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약국, 헤정이 차트를 손에 들고 조제실로 들어와 약을 확인하다가 창고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넋 놓고 있는 지호를 발견하고 멈칫한다.
혜정: (지호가 한심하다는 듯) 아예 사표 쓰고 나가라.
지호: (고개를 떨군 채 기운 없는 목소리로) 처음으로 내 직업이 싫어지긴 해.
지호: 처음 듣는 사람은 꼭 다시 한 번은 되묻고,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조제실을 둘러본다.) 박힌 틀을 쉽게 벗어날 수도 없고 그냥,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혜정을 올려다보며) 딱 내 인생 같애. (다시 고개를 떨군다.)
-> 카페에서 지호는 '맨 정신에 정확하게 다시 말할게. 우리 버리지마.'라며 정인에게 매달렸지만, 자신을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그녀는 혼자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지호는 그녀 집으로 달려가 벨을 누르고 전화를 걸며 그녀 맘을 돌리고 싶었지만 한 번 굳게 닫힌 마음은 금세 열리지 않았다. 은우의 전화를 받고 결국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지호는 그 날 이후 며칠 째 연락 없는 정인의 화가 풀리길 기다리면서 자괴감에 빠져 하루하루 속만 태우고 있다. 술 취해서 뱉은 말실수가 지금까지 그녀에게 보여준 자신의 사랑과 믿음을 한 번에 무너뜨릴 만큼 잘못한 걸까, 속상하기도 하다. 그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말이나 행동 어느 하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니 그는 좁은 약국 안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늘 긴장을 놓을 수 없다.
혜정: (딱한 시선으로 지호를 본다.)
지호: (너무 심각했나 싶어)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구.
혜정: 누가 너 막은 사람 없어. 니가 막고 있는거지.
-> 혜정은 지호한테 직업 탓 남 탓하며 그의 우유부단함을 변명하지 말라며 직언을 날린다.
지호: 그런 뜻이 아니라...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다급히 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혜정: (그렇게 맥없이 앉아 연락만 기다리는 지호가 답답하다.)
지호: (휴대폰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실망한다.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는다.) 왜.
현수: 야, 너 정인씨랑 끝난거야? 완전히?
지호: (인상 쓴다.) 아 왜~?
현수: 권기석도 알고 있어서. 정인씨 뭐냐? 벌써 얘기한거야? 설마 형이랑 다시 될라구?
지호: (표정이 굳는다. 말없이 전화를 끊는다.)
지호: (벌떡 일어나 탈의실로 가면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
혜정: (지호를 돌아보며) 안 돼!
지호: (탈의실 커튼을 확 열어젖히고 가운을 벗는다.)
혜정: 안된다구~!
지호: (아랑곳하지 않고 가운을 옷걸이에 건다.)
혜정: 유지호!
지호: (휴대폰을 손에 들고 서둘러 나간다.)
혜정: (지호의 뒷모습을 보며 기가 막혀) 허...
-> 방금까지 쭈그리고 앉아 박힌 틀을 쉽게 벗어날 수 없다며 신세 한탄하던 지호가 전화 한 통에 갑자기 돌변하다니. 그에게 무슨 일이 또 생긴 건지 알 수 없다.
약국을 박차고 나온 지호는 기석의 은행으로 달려가 전화를 건다.
기석: 어유, 왠일이냐? 전화를 다 하고.
지호: 할 얘기가 있어요. 좀 봐요.
기석: (잠깐 뜸들이고) 야, 이거 내가, 오늘 약속이 있는데 어떡하지? 다음에 시간봐서 내가 연락을 한 번 할게.
지호: (기석의 대답을 예상한 듯 바로 말한다.) 밑에 있으니까 잠깐 내려오시죠.
기석: (진짜 무슨 일이 생기긴 했구나. 내가 피할 이유는 없지. 피식 웃는다.)
지호는 카페에서 기석을 기다리며 찬 커피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긴다. 오늘따라 커피가 소주처럼 쓰다. 현수가 고객들을 배웅하던 중 지호를 발견하고 급히 카페 안으로 들어온다.
현수: (지호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야, 너가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어?
지호: (담담하게) 너보러 온 거 아니야. 올라가서 일해.
현수: 기석이형? 내가 전화한 것땜에? 하... 그거 그냥 한소린데. 확실한 것도 아니구.
이 때 카페 문을 열고 기석이 들어온다.
현수: (기석을 발견하고는 작은 목소리로) 야, 사고치지 마라, 응?
기석과 현수, 서로를 보며 지나친다. 현수가 가고 기석이 앉는다.
기석: (지호의 처지를 비웃으며) 너도 마음이 급하긴 급한가 보구나. 나를 다 찾아오고.
지호: (깍지 낀 두 손에 얼굴을 기대고 잠시 마음을 가다듬다가 감은 눈을 뜨고 기석을 매섭게 본다.)
-> 지호는 기석을 왜 만나러 왔을까? 현수 말을 다 믿는 건 아닐거다. 권기석도 알고 있다고? 정인이 먼저 기석에게 연락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안 그래도 자신의 말실수 때문에 서운하고 속상한 그녀를 기석이 찾아가서 괴롭혔을 걸 생각하니 지호는 화를 참기 힘들다.
기석: (아직 여유롭다.) 해봐, 뭔데?
지호: (손깍지를 풀고 몸을 일으켜 기석을 똑바로 보며) 얘기했었죠? 이정인은 건들지 말라고.
-> 지호는 기석과 처음 삼자대면했던 날 정인에게 차 키를 주며 먼저 차에 가있으라고 했다. 그리곤 흥분한 기석을 향해 "나하고 얘기해요. 나한테 불만인거잖아."라고 말했다. 이정인은 건들지 말자고 부탁하면서 말이다.
기석이 서인을 만나 지호가 미혼부임을 밝히고, 태학을 만나 결혼을 밀어붙이려 할 때도 지호는 정인에게 그를 자극하지 말자고 했다. 기석이 스스로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다. 근데 기석이 정인에게 프로포즈까지 하자 지호는 기석을 찾아가 언제까지 이정인을 괴롭힐 거냐며 따졌다. 정인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음을 확신하고 있기에 기석에게 자신과 쓸데없이 힘겨루기 해봤자 꼴만 우스워질 뿐이라며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지호는 안다. 기석이 정인의 변심으로 자존심이 상해서 한풀이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기석은 상대를 배려하는 사랑이 아닌 어리석은 미련과 집착으로 정인을 괴롭히고 있는 거다.
기석이 도서관에서 지호 차를 미행하며 집 앞까지 찾아왔을 때도 지호는 정인을 먼저 올려보내고 나서 기석을 상대했다. 기석이 그녀에게 자꾸 실체를 드러내며 바닥을 보일수록 한 때 그를 사랑했던 그녀는 실망감과 후회로 맘 아플 테니까.
그러나 기석은 지호의 말을 무시하고 태학에게 불법촬영한 사진까지 보내 정인을 곤란에 빠뜨렸다. 정인은 지호가 신경쓰고 상처입는 게 싫어서 혼자 기석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고군분투하지만, 여전히 기석은 정인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기석의 속내를 아는 지호는 더이상 봐줄 수 없기에 오늘은 기필코 끝장을 보려고 한다.
기석: 아, 내가 건드렸대? (실실 쪼개며) 현수가 그래?
지호: (낮은 톤으로 침착하게) 어떻게 하면 이정인 인생에서 완전히 없어질래요.
기석: 아... 넌 말을, 가려서 해라.
지호: (목소리에 힘주며) 반복되면 선배고 뭐고 없다고 얘기했던 거 같은데, 잊어버렸어요?
기석: 너야말로 머리도 좋은 놈이 왜 이렇게 기억력이 없냐~ 얘기했잖아. 니가 포기하면 나도 기꺼이 포기하겠다니까?
지호: (흥분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숨을 고른다.) 내가 포기하면, 정인씨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 내가 포기할 때까지 계속해서 이정인을 괴롭히려는 이유가 뭔데? 다시 그녀를 되찾고 싶어서? 그런다고 그녀가 다시 당신한테 갈 거 같아?
기석: 누가 만난대?
지호: (뭐?)
그 시각, 집에서 세탁기를 돌리던 정인은 휴대폰 진동 소리에 서둘러 톡을 확인한다. 혹시나, 했는데 아니다. 탁자에 휴대폰을 툭 던지고 가다가 돌아서 다시 와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지호한테서는 며칠째 아무런 연락도 없다.
정인: (화가 나서 휴대폰 든 손을 떨군다.) 유지호, 진짜...
-> 생각할 시간을 달랬다고 톡 한 줄 안 보내는 이 남자, 어떡해야 할까? 난 쉬는 날 잠시도 그의 생각을 쉴 수가 없는데, 그는 어쩜 이렇게 감감무소식인지 답답하고 서운하다. 설마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
기석은 커피를 한 모금 하고, 지호는 그런 기석을 빤히 바라본다.
기석: (고개 들어 지호를 보며) 왜 이렇게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어? 너 알잖아. 내 목표는 유지혼 거.
지호: (이 인간...)
-> 기석은 지호한테 밀린 것에 자존심 상해서 더 집착하는 걸 대놓고 인정한다. 그게 자존심을 더 깎아내리는 행동이란 걸 그는 왜 모를까? 참 한심하다.
기석: 뭐 물론, 정인이가 다시 오겠다면 못 받아줄 것도 없지.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이인데. 여전히 기대하고 계시는 양가 부모님께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고. 뭐 여러모로 나쁠 건 없겠지.
지호: (그 와중에 허세까지 부리는 기석에게 기가 차서 실소가 나온다.)
기석: 너는 정인이를 몰라. 걔는, 마음만으로 만족하는 애가 아니냐. 나를 그렇게 오랫동안 만났었는데 그걸 보고도 모르겠냐? 너 감당 안돼. (커피잔을 들어올리며) 에휴, 너 그 싸구려 로맨스는 쯧, 이정인 이상에 전혀 맞지가 않아. (커피를 마신다.)
-> 뭐 이런 ㅂ... 정인에게 마음을 제대로 주긴 해봤냐? 이쯤되면 기석이 만난 이정인은 도대체 누구였나 싶다. 기석은 그녀의 껍데기만 품었을 뿐 속은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나보다. 기석은 이정인이 남다른 그릇을 지닌 여자인 걸 알고 4년을 만나왔지만, 그저 자기 방식대로 그녀를 가지려하고, 다 가졌다고 생각하고 함부로 대했다. 상대를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작으니까 딱 그만큼만 그녀를 담아서 그게 그녀의 전부인 걸로 착각한다.
지호: (기가 막힌다. 마주 앉아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 고개를 돌린다.)
기석: (잔을 내려놓고) 내가 파렴치한같냐? 나를 이렇게 만든 게 이정인이야. 야, 내가 이 정돈데 너는 하, 참... 쯧, 너 진짜 안타깝다. 미래가 빤히 보이잖아.
-> 끝까지 남탓하는 기석, 질린다 진짜. 그는 정인의 '내 욕심이 더 커졌다'는 말의 의미를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까? 그녀가 사랑하는 이에게 바라는 건 자신의 마음 하나 알아주는 거다. 이해심과 배려심이 인간 관계에서 어떤 물질적 조건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정인이 아무리 말해줘도 기석은 모른다.
지호: (한심하다는 듯 기석을 내려다본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진심어린 내 걱정이면 감사하게 받을게요. (고개를 세우고 기석을 보는 그의 눈빛이 매섭게 변한다.) 지금부터 할 얘긴 경고 아니야. 협박이야.
-> 지호가 더이상은 기석을 안 봐주겠다는 듯 말을 놓고 선전포고한다. 정색한 그의 표정과 낮게 깔린 목소리에 카리스마가 넘친다.
기석: (혀를 차며 어이없다는 듯 웃지만 지호의 눈빛을 피해 고개를 숙인다.)
-> 기석아, 넌 벌써 졌다.
지호: 선배야말로 좋은 머리면 기억하겠네. 다른 건 몰라도 아이 문제에 있어선 세상 무서울 거 없다는 내 말.
기석: (지겹다는 듯) 후... 또 그 얘기냐? 야, 근데 이 상황에서, 얘 문제가 너한테 제일 치명적인 약점이란 거 모르냐?
지호: 그 약점이 제대로 작용하면 강점이 될 수도 있죠.
기석: (??)
지호: 나하고 내 아들, 불법으로 촬영한 거, 그거 어떻게 써볼까요?
기석: (표정이 굳는다.)
지호: 심지어 아버님이 하신 거라던데. 당시에 정인씨 봐서 참은거지, 내가 속이 없어서 넘어갔던 게 아냐.
-> 본방에선 편집됐지만 대본에는 정인의 집에서 사진을 확인한 지호가 '잘 나왔네.'라고 한 마디 하고 넘어갔다. 자신을 미행해서 정인과 은우까지 불법 촬영한 영국과, 그걸로 뒷통수 친 기석의 만행을 그는 어떻게 참았을까? 그녀가 사진 들고 영국의 집에 가서 담판 짓고 오겠다고 했을 때 그는 그녀를 혼자 보내기 정말 싫었을 거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장 기석에게 달려가 멱살 잡고 험한 말 쏟아내며 주먹을 휘둘렀을 테니 말이다. 그가 직접 나서서 따지지 않은 건 정인에 대한 믿음과 배려심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기석: (인상쓰며) 너 지금 감히, 우리 아버지를 건드리겠다는 거냐?
-> 당연하지.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게 노숙자든 대통령이든 똑같이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호: 무서울 거 없다니까? 감히 내 아일 건드렸는데 뭐가 겁나.
-> 전투적이고 패기 넘치는 유지호의 부활이다. 그는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막 나간 기석을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몇 마디 말로 제압한다.
아으, 무서워라~ 어흐~ (feat. 왕선배)
상남자 지호
상남자 지호 넘 좋아
카리스마 폭발했던 장면
ㅇㅇ '경고 아냐. 협박이야.' 이 말할 때 헉 했더랬지
오 기다렸어 ㅠㅠㅠㅠㅠㅠ 좋다 ㅠㅠㅠ 싸움의 스케일이 달라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매서운 눈빛과 감정을 꾹 눌러 담은 말투로 기석을 넉다운시키는 지호라니. 머리 좋은 남자는 제대로 싸울 줄 아는거지. 정인은 참 듬직하겠어
생각난다.정인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조심스럽구~정인의 말한마디한마디에 납작 엎드리던 지호... 기석에겐 거침없이 상남자 포스 작렬하던...공원에서,카페에서..기석에겐 언제나 강했지~ㅎㅎ
백전백승하는 상남자 지호를 납작 엎드리게 만드는 정인도 참 대단하고, 부창부수인가? 저런 엄마 아빠를 둔 은우가 젤 부럽다
난 현수 전화 받고 급하게 나가는 와중에도 가운벗어 옷걸이에 제대로 걸고 휴대폰도 잘 챙기고 불까지 딱 끄고 나가는 지호모습이 재밌었어 지호성격을 엿볼수 있었던 것 같아서 근데 지호본체 성격도 그럴것같지 않아 물음표 ㅎㅎ
ㅇㅇ 깔끔하고 단정한 지호 성격을 보여주네. 지호 본체 성격도 비슷할 거 같아. 지호가 카페에서 정인과 헤어져 집에 돌아왔을 때 침대 위에 백팩 던지듯 놓는 행동이 오히려 낯설었어. 평소 지호는 안 그럴 거 같아서.
22222생각해보니 진짜 그렇다 멋지고 강단있고 섬세하고 다하는 지호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