합니다.
영국: (정인을 빤히 본다.)
그 시각, 기석은 태학과 횟집에서 술이 얼큰하게 취해 벌써부터 장인 사위 놀이를 하며 김칫국을 드링킹하고 있다.
영국: 정리하자면 이 교장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다?
정인: 아버지가 계속 오빠에 대해 미련이 많으세요. 자식으로서 가능한 부모님 뜻에 따르려하지만, 이런 문제에서만큼은 제 자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영국: 결례는 뭐. 인간이 원래 이기적인 건데... 그런 의미에서 남의 새끼 위해서 내 새끼 눈에 피눈물나게 할 순 없는 거 아닌가?
정인: (뭐지? 결국 아들 편이라는 건가?) 오빠하고 전 더 이상 회복은 불가능합니다. 원치도 않고요.
영국: 누가 있어서?
정인: (놀란다.)
영국: (다 알고 있다는 듯) 꼬투리 삼을 생각은 없어요. 다만 시간이 지나서 어떤 결론이 날지 누구도 모르니까, 섣부른 단정은 짓지 말라는 충고를 하고 싶네. 난 작은 것에 연연하지도 않고 기다리는 법도 좀 아는 사람이라, 정인 양을 충분이 이해도 하고, 시간도 그 이상으로 줄 수 있어.
정인: 기석 오빠한테 더 이상 마음이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영국: 마음은 확신하는 게 아냐. 언제 바뀔지 몰라.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또 알아? (몸을 돌려 찻잔을 들어올리며) 정인양이 말한 예전보다 훨씬 더 못마땅해하게 될지.
정인: (말문이 막힌 그녀, 영국을 빤히 본다.)
-> 영국의 저택을 나서는 정인, 혹 떼러 왔다가 하나 더 붙인 기분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기석과 태학을 설득하느니 처음부터 자신을 반대했던 영국에게 부탁하는 게 쉬울 거 같아 찾아왔는데, 불통과 고집으로는 그가 아들보다 몇 수 위다.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했던가. 같은 시간 태학이 기석에게 느낀 것처럼 그는 영국을 참 많이 닮았다. 수확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나온 정인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오히려 그의 승부욕만 자극한 거 같아 불안하다.
영국은 정인이 간 뒤 아까 보다만 정인과 지호의 사진들을 꺼내서 넘기다가 지호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멈칫한다. 자신의 반대에도 기석을 4년이나 사귄 정인이란 아이가 만난다는 다른 남자가 애아빠? 혹시 유부남인가? 그녀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지호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음료수만 들이키며 정인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휴대폰은 잠잠하다. 내내 긴장하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 맥이 풀린 그가 겉옷을 벗어 걸고 있는데 톡이 온다.
좀 피곤해서 자야겠어요. 내일 통화해
그녀는 어딜 가서 누굴 만나 무엇을 한걸까? 우릴 위해 애쓰다가 지친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도 못하고 홀로 자췻방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그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는다.
사람 마음은 언제 바뀔지 모르니 확신하는게 아니라는 영국의 말이 정인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패잔병이 되어 겨우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침실로 들어가 옷을 입은 채 그대로 침대에 쓰러진다.
정인은 지호를 만나 오랜 고민 끝에 우리가 되기로 약속하고 포옹을 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손을 맞잡고 키스를 나눴는데, 그런 절실한 마음 또한 언젠가는 바뀔지 모르는 걸까? 기석과의 4년 연애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처럼? 마음은 정말 확신하는 게 아닐까? 그녀가 지호에 대한 마음을 확신하지 못한다면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밖에서 데이터로 글 올렸더니 마지막 정인 짤이 엑박으로 뜨더라구. 와이파이 되는 데 와서 고쳤는데도 계속 에러가 나는거야. 결국 첨 올린 글 삭제하고 다시 올려.
댓 달아주고 개추해준 봠들에게 미안. 이번엔 댓 스샷했어.
마자마자 첫번째 만남에서 기석이와 달리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다 판단했고 두번째,그래서 찾아간건데 정말 읽기봠 말대로 기석이보다 몇수위 더 크고 견고한 벽에 부딪히고 왔으니...옷 벗을 기운도 없이 지친 정인이 얼마나 안스럽던지!진짜 usb를 보내달라는 한방 진짜 멋진 정인이였어 - dc App
크고 견고한 벽, 그렇네. 꼭 정인이 올려다보던 영국 집의 높은 담벼락처럼 말야.
피할법도 한데 정인이 용기가 대단
사랑하는 지호 상처 안 주려고 적진까지 뛰어드는 여주라니... 정인 캐릭터는 읽기글이 회를 거듭할수록 매력이 넘쳐서 안 반할 수가 없어.
그래도 포메 정인이였지~
정인이 10회에서 기석과 삼자대면 후 '깨지든 까발리든 부딪히고 말지, 피하고 참는 거 안해.' 라고 하거든. 포메 정인 딱이야. ㅋㅋ
역사에 남을 여주 정인이 쵝오!
이 시대에 딱 맞는 진취적인 신여성이지.
기석부의 사람맘은 믿는게아니라는 한마디에 정인의 혼란스런 마음과 피곤해서 자겠다는 그녀 톡에 지호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나타나있네 지호에게 상처주지 안으려 애써는 정인 그런 그녀가 참 대단하고 너무 멋져
정인의 혼란과 지호의 불안. 그렇네.
정인이는 이때부터 자기의 마음에 대한 의심이 조금씩 들었을까? 자기 마음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지호의 취중 실수였지만 이때도 그렇고 영주와의 대화도 그렇고 사람 마음은 변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 지호에 대한 사랑도 변하는건 아닐까 하고 - dc App
나도 어제 글 쓰면서 같은 생각했는데... 영국의 조언(?)은 정인에게 지호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만드는 계기가 된 거 같아. 확신이 드니까 같이 첫날밤도 보내고 먼저 프로포즈도 한 거구.
그렇겠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게 맞는거다’ 라는 확신을 정인이 가졌겠지 - dc App
이때 기석부 마인드 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