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나온 형선은 재인에게 전화를 건다.

재인: (서인의 차 안에서 전화받는다.) 어...

형선: 그 약국 어디야?

재인: 엄만 또 갑자기 왜 이래...

형선: 정인이한텐 얘기하지 말구.

재인: (운전석에 앉아있는 서인을 보며) 엄마, 나 작은 언니한테 죽어~

서인: (무슨 일인가 싶어 재인을 본다.)
-> 형선이 얼마나 궁금했으면 정인이 몰래 지호를 볼 생각을 했을까?


우리 약국, 손님이 나가는데 바깥에 형선이 서서 안을 들여다보다가 지호와 눈이 마주치자 놀라서 뒤돌아간다.

예슬: (밖을 내다보며) 가셨나? (지호한테) 밖에 있던 분 보신거죠? 아까부터 몇 번이나 저랑 눈 마주쳤어요.

지호: (밖을 두리번 살핀다.)

예슬: 왕 약사님 찾아오신 분인가?

지호: 그랬으면 연락했겠지. 근데 약사님은 누구 만나러 나가셨어?

예슬: (고개를 가로젓는다.)
-> 형선은 약국 안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손님을 맞는 남자, 반듯한 외모와 친절한 미소를 지닌 지호를 몰래 지켜본다.
정인은 저 남자의 뭐가 그리 좋은 걸까?


형선, 서둘러 근처 카페로 들어간다. 우연히 그곳에 숙희와 혜정이 앉아 있다.

숙희: (고개 숙이고 훌쩍인다.) 약사님, 속 모르는 사람들이야 저 엄마는 벌써부터 저런다 하겠지만, 내 입장이 어디 그래요? 약사님이 더 잘 아시죠?

혜정: 지호, 은우일 겪고 많이 성숙해졌어요.


숙희: 아는데... 약사님 혹시, 은우 엄마 소식 좀 아세요?

혜정: 아니요... 근데 이제와서 굳이 알 필요 있을까요?


숙희: 모르고 살면 서로한테 좋지. 근데 불쑥 찾아와서 딴소리 할까봐... 지호 겨우 맘 다잡고 새 사람 만나는데 혹시나 싶어서...

혜정: 에이, 그럴 애 아니에요.


숙희: (그렇다면 안심이지만, 한편으론 서운하다.) 어쩌면 그렇게 모질까...

혜정: 죄송한 말씀이지만 오히려 다행이죠. 은우 엄마로 자격 없잖아요. 지금 지호가 만나는 친군, 결이 달라요. 믿어보세요.


숙희: 지호도 단단히 믿는 눈치긴 하던데, 둘만 좋으면 뭐해요. 그집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게 문제지.

형선은 음료를 받아들고 숙희의 뒷자리에 앉는다. 속이 탔는지 서둘러 한모금 마시고 또 마신다. 오늘 자신이 뭘 한 건가 싶다. 그렇게 몰래 훔쳐본다고 제대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중에 자기가 여기 왔던 걸 정인이 알면 뭐라고 하진 않을까 걱정이다.

숙희: 은우가 부담이 되면, 내가 키워준다고 하고 싶어.

혜정: 지호도 부모예요. 책임은 다하면서 살아야죠. 그리고, 두 사람이 결혼까지 하게되면 정인씨도 책임이 생기는 거구요.

형선: ('정인'이란 이름이 들리자 뒤를 힐끔 돌아본다.)

숙희: 믿을 사람이라곤 하더라고요. 집안도 꽤 좋은 모양이던데. 설움만 더 당하면 어떡해...



형선: (음료를 마시다가 뒷 자리 얘깃소리에 몸이 끌린다.)

숙희: 난, 지호도 걱정이지만 은우는... 그 어린 게 무슨 죄야. 엄마 얼굴도 모르고 사는 것만 생각하믄 내가... 억장이 무너지는데...

형선: (??)


혜정: 지호, 설마 더 아픈 일 겪겠어요? 전 그렇게 믿고 있어요. 단정은 못하겠지만 정인씨가 지호 이상으로 단단한 사람같애 보여요. 그리고 뭣보다 둘이 너무 닮았구. 심지어 하는 짓도 똑같애보여요. (웃는다.)

형선: (설마 했는데 자기 딸 얘기가 맞다. 놀라서 몸이 굳는다.)
숙희: (혜정 말에 마음이 좀 놓여 같이 웃는다.) 그래요?

혜정: 네~

숙희: 연이 닿을 사이였나보네.

혜정: (웃으며 끄덕인다.)

형선: (여기 와서 이렇게 그의 엄마와 마주칠 줄이야... 기가막힌 우연에 한숨이 난다.)


버스정류장, 숙희가 우두커니 의자에 앉아 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아들과 손자 걱정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형선이 좀 떨어진 곳에 서서 숙희를 본다. 형선이 숙희에게 다가가려다 눈이 마주치자 멈칫한다. 숙희는 민망해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형선은 머뭇거리다가 숙희 곁에 조심스레 다가와 좀 떨어져 앉는다.
숙희는 형선이 자신을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좀전에 카페에서 봤던 여자인 거 같은데... 왜 자꾸 날 쳐다보지?'


형선: (잠시 고민하다가 숙희 쪽으로 몸을 돌려) 저기, 유지호 씨...

숙희: (형선을 보며) 네... 혹시... (느낌이 온다.)


형선: 네...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며) 정인이 엄마예요.

숙희: (놀라서 말도 안나와 고개만 따라 숙인다.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근처 공원으로 자리를 옮긴 두 엄마,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까... 잠시 각자 생각에 잠겨있던 둘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피식 웃는다. 숙희의 눈물이 또 터지자 형선은 가까이 다가와 앉아 손을 잡아준다. 서로 긴 말 안해도 알 거 같다.

'자식이 뭔지...'

두 엄마 한시도 놓을 수 없는 자식 걱정에 울고 싶은 맘을 서로 나누며 위로받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