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진 고백이 없다. 허락해주면 너조차 모르게 할 테니 널 볼 수만 있게 해달라고 하는 지호나, 그럼 나는 널 못 본다는 말인데 널 보고 싶은 나는 어떻게 할 거냐고 따지는 정인이나 너무 솔직해서 서로 마음 가지고는 헷갈릴 것도 없겠다.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 쏟아지는 마지막 눈처럼 두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내려와 서로의 세상을 가득 채워 버렸다. 이렇게 다 터놓고 나니 정말 정인이의 선택만 남게 된 상황이다.
"정말 이기적으로 해 볼까요?"
" ..아니..."
오랜 관계를 끝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지호는 미래를 약속한 상대가 신뢰를 저버렸을 때 겪게 되는 혼란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다지만 사회적인 통념에 어긋나는 삶을 사는 게 결코 편편치 않다는 것도 안다. 지호의 삶에 은우가 오게 된 지독했던 사연은 사랑이란 감정의 휘발성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어쩌면 한 순간일지 모를 감정 때문에 정인이가 많은 걸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자신의 감정보다 정인이를 우선 생각하게 했다. 오랜 연인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와 지호에 대한 감정 사이에서 고통받는 정인이 대신 지호가 정리에 들어간다. 내가 그만 둘 테니까 도와달라고.
실상은 빨래와 설거지와 진동모드 핸드폰의 조합이었을 뿐인데, 이미 지호에게서 그만 하겠다는 선언을 들었던 터, 버젓이 집에 있는 지호가 전화를 받지 않자 정인은 지호가 자신을 진짜로 끊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존심 따위는 챙길 여력도 없이 지호의 집까지 쳐들어 간다. 그래서 전화를 안 받은 게 아니라 못 받은 거라는 걸 알어도, 답답함에 하는 말이란 걸 알아도 '미치겠네 진짜' '짜증 나' '그냥 모르는 사람으로 살지' 여지껏 지호에게서 들어본 적 없는 센 말들이 튀어나오자 그러다 지호의 입에서 최종적인 거절의 언어가 튀어나올까 무서워 그냥 지호의 입을 막아 버린다. 도서관부터 지호의 집까지 택시비까지 써가며 날아온 그 시간 동안 느꼈을, 어쩌면 이대로 지호를 못 보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 불안함, 서러움으로 범벅이 된 울음이 툭 터져 나온다. 그 모습을 아프게 지켜보다가 나오는 지호의 한 마디. 밥 먹었어요? 밥 먹으러 가요. 우는 아들도 그렇게 달랬던 걸까. 어쨌든 통했다.
"이정인 땜에 식음 전폐라도 해야 돼?" "안 했으면서 뭘."
"안 가면 뭐, 재워주게?" "큰일 날 여자야."
"난 미저린데, 머저리네."
한바탕 울고 나서 한 층 거칠어졌지만 편안해진 언어와 어느 사이엔가 넘어가 버린 존댓말에서 반말로의 자연스런 전환은 지호와 정인이 사이 확 가까워진 거리를 보여준다. 가까워진 만큼 그들이 하는 일이란 툭탁거리며 말로 치고받고, 칼국수 먹고 수제비 뺏어 먹고 차 마시는 일. 연애 중이다. 그래도 그 연애의 끝에 결국 지호는 정인이를 위해 그만 멈추자고 다시 한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감정에 빠져서 무작정 가다 보면 정인씨보다 내가 더 멈추지 못할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정인씨가 나보다 백배 천배는 더 힘들어져."
"안 그랬으면 내 입을 막으면서 우는 여자를 안아주지도 못하는 그런 머저리가 됐겠어요?"
"승부욕 강한 건 아는데 나에 관해서는 오기 부리지 마. 정인씨만 손해야"
"얼마나 기를 쓰면서 하는 얘긴지는 안 느껴지나?"
"도와줘요 나 좀. 진심이야. 정인씨가 도와줘야 돼."
"억지로라도 해요"
"해. 정인 씨가 너무... 아까워."
참. 사랑한단 말을 다채롭게도 한다. 그런 말로, 눈물을 꾹꾹 눌러 담은 눈으로 이별을 말하는 데 대체 어떤 여자가 받아들인단 말인가. 별 박은 듯한 정인이 눈동자만 젖어서 반짝일 뿐이다. 그러니 그만두고 상황을 정리하는 건 지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인이가 할 일이다.
"우리, 헤어져"
징글징글한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금소니 리뷰 언제나 잘 보고 있다ㅠㅠㅠ
현기증나 빨리 다음 화주라
리뷰 너무 좋아 글만 읽는데도 눈물이 나려하네 - dc App
리뷰넘좋다 ㅠㅠ
리뷰 너무 좋다 ㅜㅜ
좋다좋다
좋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느낌이야
진짜 이런 좋은 리뷰 써줘서 너무 고마워 - dc App
이글 다 받는다 존좋
리뷰 최고다 - dc App
리뷰최고다ㅜㅜ - dc App
캬 글 잘 쓰네 ㄱㅈㄱ
크 리뷰 좋다 ㅠㅠ 이번주꺼 또 봐야지 ㅋ
림 작가시냐.. 어떡게 이렇게 적절히 와닿게 아름답게 구사하실수가 있으시냐.. 따라다니며 글 읽고싶네 ㅡㅡ
작가님?! 리뷰 너무 좋다!!! 또 읽고 다시 읽고!! 담주도 기다리고있을께
좋다좋다
왜 리뷰를 읽는데 눙물이 날까 존 리뷰들이 많아서 정말 자랑스럽다ㄱㅅㄱㅅ
작가님이세요? 글 존좋 ㅠㅠ
정성스런 리뷰 ㄱㅅㄱㅅ
글이 너무 좋아 눈물이 핑 돈다.. 리뷰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