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도 더 된 일인데
그사람도 20대후반 젊은 미혼부였지.
나도 어리고 그사람도 어렸어.


첫 만남에 서로 알아봤는데
그사람은 철벽치며 대하는듯 하더니
삐쭉삐쭉 흘러나오는 마음 막아내지 못하고
계속 나한테 들키더라.
세상 가장 소중하게 다뤄주면서
다가오지는 못하는 모습 지켜보면서
많이 힘들었고 몇번이고 그만 두려했었고 밀어냈었는데
그게 잘 안됐어.


그런 관계가 2년이 넘어가면서
독하게 마음먹고 이제는 그만두겠다는 그날밤
꿈을 꾸었어.
꿈에 그사람 아들이 나오더라.
자기와 함께 있어달라면서.
그때는 이사람과 인연이 이어지려고
그런 꿈을 꾸는가했는데
몇달 후에 알게 되었지.
그 아이가 진짜 존재하는 아이고
그사람이 내 곁에서 다가오지도 떠나지도 못하고
마음만 가득한 눈으로 행동으로 맴돌던 이유였다는 걸.
그사람이 처음부터 솔직했다면
나에게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텐데..
그러기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게 된거지.



그사람은 철없이 어린 나에게
자기곁을 내어주지 않은거더라.
행여나 내가 다칠까 걱정해준거라
지금에와선 위로하지만
그때 그 사람과의 시간은 큰 상처로 남아
헤어진 1,2년간은 기억이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고 평범하게 잘 살고 있어.


재미로라도 멜로드라마는 잘 안봐.
그러다가 얼마전에 이 드라마를 봤지.
작가가 나보라고 쓴건가 싶더라.
시간이 흐르면 무뎌지고 잊혀진다고 누가 그러자나.
어려운 헤어짐을 겪으면서
이것 또한 지나간다던데.. 라는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알 사람은 알꺼야.
근데 그게 아니네.

십년도 더 지난 그 때의 그 기억속으로
나를 단박에 데려다놨어. 드라마가.
그동안 그때 기억 꺼내어 꼽씹고 하지않았는데..
다시 돌아가 숨막히던 그때 생각하고 싶지않았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그때 하지못했던 생각들
후회들
안타깝게 보내야했던 감정들
잘 보듬어서 잘 보내줘야겠어.


인생이란 우습지.
드라마 한편으로
절대 열어보지 않을것 같은 상자를 열어볼까
열어서 그안의 모든것을
이제는 놓아주어야하나 고민하기 시작했어.
피흘리듯 고통스런 기억이라 생각했는데
그때의 난 어렸고 진실을 감당하기 어려웠을테고
살짝 보여준 진실에 무너지는 나를 보며
그사람은 혼자 다 끌어안고 감당하며 가지고 간거더라.

그 사람의 사랑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지않고
감담하기 버거울 정도의 사랑받았다는 기억으로
남아있더라.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이야기였어.
꺼낼 수 없는 이야기지.
어느곳에서도 말하지 못한 기억을
이곳에 꺼내두고 간다.
쉽지않은 사랑이였지만
그 사랑이란 경험이 인생을 얼마나 풍족하게 만드는지
모두가 한번쯤은 깨닫게 되길 바랄께.
이제는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내가
처절한 상처만 남아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 것 같아.



봄밤 이라니..
그사람과의 마지막도
벗꽃이 흐드러진 계절이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