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영국을 만나고 온 다음 날, 그는 비서를 통해 그동안 몰래 찍은 사진들을 기석에게 보낸다. 농구 동호회 모임에 가려던 기석은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는 영국이 모든 걸 알고도 정인과 잘해보라고 응원한 의도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럽다.
지호는 아침 일찍 집으로 찾아 온 현수에게 운동 용품을 빌려준다. (대본 보니까 농구화는 기석 선배 눈치보느라 힘든 현수 달래려고 선물로 주는 듯.) 현수는 지호에게 기석 선배와 정인의 아버지가 만난 일은 어찌됐냐고 묻고, 지호는 할 말이 없다. 눈치 없는 현수는 정인과 벌써 끝난거냐고 씨부리다 구박받고 쫓겨난다.
지호: (현수가 간 뒤 식탁에 앉아 정인에게 전화를 건다.)

정인: (가라앉은 목소리로) 응, 지호씨.

지호: 자다 깼어요?

정인: 아니?

지호: 뭐하고 있어요?

정인: 사고 칠 궁리?

지호: (미소 띠며) 사고는 어제 쳤잖아?




정인: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지호: (예감이 맞았다.) 진짜 쳤구나? 뭐했어요, 어제.

정인: (주저하며) 말하기 싫은데...

지호: 하지 말아요, 그럼.

정인: 아, 그게 숨길라고 그러는게 아니라... 말해서 좋을 게 없어서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지호: 알았어요.

정인: (미안한 맘에 피식 웃으며) 이럴 때도 느껴. 지호씨만 어른 같애. 난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갈수록 조급해져서 안절부절 못하는데...
-> 그녀가 조급해하는 건 다 그를 사랑해서다. 그는 그녀의 부모님께 자신이 미혼부라는 사실을 직접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치만 그는 그녀의 부모님께 자신을 얼른 소개시켜달라고 재촉하는 건 아니라고도 했다. 그녀는 기석이 자신의 가족을 만나 그의 얘기를 하는 것을 지호가 불편해하면서도 그녀에게 부담주지 않으려 하니까 더 미안하다. 어떻게든 기석과 태학의 미련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 영국의 집까지 찾아가 담판을 지으려고 한 거다. 근데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자 안절부절 못한다.




지호: 내가 너무 확신을 못 줬나? 우리 부모님 만나볼래요?

정인: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다.)


지호: (놀리듯) 지금 표정 궁금하다.



정인: (태연한 척하며) 아무렇지도 않은데?

지호: (미소 띠며) 차암~ 그러겠다.

-> 정인을 너무 잘 아는 지호다.

정인: 혹시, 나 맘에 안 드신다 그러면 어떡해...



지호: 헤어져야지 뭐.

-> 지호는 맘에 없는 말 시선이 위로 뜬다.

정인: 야!

지호: 야?



정인: (당황해서 웃으며) 아니 그 '야' 말고, 어우야~ 그 '야'.

-> 정인은 순간 대처 능력도 만렙이다.

지호: (웃으며) 잘 빠져나가~

정인: 진짜 걱정되는데...

지호: 우리 부모님 좋은 분들이라 정인씨가 좋은 사람인 거 바로 알아보실거예요.

정인: 부럽다, 지호씨가.




지호: 정인씨 보면, 정인씨 부모님도 좋은 분들일거라고 생각해요.

정인: 치, 아빠 봤으면서.

지호: 자식한테 욕심 없는 부모님이 어딨어.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돈 이해돼.

-> 지난 번 정인의 집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태학으로부터 무시당한 지호는 분명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거다. 그러나 그는 사랑하는 그녀를 생각해서 그녀의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정인: 재인이가 힌트 줬다던데?

지호: 각오하고 있던 부분이라... 그리고 난 지금 너무 행복해서 급하게 쫓아가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해.
-> 그의 시선이 또 갈 곳을 잃는다. 그는 생각한다.

우리가 그녀의 부모님 앞에 나란히 서서 연인으로 인정받는 날이 올까? 그냥 참고 기다린다고 그 날이 오진 않겠지.
그치만 마냥 욕심내고 서두르다가 그녀를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모든 게 조심스러운 그는 그녀 혼자 가시밭길을 고군분투하며 헤쳐나가는 거 같아 걱정이다. 내 삶의 마지막 여자, 그는 그녀를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으니 함께 손잡고 한 발 한 발 내딛고 싶다.


정인: (뭐가 충분해. 거짓말) 난 아냐. 유지호가, 욕심나.

-> 정인을 배려하느라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지호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정인. 다신 지호씨 상처 주지 않고 가겠다는 약속과 사랑한다는 고백 이후, 누구보다 당신을 놓칠 수 없다는 말로 그녀는 그의 맘에 드리운 그늘을 단박에 걷어낸다.





지호: 와~ (활짝 웃으며) 살맛난다~

-> 지호 표정 변하는 거 봐라. 어후~ 그는 진짜 정인의 손바닥 위에 있나보다. 만약에 둘 다 성격이 같았다면 어땠을까? 정인처럼 앞만 보고 급하게 서두르다보면 모두 상처입고 힘들어지거나, 지호처럼 남 배려하면서 망설이고 주저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후회만 남지 않았을까? 지난 번 공원 데이트에서 한 말처럼 둘은 서로 성격이 달라서 잘 맞는 거 같다. 그래서 앞으로 힘든 일도 서로 의지하고 배우면서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