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석은 어디서 한 잔 걸치고는 본가에 갔다. 영국이 보낸 사진에 대해 그는 자기가 아는 후배를 정인에게 소개시켜줘서 가깝게 지내는 것 뿐이라며 둘러댄다. 그는 정말 눈귀 다 막고 그렇게 믿고 싶은걸까?

기석: 정인이 아버님 퇴임 후에 무슨 자리 주실 거예요?

영국: (기석을 빤히 본다.)

기석: 시원하게 한 자리 해주세요.

영국: 왜, 니 능력으론 여자를 못 잡겠어?

기석: 뭐 좀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되죠. 아버지 특기잖아요.

-> 기석이 술의 힘을 빌려 영국에게 팩폭을 날린다. 특기라고 하는 거 보니 단순히 이번 몰카 사진만 가지고 하는 말은 아닌 거 같다. 그가 음악을 접고 은행원이 된 사연에도 영국의 부정한 방법이 개입했던 걸까?

영국: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기석: 만나보고 인정하셨죠? 맞어. 정인이 걔, 쉽게 잡히는 여자 아니에요. 이정인이니까 제가 이런 꼴 보이고 있는거지, 제가 딴 놈들에 비해 쳐지거나 그런 놈 아니에요. 그래서 더 못 놓겠어요. 억울하게 못난 놈 될 수 없잖아요.
-> 정인이 쉽게 잡히는 여자가 아니라고? 자신이 가진 능력(=돈과 집안 배경)만 내세우다 그녀 마음을 놓쳐 버렸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봄밤 5회에서,


-> 그녀가 바란 건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의 마음 하나 알아주는 거였다. 그녀가 그에 대한 감정을 드러낼 때마다 그는 '내가 널 몰라?', '알았어, 알았어.' 하며 대충 뭉개버렸다. 그가 그녀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더라면, 한 번이라도 제대로 진심을 담아 고마움이나 미안함을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건 어릴 때 부모를 통해 배우는 건데, 상대를 믿지 않고 위에서 군림하려는 영국을 보고 자란 기석에게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진심이 되버렸다. 매운 라면을 먹는 연인을 위해 물 한 잔을 따라주고, 그런 연인의 배려에 고맙다고 인사하는 이유 커플의 마음 씀씀이를 기석이 따라잡을 수 있을까?

영국: 내가 부정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았다고 생각하냐?

-> 기석의 팩폭이 영국에게 꽤나 충격을 준 거 같다. 상대의 허락없이 사생활을 훔쳐보고 사진 찍는 게 부정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 영국의 부정은 인간에 대한 불신에서 온다. 상대에 대한 정보들을 모아 상대를 조정하려드는 그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호가호위하려는 사람들만 주위에 득실거릴 뿐 진심을 지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기석: 엄마 닮아서 싫으셨죠. 저 진짜 아버지처럼 살게요. 정인이 아버지 밀어주세요.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한 때 그는 엄마를 닮아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이었는데, 이제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부정한 길을 자진해서 가겠다고 선언한다. 뭣이 중한 지 모르고 어긋난 길에서 헤매는 그가 짠하게 느껴진다.





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정인, 지칠대로 지친 표정이다. 겨우 씻고 자려고 누웠는데,

재인: (침대에서 내려와 정인을 뒤에서 안으며) 유지호씨랑 헤어지지 마.

정인: (고개를 돌려 재인을 본다.)

재인: 언니는 꼭 사랑하는 사람하구 오래오래 만나라구.

정인: (미소 띠며 재인의 손을 잡고 눈을 감는다.)

-> 재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항상 적재적소에 정인에게 날리는 촌철살인이다. 정인은 오늘 낮에는 엄마, 저녁에는 기석을 만나 하루 종일 우느라 맘고생이 심했다. 그리고 재인은 남 서방과 이혼하려는 큰언니 서인이 그동안 가정폭력을 당했었던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 사랑보다 조건을 따져서 맺은 부부의 연이 이렇게 처참하게 끊어질 줄이야... 둘째 언니만은 조건 좋은 기석 말고 사랑하는 지호씨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맘에 진심어린 응원을 보낸다.




다음날 지호네 약국, 점심 시간에 영재가 지호를 찾아왔다. 지호는 조재실에서 나와 영재에게 줄 영양제를 챙긴다.

영재: 아, 진짜~ 나 그냥 얘기하려고 온건데.

지호: 해! 아까 톡 뭐야. 뭐 도망가랬다고?

영재: 아, 재인이가~ 니네 커플 엄청 지지하니까 (시선 피하며) 농담으로...

지호: (영재를 빤히 보며) 농담 아닌 거 같은데... 잘 참고하겠다고 해.

영재: (어이없다는 듯) 참고 좋아하시네. 도망을 가? 니가? 니가 바른 성격에?

지호: (씩 웃으며) 한 번 삐뚤어져보지 뭐.

-> 영재는 아직도 지호가 바르기만 하다고 생각하나? 정인에게 첫눈에 반한 그가 그녀 옆에 누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 번만 더 보고 싶어할 때부터 마음 속 일탈은 시작되었다. 착실한 아들, 듬직한 아빠, 성실한 동료로만 살던 그에게 현수는 네가 무슨 죄졌냐고, 기회만 되면 무조건 만나라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연인이 자신의 대학 선배 기석인 걸 알고도 회식 자리에서 남몰래 그녀의 젓가락을 챙겨주고, 공용 화장실 앞에서 그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자신을 알고 있었던 걸 티낸 그녀가 곤란해질까봐 거짓말로 둘러대주었다. 그가 오랜만에 느낀 설렘에 잠깐이나마 행복해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왔을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이성만 붙들고 살면 사건사고를 겪을 확률은 줄어들겠지만 세상 살 맛 날 일도 없을 것이다. 조금만 흐트러지면 큰 일 날 것처럼 기를 쓰며 살던 반듯한 남자 유지호가 작정하고 삐뚤어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어흐, 무서워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