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한가한 우리 약국, 지호가 문가에 서서 바깥을 내다본다. 길거리의 사람들과 도로 위 차들은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데, 그는 약국에 발이 묶인 채 정인을 기다리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예슬은 지호의 축 쳐진 뒷모습을 보며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나 싶어 조제실에 있는 혜정에게 가서 그를 걱정한다.
혜정: (조제실에서 나오며 지호에게) 일 있으면 먼저 들어가.
지호: (뒤돌아 혜정을 본다. 먼저 들어갈 일이 없다.)
지호: (데스크 안으로 들어오면서) 없어요, 일. (툭 뱉고 지나치려는데 혜정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뒤돌아 다시 그녀를 보며) 없다구... (조제실로 들어간다.)
혜정: (지호의 뒷모습을 보며) 저게 또 옛날 버릇 나오네. 우씨~
지호에게 한 소리 하려는 혜정을 예슬이 붙잡아 말린다.
혜정: (참으며 길게 한숨 쉰다.)
-> 혜정이 못마땅해하는 지호의 '옛날 버릇', 괜찮지 않은 거 다 아는데 괜찮은 척 하는 거. 그가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온갖 감정들을 누르고 자신을 통제해야만 그나마 견딜 수 있었기에 생긴 버릇일 거다. 남수의 말처럼 살얼음 위를 걷듯 위태롭게 버티는 지호를 지켜봐야 했던 혜정은 그가 얼마나 답답하고 안쓰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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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혜정이 지호에게 건냈던 조언들을 모아보자.
<2회>
혜정: 너 부모님 집에 들어가잖아? 유지호 없어~ 아들이자 아들의 아빠, 딱 그렇게만 살게 될거야. 이기적인 놈 되라고 하고 싶다. 니 인생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 거 아니니?
<4회>
혜정: 여자지?
예슬: 진짜?
지호: 무슨 여자야~
혜정&예슬: (동시에) 왜?
혜정: 야, 우리가 동시에 이러는 건 니 생각이 틀렸단 얘기야. 어떻게 일반적으로만 사니? 이런 인생 저런 인생 있는거지.무턱대고 무조건 포기하는 것도 습관이야~
지호: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내쉰다.)
혜정: 얘기했었지. 니 인생도 중요하다고.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 하는 소리야. 후회하는 것도 니 자신에게 죄짓는거다?!
지호: (고개를 더 떨군다.)
혜정: (나가며) 얼른 들어가~
<6회>
지호: 나하고 상황이 좀 달라요. 근데 나, 앞을 막는 거 같은 일들이 생겨. 더 나가면 안 된다는 신혼가...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
혜정: 그 여자 놓쳐도 후회 안할 수 있을 거 같애?
지호: (아뇨.. 고개를 가로젓는다.)
혜정: (답 나왔네.)
지호: 난 견딜 수 있는데... 나 때문에 그 사람이 힘들 게 뻔하니까...
혜정: 착각하지마~ 사랑이 무슨 봉사활동이니? 혼자 희생해주는 건 어리석은 내 만족이지 사랑 아냐~
지호: (고개 숙인 채 말이 없다.)
혜정: 이만큼 했으면 됐어. 자기 자신한테 충분히 벌주고 살았다니까?
지호: (여전히 고개 숙이고 있다.)
혜정: 지호야, 선배로서 부탁한다. 예전의 패기 넘치던 유지호 좀 보자~
지호: (미소지으며) 진짜 사고쳐요~
혜정: (장난스레 몸서리치며) 아으 무서워라~ 어흐~
<8회>
혜정: (의자에 앉으며) 자신이 없어? 후회할 거 같다며~
지호: 은우를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어서..
혜정: (핑계가 어이없다.) 하.. 너두 부모 될라믄 멀었다 아주.. 부모님 말씀 중에 자식들이 듣기 싫어하는 하나가 너땜에 다 포기했다 희생했다야. 은우가 커서 저땜에 아빠가 연애도 포기했다 그럼 감사합니다, 할거 같니?
지호: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혜정: 아닌데 왜 은우 핑계를 대냐고? 유치하고 졸렬하게.
지호: 누나!
혜정: 꼭 불리하면 누나래. 너 유치해 지금~
지호: 심지어 엄마는 꿈도 꾸지 말래. 나랑 처지 다른 사람하고.
혜정: 쟤 웃기네. 그래서 니가 엄마 말씀땜에 갈등중이라고? (답답해서 한숨) 사고친다메? 쳐! 내가 책임질게!
지호: (피식)
혜정: 후회할거면 해봐~ 해봤다 아니면 말고지 뭐~
지호: (진지하게) 그럴 수 있는 여자 아냐.
혜정: (가방 챙겨들고 나가며) 어후 재수없어. 잘 안 되라고 빌거야, 내가.
지호: 가요~ (혜정이 나가자 숨 크게 들이마시고 가운을 벗는다.)
<14회>
지호: 정인씨가 결혼하재.
혜정: 하재면, 프로포즈를 받았어? 이야~ 유지호, 날로 먹네~ 뭔 복이야?
지호: 그러게요. (그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이제 어떡해야 되나 싶어.
혜정: 뭘, 할까 말까를?
지호: 부모님.
혜정: 정인씬 뭐라는데, 허락없이 밀어붙이재?
지호: 말이 되요?
혜정: 예의가 아니라서 그렇지, 꼭 안 될 건 또 뭐있냐?
지호: (그래도 그건...)
혜정: 에이, 니 속 모를까봐? 혈기로 덤볐다간 역시 이런 놈일 줄 알았다 매도당하는 건 유지호 존심이 용납을 못해, 그렇다고 양가의 축복까지 기다리긴 이정인이 지칠 거 같아서 불안해, 요점정리 됐지.
지호: 부모님 찾아뵙고 싶은데 정인씨가 걱정돼. 최악은, 나 때문에 부모님하고 돌이키기 어렵게 멀어지게 될까봐.
혜정: (잠시 고민하다가) 널 생각해서 참았다 보단, 우릴 위해서 이렇게까지 했다, 가 후회없지 않겠니?
-> 그녀의 조언을 모아보니까 핵심은 '한 번 사는 인생, 후회를 남기지 말자.'인 것 같다. 그녀는 남을 먼저 배려하고 매사에 진중한 지호가 머뭇거릴 때마다 뼈 때리는 조언을 해주었으니, 이유 커플 화해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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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 서인의 아파트 단지 안 공원, 재인과 영재가 벤치에 앉아 있다. 영재가 재인에게 그간의 일을 전하고 재인은 깜짝 놀라 표정이 굳는다.
영재: (재인을 보며) 그 표정 나올 줄 알았어.
재인: (믿을 수 없다.) 우리 언니가 끝냈다구? 이정인이 먼저?
영재: 냉각기라고 볼 수 있지. 지호도 몰랐던 지 불안이 팍 터져 나온건데, 정인씨한텐 너무 다르게 해석이 된거지.
재인: 그래서, 유지호씬 뭐라는데?
영재: 뭘 뭐래, 그냥 우울해하고 있지. 자괴감 들고 그러니깐.
재인: (어이 없어서) 참, 계속 그러고만 있겠대?
영재: 방법이 없잖아. 칼자루는 지금 정인씨가 쥐고 있는데.
재인: (고개를 돌리며) 아이고... 두 인간이 똑같애가지고.
영재: 뭐가 똑같애?
재인: (다리를 꼬며) 아, 우리 언니도 알고 보면 트라우마 덩어리야. (영재를 보며) 둘이 어떻게 될 거 같애?
영재: 글세, 나는... 지호는 물론이고, 정인씨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돼.
재인: (이 상황을 관망하기만 하는 영재가 답답하다.)
재인: (앞을 보며) 우리도 보지 말자.
영재: ??
재인: (영재를 보며) 유지호 친구잖아. 우리 언닌 깨질 판인데 동생이 되서 의리가 있지.
영재: (황당해서) 그게 뭐야?
재인: 우리집 가풍이다, 왜!
영재: 아니, 언니 일이랑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고.
재인: 난 상관있다고.
영재: 어, 진짜 어이없다... 왜, 그래?
재인: (그게 싫으면 알아서 좀 행동하라고 눈치를 준다.)
-> 재인의 의리는 찐이다. 정인은 사랑 때문에 힘들고 속상한데 자신만 알콩달콩 연애할 수 없는 거다. 그러고 보니 전에 영재한테 차였을 때도 정인에게 지호랑 헤어지라고, 농으로 던진 말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나? ㅋㅋ
그녀의 의리는 주변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녀는 현재 백수지만 상습폭행범 남서방과 이혼하려는 서인과, 미혼부 유지호를 사랑하는 정인을 챙기느라 누구보다 바쁘다. 어렸을 때는 언니들의 챙김을 받는 철부지 막내였을 테지만,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언니들이 겪는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주는 든든한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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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커플의 사랑을 응원하는 재인도 모아보자.
<6회>
기석을 배웅하고 집에 들어온 정인, 재인의 눈치를 본다.
정인: (조심스럽게) 실망했어?
재인: (부엌에서 음식을 치우며) 했지.. 언니 남친한테.
정인: (? 재인을 본다.)
재인: 유지호씨 많이 아팠겠더라. 언니가 잘 위로해줘~
정인: 오히려.. 위로는 내가 받고 있었어.
재인: 어떻게 할지 결정했어?
정인: (걱정할까봐 말을 못한다.)
재인: 나는, 언니 선택 존중할거야.
정인: (재인을 보며 눈물 글썽, 고맙다.)
재인: 간만에 한 번 안아줄까?
정인: (재인 품에서 어깨에 기대며 울컥, 눈물이 난다.)
재인: (더 꼭 안아주며 웃는다. 토닥토닥)
<9회>
서인은 정인이 걱정되서 재인에게 잘 챙겨주라고 부탁한다. 서로를 걱정하는 서인과 정인은 꼭 끌어안는다.
서인: 정인아, 니 마음을 믿어. 다 잘 될거야, 알았지?
집에 온 정인, 아무래도 채한 거 같다. 재인은 속이 불편한 언니를 위해 약을 사다준다.
정인: (소파에 앉아 재인이가 떠다준 물을 받아서 약을 먹는다. 동생에게 미안해하며) 이재인 말처럼 나 너무 후져졌다.
재인: 아무렇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거지. 난 언니가 무슨 큰 죄진 것처럼 생각하지 않았음 좋겠어.
정인: (재인을 본다.)
재인: 좀 이기적이면 어때? 내 진심을 지키는 일인데.
정인: (재인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13회>
지호 집 앞에서 기석과 삼자대면응 하고 집으로 돌아온 정인, 지칠대로 지친 표정이다. 겨우 씻고 자려고 누웠는데,
재인: (침대에서 내려와 정인을 뒤에서 안으며) 유지호씨랑 헤어지지 마.
정인: (고개를 돌려 재인을 본다.)
재인: 언니는 꼭 사랑하는 사람하구 오래오래 만나라구.
정인: (미소 띠며 재인의 손을 잡고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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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도서관 휴일, 정인이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다.
재인: (서인의 집으로 옮겨야 해서 옷가지를 챙겨 캐리어에 담고 있다.)
정인: (찻잔를 내려놓으며) 언니한테 담주 중에 한 번 간다그래.
재인: 큰언니가 아니아 유지호네 가야 하는 거 아냐?
정인: (재인을 째려보다 책으로 시선 돌리며 책장을 요란하게 넘긴다.)
재인: 연기 많이 늘었어.
정인: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니까?
재인: 뻥두 늘고. 머릿속에 유지호만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해?
정인: (재인에겐 숨길 수가 없다.) 빨리 가.
재인: 이래서, 당해본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거야.
정인: 자꾸 뭐래 쟤...
재인: 권기석 네서 언니 인정 안했을 때, 얼마나 존심 상해했냐? 지금 유지호씨는 훨씬 더 불리한데. 심지어 언니까지 너 별로야 그러구 있잖아.
정인: (지호 편만 드는 재인에게 화가 난다. 책을 확 덮으며) 야, 내 나름대론 상처 받았어. 내 반성도 생겼지만 그런 말 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것도 이상한 거 아냐? 난 뭐 속도 없어?
재인: (정인을 똑바로 보며 혀를 차고) 알겠어. 계속 그렇게 해, 그럼. (가방을 싼다.)
정인: (한숨을 쉬고 재인을 째려본다.)
-> 누가 뭐래도 이정인은 유지호인 걸 정인 본인 뿐 아니라 동생 재인도 안다. 재인은 정인이 이딴 일로 헤어질 것도 아닌데 냉각기 길게 끌지 말고 얼른 화해하길 바란다. 지금의 갈등이 결국 그들이 지닌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임을 아는 재인은 그걸 직접 언급해서 정인을 발끈하게 만들고, 그녀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일깨워준다. 이유 커플 화해의 일등공신 한 명 더 추가요~
p.s. 지호와 기석의 카페 씬 전에 나온 짧은 씬들을 어떻게 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혜정과 재인에 초점을 맞춰 썼어. '이유 커플의 해피엔딩을 만들어 준 일등공신'이란 제목을 달고 보니 꼭 읽기글 마무리에 에필로그로 쓴 거 같아서 제목을 바꿨네.
셀털 안하려고 말 못했는데 그동안 어깨가 아파서 글을 못 썼어. 짬짬이 폰으로 짤 찌고 새벽에 주로 글 썼는데 치료받는 동안은 폰을 들지 말아야 해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이제 드디어 지호와 기석의 마지막 카페씬을 쓸 차례구나. 솔직히 읽기글 쓰면서 여기까지 올 줄 몰랐는데 기분이 이상해. 끝이 다가온다는 슬픔보다는 설레는 맘으로 이유 커플의 화해와 해피엔딩을 달려보고 싶다. 곧 또 들고 올게.
ㅇㅇ공감돼
왕약사랑 재인이 힘이되준 고마운 분들
지호와 정인에게 언제나 든든한 사람들 읽기하면 장면들이 하나하나 스쳐가 천천히 읽기하니 더 좋다
이유를 응원해준 분들
뻘소리이긴 한데, 나는 제목만 보고는 기석인가 했어 ㅋㅋㅋ 미안
난 현수를 여기 넣어야하나 고민은 했는데... ㅋㅋ
다양한 관계 안에서의 사랑을 보여주었던 따뜻했던 봄밤이였어..
ㅇㅇ 진정한 사랑이 뭔지를 다양한 관계를 통해 보여준 드라마야.
정말 영상으로 보는 거랑 또 다른 느낌이다 가슴에 팍팍 와 닿아 대본집 보는 거랑도 또 다르고. 봄밤을 더 깊게 느끼고 좋아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ㅎ 무리하지 말고 건강조심해
봄밤을 제대로 복습하기 위해 읽기글을 쓰게 된 건데, 끝이 다가오니까 이렇게 예전글 뒤져서 관련된 씬들을 모아 볼 수 있으니 글 쓴 보람이 있네 ㅋㅋ
그랬구나.. 뒤늦게 p.s 읽었네 어깨치료 열심히 받고 회복 잘 되길 바랄께 이젠 봄밤읽기 기다리는 재미와 즐거움도 생긴듯해서리 ㅎㅎ 기다릴께 (무한물결)
어깨 치료 잘받아 훌륭한 이유커플의 조력자들 ,내 인생길에도 그런 조력을 주고 받을수 있기를 - dc App
어깨치료 잘 받고 좋은글 고마워 기다릴게
겨울은 아무래도 몸을 움츠리니까 더 삐그덕 ㅠㅠ 곧 봄이 오니까 괜찮아질거야 (이제 겨울인데 벌써 내년 봄 생각한다 ㅋㅋ)
봄밤 읽기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