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 (한곳을 응시하는 그를 보며) 무슨 생각해요?

지호: (그녀를 보며) 가끔 혼자 밥 먹고 들어오다가 상상했거든요. 햇볕이 좋은 날 좋아하는 사람하고 공원 같은 데서 이렇게 밥 먹으면서 웃고 떠들면 좋겠다... 

정인: (작게 웃음)

지호: 나한테도 그런 날이 올까? 별 거 아닌데 참 해보고 싶었어요.  



정인: (고개를 끄덕이며) 일종의 그런 거? 어, 사소한 로망? 진짜 별 거 아닌데, 막상 못해본 것들 은근 많아요. 음... 나는, 비 온 뒤에 이렇게 축축하게 젖은 오래된 골목길? 걸어보고 싶은데 아직 못해봤어.



11회때 정인이 지호랑 공원에서 점심 데이트하며 사소한 로망에 대해 얘기했어. 그리고 12회 때 지호네 동네 골목을 둘이 손잡고 걷더라구. 비 온 뒤인 건 아니겠지만 오래된 골목길을 보니까 정인의 로망이 생각나더라구.

어제 15회의 정인이 혼자 골목길 걷는 걸 보니까 12회 때가 생각나서 그 때 썼던 읽기글 가져와봤어.


정인: (살짝 웃다가) 사람 맘은 변하는 거라던데. (고개를 숙이며) 물론 나도 그래봤고.

지호: 날 만나서 그런 건 아니잖아요. 


정인: (지호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건 자만이다.

지호: (웃으며) 이런 자만은 적극 권장해야지~
-> 지난 번 세탁소 데이트 때 정인은 지호에게 꼭 기억해야 한다면서 쉽게 기죽으면 안 만날 거라고 엄포를 놨다. 이후로도 자꾸만 울컥하는 그에게 너무 쉬운 남자라고 놀렸다. 지호는 그녀의 주문대로 내면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환하게 웃는다.



정인과 지호는 손을 꼭 잡고 골목길을 올라간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는다. 지호가 욕심나는 정인은 기석과의 관계를 빨리 정리하고 싶다. 생각에 잠긴 그녀의 옆얼굴에서 초조함을 발견한 지호는 맞잡은 손을 높이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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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해도 지호는 오히려 정인을 믿어주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14회에서 만취한 지호는 정인에게 숨겨왔던 그의 상처와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지. 그동안 괜찮다, 천천히, 걱정하지 마라, 하면서 '우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던 그가 갑자기 이렇게 흔들리고 불안해하니까 그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거야.



지호: 정인씨 마음, (고개 들어 정인을 보며) 믿어도 되요?

정인: (순간 굳는다.)



지호: 말해봐요. 절대... 절대, 변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정인: (지호의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린다.) 지금, 날 못 믿는다는 거예요?


나봠은 이장면에서 지금도 가장 마음 아프게 보는 장면이 정인이가 계단을 내려가면서 걸어가는 앞모습 뒷모습이였어.  사람의 모든 무게는 어깨에 나타난다고 하잖아. 이때의 정인이의 어깨의 무게는 극 초중반 기석에게 내가 모를줄 알았냐고 어떤 무시를 당하고 있는지라며 울분을 쏟아낸후 혼자 길거리를 걸을때의 어깨보다 많이 안좋아보였다. 그때의 정인이가 걸어가는 장면을 보면 확실히 틀린데 정인이는 힘들지만  주변 배경은 꽃가루가 날리는. 주변 상황들이 그래도 환한 상태였고 정인이 역시 걸을때 얼굴을 온갖 힘듬과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주변의 거리를 보기도 했지. 그건 어두운 터널을 이제 빠져나오려고 그런 느낌이었지만 이 장면은 참 많이 달랐어.
환한 곳에서 홀로 정인이가 걸어가는데 주변은 아무것도 없고 정인이 역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이고 조금은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는거야. 뭔가를 볼 여유가 없을만큼 무게감이 그녀의 어깨 위에 있어보여서 참 많이 안쓰러웠어.
- 아래 읽기글에 달린 218.154봠의 댓글 중



그동안 지호와 정인은 '우리'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 정인이 밀어낼 땐 지호가 찾아가고, 지호가 밀어낼 땐 정인이 찾아가고. 서로에게 품은 마음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걸 아니까 몇 번이고 만나서 확인하고 약속을 하고 확신을 심어줘. 어렵게 '우리'가 되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둘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믿음을 키워나가. 지호가 태학에게 무시당한 날, 정인이 형선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난 뒤 상영관에서 운 날, 사진을 받은 태학이 정인을 불러 호통친 날, 상대방이 힘들 걸 알고 달려가 안아주지.

그렇지만 애써 숨기고 있던 지호의 불안감이 표출되면서 그에게 기석과 헤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 정인의 자격지심이 발동되었고, 그들이 가진 컴플렉스가 서로에 대한 믿음을 흔들어버린 거야.



정인이도 어찌보면 술 마신 지호를 이해해주고 안쓰러워하며 정인 본체가 말했듯이 절대 변하지 않을거라고 위로해 줄 수도 있었겠지만, 순간 자기 자신에게 드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을거 같다. 그래서 자기 감정에 솔직한 정인이가 이해해 주는 척 하지 못했을거 같아.

- 아애 읽기글에 달린 61.63봠의 댓글 중



다시봐도 맘이 참 아픈 장면이다. 지호의 불안과 정인이의 자격지심. 모두 이해가 되네. 이 장면 본방볼땐 다 끝나가는 드라마에 작가님 왜이래? 원망하기도 했었는데, 곱씹어 보니 꼭 필요했던 에피소드였더라. 연인 사이에 틈을 만드는 것은 주변의 반대가 아니라 두 사람의 의심과 오해가 더 크다는거. 이유 커플은 잘 극복해서 더 견고한 사이가 되었지. 역시 성숙한 사람들이야.
- 아래 읽기글에 달린 222.99봠의 댓글 중



읽기글 쓰면서 14회에서 15회로 넘어가기까지 참 힘들었는데, 이제는 좀 맘 편히 둘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를 지켜보고 배우면 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