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두 손에 꼭 쥔 채 아파트 입구 기둥에 기대서 정인이 나오길 초조하게 기다리던 지호는 발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재인과 영재가 같이 뛰어들어온다.

재인: 언니한테 연락 왔어요?

지호: 아니오... (뒤따라오던 영재와 시선이 마주친다.)

재인: 하~ 미치겠네. (문 쪽을 가리키며) 상황 보고 연락, 할게요.

지호: 그, 무슨 일이 있든 괜찮아요. 여기 있을 거니까요. 꼭 연락줘요.


재인: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들어간다.)

지호: (재인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는다. 불안이 커진다.)

영재: (재인과 지호를 번갈아 보다가 휴대폰을 꼭 쥔 지호의 손에 시선이 간다. 하도 세게 잡고 있어서 손이 시뻘겄다. 그의 휴대폰을 뺏으며) 손이 터지든 핸드폰이 박살나든 둘 중 하난 하겠다.

지호: (영재를 보며 빈 손을 주무른다.)


현관으로 들어서는 재인, 훌쩍이며 가방을 메고 서재에서 나오는 정인을 발견한다.

형선: (형선이 뒤따라나오며) 정인아, 정인아~ (재인을 보고 놀라 가라고 손짓한다.)

정인: (재인과 눈이 마주치자 선다.)

형선: (정인을 보며) 이러구 그냥 가면 어떡해?

재인: (놀라서 다가오며) 언니...

정인: 더이상 무슨 말을 해?

형선: 아후, 아빠 저러는 거 전혀 이해 못할 일도 아냐.




정인: 나두 알아. 내가 다 잘했어? 근데 너무 아빠가

태학: (거실 나오며) 너무 뭐! 너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어? (화가 나서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정인을 무섭게 본다.) 이게 무슨 챙피야. 내일 당장 이사장 얼굴을 무슨 낯으로 봐!

정인: (머리가 아파서 손으로 짚고 한숨을 내쉰다.)

형선: (놀라서 태학을 보며) 사진, 이사장님이 보낸거야?

태학: (형선을 보며 소리친다.) 아, 딱 보면 몰라? (정인에게) 내가 전에 뭐라 그랬어.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지? 결국 이사장이 꼬리 밟은거 아냐~!!

정인: (그렇게 찾아가서 부탁까지 했는데 이렇게 뒷통수를 치다니, 화가 치밀어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




태학: 어휴... 이제 기석이하고도 다시 만날수도 없어, 알어!!

정인: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잘됐네.

태학: (기막혀하며) 이게 그래두 (정인에게 확 다가가는데)

형선: (태학을 붙잡고 몸으로 막으며) 아휴, 여보 여보~

태학: 비켜!

재인: (정인을 붙잡고 돌려 세우며) 밑에 유지호 와있어.

정인: (놀란다.)



재인: 빨리... (나가라고 눈빛을 보내며 정인을 밀고 뒤돌아 태학을 막는다.) 아빠, 말루 해. 말루 말루 말루 말루...

정인: (서둘러 현관으로 간다.)

태학: 절루 안 비켜! (재인을 민다.)

형선: (정인을 쫓으며) 정인아~

재인: (다시 태학을 붙잡고) 아빠, 아빠~

태학: (나가는 정인을 보며) 야! 야!



재인이 들어간 뒤 지호는 더욱 초조해졌다. 1분 1초가 피를 말리는 기분이다. 잔뜩 긴장한 채 하염없이 서있으려니 뒷목이 뻣뻣하다. 기둥에 붙어서 망부석이 될 거 같다. 불안감을 떨쳐내려 길게 호흡을 밷어보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열린 문으로 정인이 나온다.


정인은 걱정스런 눈빛의 지호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어보인다.

'왔어요?'

그녀를 본 그의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괜찮아요?'

그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그녀가 더 웃어보인다.
'지호씨 보니까 괜찮아요.'

서로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다가간다.

'정말 괜찮 거예요?'


그를 보며 웃는 그녀의 두 눈이 벌겋다.

'하... 뭐가 괜찮아...'

그는 긴장이 풀리며 미안함과 안도감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녀의 작은 손을 꼭 감싸 잡는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많이 걱정했죠?'

'아니 아니...'

서로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못한다.



말없이 서로를 꼭 안는다.

'정인씨 잘 쫓아왔어요. 이제 나한테 기대요.'
왈칵 눈물이 터진 그녀의 몸이 떨린다.

'아... 미안해요...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