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의 약국에 정인이 처음 온 날, 그는 외투를 입고 퇴근하려다 휴대폰을 꺼내 그녀가 보낸 문자('계좌번호요!!!')를 확인한다.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그녀를 다시 볼 순 없겠지?'
그날 밤, 지호는 자기 집에서 친구들과의 조촐한 술자리를 갖는다.
베란다에 둔 물건을 꺼내다가 어렴풋이 정인을 보게 되는 지호.
'단발머리에 빨간 터틀넥 여자, 혹시...?'
현수: 그래서, 조만간 자리를 만들어 볼라고. 그리고 형님이 너희를 위해 새끼를 치시겠다, 이거지.
영재: 나.. 나 공부해야돼..
현수: 그래. 공시생은 합격 먼저 하고 하자. (지호를 가리키며) 야, 넌 좋지?
지호: 난 내가 알아서 한다.
현수: 오호? 딱 걸렸어. 불어. 빨리 안 불어? 야, 누구 있잖아?
지호: 있긴 뭐가 있어~ (일어나며) 야, 맥주 좀 가져와야겠다.
현수: 야, 맨날 약국에 콕 박혔다가 주말 되면 농구나 하고.. 그게 뭐냐 그게? 기회만 되면 무조건 만나. 그냥 만나~
영재: 지가 알아서 한다잖아~
함께 어울려 술마시던 친구들 다 돌아가고 난 뒤 깨끗이 뒷정리 하고나서 소파에 기댄 지호, 문득 낮에 봤던 그녀가 생각난다.
문자만 달랑 한 줄 보내더니 약국에는 오지 않는다.
'기다리면 올까?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하...
누군가를 궁금해하고 다시 만나보고 싶은 감정이 든 게 얼마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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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우리 약국 안
지호: 원래 하려던 말은.. 궁금했어요. 이정인이라는 여자는 어떤 사람인지.. 여기에서 처음 본 뒤로 자꾸 생각이 났어요. 누군가 옆에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도 한 번만 , 한 번만 더, 그게 이렇게까지 왔네요.
정인: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닌데 내가 오해하게 만든 것도 었어요. 사과할게요.
지호: 사과를 왜 해요? 잠깐이지만 행복..했는데.. 아휴.. 이런 말도 불편할 수 있겠구나. 못 들은 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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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라도 지내자던 정인은 가고, 펑펑 내리던 눈은 그쳤다. 그녀와 친구로는 편하게 볼 자신이 없는 지호는 약국 의자에 홀로 남아 오래도록 일어나지 못한다. 좀전까지 그녀가 홀짝이던 종이컵이 그를 더 외롭게 한다.
'오랜만에 느낀 설렘.. 두근거림.. 이대로 끝인걸까.. 친구라도.. 그녀 말대로 그렇게라도 할 걸 그랬나..?'
지호의 마음에 아쉬움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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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회. 삼겹살 집
기석: (정인 어깨를 팔로 감싸며) 난 우리 정인이가 제일 예쁜 거 같은데?
재인: 어~ 뭐야?
기석: (잔을 들며) 자 자 자 자~ 동의하믄 짠해~
재인: 나 안 해~
정인: (기석의 팔을 내리려고 한다.)
지호: (기석과 정인 커플을 보며 웃는다,고 쓰고 씁쓸해한다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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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아들 은우를 간호하는 지호, 숙희가 가져온 도시락을 먹는다.
숙희: 아이, 뭐 인연이면 오겠지..
지호: (물 마시다가 엄마를 쳐다보며) 그런거야?
숙희: 아이 그럼~ 인연은 못 막는거야. 그리고 와야지. 평생 그러고 살거야?
지호: (그저 웃는다.)
숙희: 참, 속도 좋다.
'인연이면 오겠지..'라는 말에 순간 멈칫하고 엄마를 쳐다보는 지호. 정인에게 첫눈에 반한 뒤 용기내서 데이트 신청도 하고 고백도 했는데 하필 선배의 여친이라니.. 계속 좋아하면 꼴만 우스워질 거 같아 마음을 접기로 했지만, 원망스러운 마음 한 켠에 숨어 있던 의문이 튀어나온다.
왜 하필 그녀일까?
왜 자꾸 그녀와 마주치는 걸까?
우연이 겹치면 인연인..건가?
그녀와 나는 인연일까, 인연이 아닌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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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회. 지호네 동네 카페
정인: 맘 접었다면서요? 그럼 친구해도 되겠네.
지호: 정인씨는 왜.. 나하고 친구가 될라고 그래요?
정인: 뭐.. 그냥.. (미소)
지호: 동정은 필요없어요.
정인: 이상한 피해의식이 있네.
지호: 내 입장 되보면 알아요.
정인: 그래서.. 싫다고요?
지호: (고개를 들어 정인을 본다.)
정인: 친구가 뭐 별거예요? 가끔 안부 묻고, 가끔 연락해서 뭐 볼 수도 있고..
지호: 남친한테 괜찮겠어요?
정인: 내 걱정이에요? 아님 지호씨가 겁나는 거예요?
● 3회. 지호의 문자를 확인하는 정인
책 고마워요. 친구 되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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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인인 정인과 결혼하려 한다는 기석의 말에 '축하해요.'라며 맘에도 없는 말을 하곤 자괴감이 든 지호, 약국 식구들한테까지 자신의 기분을 숨길 수 없는 그는 퇴근길에 정인과 함께 했던 카페를 보고 그녀 생각에 발을 멈춘다.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그의 뒷모습,
혹시나 하고 그녀를 기다리는 듯한 그의 옆얼굴,
자기가 골라 준 약으로 정인과 데이트하고 있을 기석 생각에 화가 나는 그의 눈빛.
결국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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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회. 술집 앞
정인: 근데 왜 전화했어요?
지호: 집에 가는 길에 정인 씨가 보였고..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정인: 지호씨.. 있잖아요, 우리..
지호: 친군 거 알아요. 그 이상 안 넘어가요. 이런 것도 부담되면... 앞으로 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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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야.
딱 한 번만...
진짜 딱 한 번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마음가는 대로 하면...
벌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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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회. 도서관 밖
지호: 처음부터 얘기했죠? 난 정인씨하고 친구할 자신 없다고.
정인: 그 얘긴 끝났잖아요.. 그래서 친구하기로 했잖아..
지호: 그럼 형한테 얘기해봐. 우리 친구라고..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 우리 같이 있는 거 봐도 의심하지 말라고. 내가 할까요?
정인: 지금 어딨어요?
지호: (참고)
정인: 어디냐구. 잠깐 얼굴 보고 얘기해요.
지호: (또 참다가)
정인: 어딨냐구요??
지호: 지금 나한테 오면, 이정인 다시 못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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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네 3층, 불이 꺼져 있다.
그는 어디 갔을까?
영주네 2층, 불이 켜져 있다.
혹시 정인이 와 있을까?
정인과 지호는 서로를 그리워한다.
요새 뻑 하면 점심도 안 먹고 바깥만 보는 지호를 걱정하는 동료들. 정인을 알게 된 후로 그는 감정을 숨기기가 힘들다.
혜정: 여자지?
예슬: 진짜?
지호: 무슨 여자야~
혜정&예슬: (동시에) 왜?
혜정: 야, 우리가 동시에 이러는 건 니 생각이 틀렸단 얘기야. 어떻게 일반적으로만 사니? 이런 인생 저런 인생 있는거지.무턱대고 무조건 포기하는 것도 습관이야~
지호: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내쉰다.)
혜정: 얘기했었지. 니 인생도 중요하다고.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 하는 소리야. 후회하는 것도 니 자신에게 죄짓는거다?!
지호: (고개를 더 떨군다.)
혜정: (나가며) 얼른 들어가~
이때 약국으로 영주가 들어온다.
영주: 아, 이정인 아신다면서요?
지호: (그대로 굳는다.)
영주: 저 정인이하고 같이 일해요.
지호: 아..
영주: (밴드를 내밀며) 여기요.
지호: (계산하다가) 정인씨.. 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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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회. 지호 차 안
어떤 것도 바라지 않을 테니까
-> 정인에게 기석과 헤어지라고 하지 않겠다. 왜냐면.. 지호는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니까.. 기석처럼 사학재단 이사장 아들도 아니고 그저 작은 세탁소 집 아들인데다 미혼부 신세니까.. 그녀 앞에 서면 자신이 없어 자꾸 고개가 숙여진다. ㅠㅠ
정인씨만 볼 수 있게 해줘요. 절대 안 들킬게요.
-> 지호의 소원은 딱 하나, 정인을 보고 사는 것이다. 그녀가 보고싶어 도서관에 갔다가 기석을 발견하고 도망친 날, 그가 느꼈을 비참함과 초라함은 가히 상상이 안 된다. 이성적으로는 그녀를 더이상 좋아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미 커버린 마음이 이성을 때려눕힌 상태다 보니 그는 또 무슨 꼴을 당하더라도 그녀만은 보며 살고 싶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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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기석과 전쟁을 시작한 날,
지호는 퇴근길에 정인과 함께 갔던 카페 앞에서 멈춘다.
그녀를 생각하지 않으려해도 이미 그의 일상에 각인되어 있다.
잠 못드는 밤,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그만해야겠다고, 도와달라고 말해놓고
그녀에게 먼저 연락할 수도 없으니 마냥 괴롭다.
다음 날 아침, 정인 생각에 밤잠을 설쳐놓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출근한 지호는 약국에 들어온 여자 손님의 '술 깨는 약 좀 주세요.'란 말에 겨우 추스린 마음이 와르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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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회. 지호네 동네 카페
지호: 도와줘요 나 좀... 진심이야. 정인씨가 도와줘야 돼.
-> 당신이 날 밀어내지 않으면 나도 더이상 당신에게 끌리는 마음을 멈출 수 없어요.
정인: 못하겠다면 어쩔건데...
-> 그냥 우리 서로 좋아하면 안 되요?
지호: 억지로라도 해요.
-> 이성적으로 생각해요. 당신같은 사람한테 미혼부가 어울려요?
정인: 싫어!
-> 그만 밀어내요.
지호: 해! 정인씨가 너무, 아까워...
-> 당신을 좋아하기엔 내가 너무 부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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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딩동!
갑작스런 기석의 방문으로 달달했던 술자리는 파토났다. 남친과 다투는 모습까지 보이고만 정인은 지호에게 미안하고, 그는 자기로 인해 그녀가 힘든 일을 겪는단 생각에 심란하다.
밤새 서로를 생각하지만 뭐라 할 말이 없어 울리지 않는 휴대폰.
혜정: 지호야, 선배로서 부탁한다. 예전의 패기 넘치던 유지호 좀 보자~
지호: (미소지으며) 진짜 사고쳐요~
혜정: (장난스레 몸서리치며) 아으 무서워라~ 어흐~
-> 지호의 대학 선배이자 인생 선배인 혜정은 유쾌하고 영리했고 전투적이던 그의 학창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사랑의 아픔을 겪고 은우와 함께 성장해 온 현재의 모습까지 곁에서 지켜보며 그가 힘들 땐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고마운 누나 덕에 그의 마음이 좀 정돈된다.
지호: 그냥 안 가시면 안되요?
기석: 아까 뭐 까놓고 얘기한다고 한 게, 진짜 할 말이 있어서 그런거야?
지호: 아님 뭐 여자친구를 이리 오라고 하면 안되요?
현수: (지호 얼굴을 손으로 감싸서 눈을 본다. 심각하다.) 아이~ 맛이 갔네, 벌써. 취했어.
현수는 기석이 술집에서 나가는 걸 확인하자마자 지호에게 묻는다.
현수: 아, 뭔데? 뭐땜에 그러는데?
지호: (술잔을 들고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지호는 당장 정인에게 달려가고 싶다.
가서 따지고 싶다.
왜 나를 좋아하냐고
왜 나를 좋아해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이럴 줄 알고 내가 맘 정리하게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
다음날 아침, 약국 지호와 도서관 정인이 통화한다.
지호: 정말 괜찮다니까..
정인: 하.. 그 말만 벌써 네 번째야.
지호: 진짜니까. 좀 화가 난 건 사실인데, 정인씨가 왜 그랬는지 결국은 다 날 위해서 그랬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다 풀어버렸어요.
정인: 전화라도 해서 화내지..
지호: 후회할 짓을 왜 해..
정인: 지호씨..
지호: 응?
정인: 미안해요. 좋아해서..
지호: (입꼬리가 쓱 올라간다.) 좋은 아침이네.
정인: (미소띄며) 굿모닝~
지호는 약국에 들어온 정인이 볼때부터 첫눈에 반했지
마자마자 첫눈에 반한지호
와...지호집 앞에서 불켜진 방 보는거.. 지호랑 정인이랑 비슷한 자세로 보네.. ㅋㅋ
와아 글 감동이다 고마워 좋은글 써줘서
글 너무 좋다 이렇게 다시봐도 지호 너무 짠하다..
오늘 아침에 라디오에서 '내 맘을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해~'란 노래가 나오는데, 정인을 좋아하면서 오만가지 감정 다 느낀 지호 생각이 나더라구. 그래서 예전에 쓴 글이랑 짤 중에 모아본거야. 이랬던 지호가 정인과 첫날밤을 보내다니 어후... 진짜 봄밤은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로 휘몰아쳐서 우리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들었어.
봐미들의 봄밤에 대한 시선들이 다 좋아 아주 크게는 같겠지만 좀더 보여지는 느껴지는 방식들이 다양하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고 ㅠㅠ 글 참 좋다
중반까지 맘이 너무 아팠지. 서로 원하면서도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해도 되면서 또 너무 안타까워서. 두배우 표정연기가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해줘서 맴찢ㅠ
정인과 지호의 상황과 감정을 두 본체가 200% 설득력있게 살렸어.
따흑ㅠ 지호의맘을 이리도 잘알까 당시지호심정이 어땠을까 가슴이 미어진다 진짜 감정연기하기 힘들었겠어 덕분에 우린 지호앓이하고있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