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가 기석을 만나러 간 사이, 하얀 원피스를 입은 정인이 우리 약국에 찾아왔다.

예슬: (정인을 보며) 어서오세요~
정인: (목인사하며 데스크 앞으로 와서) 저기...


정인은 당연히 약국에 있을 줄 알았던 지호가 보이지 않자 난감해하며 머뭇댄다.

예슬: 뭐 필요하세요?

이때 조제실에서 혜정이 나온다.
정인: (혜정을 발견하고 쑥스럽게 인사한다.) 안녕하셨어요?

혜정: (뜻밖이다. 지호가 정인씨한테 간 거 아니었나?) 오랜만이에요. 지금, 유 약사 없는데...


정인: 아... 네. (어색하게 웃으며) 아,안녕히 계세요.

예슬: (누군지 알겠다. 미소 띠며) 차 한잔 드릴까요?
정인: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그럼...


정인: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나간다. 지호씬 어디간거지?)

혜정: (약국을 나가는 정인을 보다가 따라나간다.)


식당이 즐비한 골목길, 현수와 지호가 나란히 걷고 있다.

현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뭐 먹고 싶냐? 이 골목에 왠만한 거 다 있거든? 말만 해~

지호: (딴 생각에 빠져 있다가 걸음을 멈춘다.)

현수: (지호를 돌아보며) 왜?

지호: 다음에 먹자.

현수: 아, 여기까지 와서 왜~

지호: (말없이 현수를 본다.)

현수: (지호 팔을 툭 치며) 알았어 알았어. 뭔일인지 안 물어볼게, 됐지?

지호: 그것때문이 아니라, 약국을 너무 오래 비웠어.
현수: 뭐 어차피 지금 가도 금방 문 닫을텐데 뭘.

지호: 그래도. 사실 밥 생각도 별로 없고. (현수의 어깨를 툭 치며) 나중에 보자. (뒤돌아 간다.)


그 사이 주위는 저뭇해졌다. 택시에서 내린 지호는 휴대폰을 확인하며 걷는다. 누구한테 연락하는 걸까? 혹시 정인?



약국 앞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예슬과 마주친 지호,

지호: 어, 예슬아. 늦었다. 많이 바빴어?

예슬: (무뚝뚝한 말투로) 네.

지호: (살짝 당황하며) 아, 그래? 미안.

예슬: (한숨 쉬며 짜증난 말투로) 하, 됐어요. 내일 뵈요. (획 뒤돌아 간다.)



예슬의 차가운 반응에 당혹스러운 지호는 약국 안으로 들어온다. 혜정이 가방을 들고 조제실에서 나오다가 그와 마주친다.
지호: 죄송해요. 앞에서 예슬이 봤는데 많이 바빴

혜정: (어깨에 가방을 매며 지호를 째려본다.) 여기 엄연히 직장이야.
지호: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죄송합니다.

혜정: (허리에 손을 올리고 따진다.) 입장 이해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너무 니 생각만 하는 거 아니니?
지호: (좀 서운하다.) 누나...

혜정: (지호가 서있는 쪽으로 밀고 나오며) 제대로 하자, 어?
지호: (고개 떨군채 뒤로 주춤 물러선다.)

혜정: (끝까지 냉정한 말투로) 문단속 잘 하고 가. (지호 옆을 스쳐 나간다.)


착잡해진 지호는 혜정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쉰다. 한편, 약국 밖에 나온 혜정은 코너 쪽에 숨어있던 예슬과 눈이 마주치자 서로 웃음을 참지 못한다. 혹시 지호한테 들킬까봐 코너 뒤로 가서는 손을 맞잡고 좋아하며 호들갑을 떤다. 그리곤 조심스레 약국 앞으로 가서 안을 엿본다.


시무룩해진 지호는 힘없이 조제실로 들어와 조명을 켠다. 정인이 탈의실 반대편에 조용히 앉아 있다. 그가 탈의실 커튼을 열고 들어가다가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지호: (멈칫하다가 돌아보며) 여, 여기서 뭐해요?

정인: (앉은 채로 따진다.) 어디갔다 오는 거예요?


지호는 그제서야 혜정과 예슬이 자신을 속인 걸 눈치채고 어이 없어서 밖을 잠시 내다본다. 곧 고개 숙이고 천천히 정인 쪽으로 온다.


정인: (가방 메고 일어나서 지호한테 계속 따진다.) 어디갔다 오는 거냐구요?
지호: 그냥, 잠깐 볼일이 있어가지구...

정인: 되게 여유있다. 볼 일도 보러 다니구.

지호: (하, 여유... 오늘 하루종일 속 끓인 걸 생각하면...) 일단 나가요. 딴 데 가서 얘기해요.
정인: 무슨 얘기?

지호: 얘기하러 온 거 아니예요?

정인: 아닌데?

지호: (뭐지?) 그럼 왜 왔어?

정인: 약 사러.

지호: 무슨 약...

정인: (말없이 지호를 노려본다.)

지호: (눈치 보며) 왜...?




정인: (울컥한다.) ㅎ ㄷ  ㅋ  ㅈㅇㅂㄱ  ㅅㄱ,  ㅅㅇ  ㅂㅆㅂㅆ  ㅌㄱ,  ㅅㅅㅎㅅ  ㅈㅇ  ㄱ  ㄱㅇ  ㄸ  ㅁㄴ  ㅇ  ㅈㅇ.
-> 정인의 이 대사 다들 한 번씩 따라해본 적 있지 않나? 없으면 지금 해봐. 감정 살려서. ㅋㅋ

지호: (아... 긴장이 풀리면서 약장에 등을 기댄다. 자동으로 입꼬리가 올라가자 정인한테 혼날까봐 급하게 내린다. 그러나 토라진 그녀를 보는 그의 눈은 안도의 웃음을 머금는다.)



정인: (속마음을 보이고 나니 민망하다.) 없음 말구.
지호는 조제실을 나가려는 정인의 앞을 잽싸게 막는다.


지호와 정인, 서로를 바라본다.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키스한다. 그의 손이 그녀의 얼굴 쪽으로 올라가자 그녀의 손이 그의 허리를 감싼다. 떨어져 지내며 애틋해진 그리움을 달래듯 그들의 키스는 점점 더  깊어진다.



내 생각 안 했어요?

그럴리가. 매일 매일 정인씨 생각만 했는데?

근데 왜 연락 안 했어?

너무 미안해서. 화 풀릴 때까지 기다렸죠.

치, 그런 게 어딨어.

와줘서 고마워요.





보고 싶었어요.

나두.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