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인에게서 '약조'를 받은 지호가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넓혀가는가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은우로 인해 좁디 좁아진 지호의 내면이 정인으로 인해 확장되며 밝아지고 유쾌해진 느낌이라 힐링의 성격이 강한 회차였다. 이번 리뷰는 지호의 변화를 살펴보는데 중점을 둬서 대화가 많아.


#1. 공원 벤치 A


(지호, 택시 타고 와 공원 벤치에 정인과 나란히 앉아) 


정인 : 말해요.


지호 : (침묵)


정인 : 내가 해요?


지호 : 미안하다. 당황해서 그랬다. 옆에 있는데 어떻게 계속 통화를 하냐 그런 거. 아- 이것도 다 날 위해서라고.


정인 : 아예 바꿔주지 그랬어 그럼? 그렇게 당당하고 싶음 대놓고 이정인인데 받아봐라 하지 왜.


지호 : 못해서. 겁만 많아서 아무 것도 못하는 머저리같은 놈이니까. 도와달랬잖아. 맘 좀 접게 도와달라고 몇번을 얘기했어.


정인 : 내가 왜 그래줘야 되는데? 그 쪽 마음이 접히든 펼쳐지든 내가 알 게 뭐야? 시도 때도 없이 펄럭거리는 내 맘 붙잡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유지호 마음이 찢어지든 발겨지든 내가 알 게 뭐냐고. 내가 먼저야. 나부터 살고 볼래. 유지호가 돌든 말든 몰라.


상황적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숨어 있어야 하는 제 신세가 한탄스러워 정인에게 성질을 내보는 지호야. 본인 스스로도 머저리라고 말하지. 그러나 지호가 성질을 내면 못된 정인이 소환되지 않겠어? 서로 나 좀 살려달라고 상대방에게 하소연하는데 왜 이 장면이 '내가 더 좋아해 배틀' 같냐. 싸움도 이쁘게들 한다.


#2. 공원 벤치 B


지호 : 숨어있는 거만 해주면 돼요? 정인씨 상황 입장 다 이해하다가도 불쑥불쑥 화가 나. 오늘이 그랬어요. 앉자마자 다짜고짜 쏟아내면서도 이건 아닌데 했어요. 


정인 : (침묵)


지호 : 많이 좋아해요. 붙잡을 염치는 없고 내칠 용기는 더 없는데 갈수록 하루하루 이정인이란 여자가 더 좋아져서 큰일났다 싶어요. 기석이형한테 헤어지자고 했을 때 말로는 좋지많은 않다고 했지만 사실 속은 난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금방 바닥이 드러날텐데 그걸 걱정했어. 진짜 후지게.


정인 : (한숨 쉬며) 헤어질 결심이 지호씨하고 별개라고 했지만 누구도 믿지 않을 거예요. 지호씨까지 나쁜 사람될 거야.


지호 : 그런 건 나한테 전혀 중요하지 않아.


정인이 성질을 부리자 지호는 또다시 유순한 한마리 양으로 돌아가 꼬리를 내린다. 성질을 부리면서도 이건 아니지 했다는 지호의 말에 정인은 맞대응을 멈춰주지. 그러고 보면 정인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스타일이 확실하다.


지호가 아예 좋아한다고 말해버리자 정인은 이제 한숨까지 쉬며 지호 걱정을 하는데 지호는 또 괜찮다고 하네. 아니, 너네. 원래는 지호가 화나서 만난 건데 이렇게 금세 화기애애해지면 시청자 염장을 지르겠다는 거지. 아무튼 이 와중에 유지호씨 고백 잘 들었고요.


#3. 공원 벤치 C


정인 : 솔직히 당장 지호씨하고 뭘 어떻게 한다는 생각 꿈도 못 꾸고 있어요. 내 말 뜻은...


지호 : 섭섭해서가 아니야. 너무 이해가 되서. 막막하겠지. 같이 헤쳐나가자. 극복할 수 있다. 그건 판타지야. 오히려 정인씨가 현실을 깨닫고 냉정해진다면 원망 안 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정인 : 거짓말. 없었던 일로 하자. 다시 모르는 사람인 때로 돌아가자하면 받아들인다고?


지호 : 지금은.


정인 : (침묵)


지호 : 아주 오래오래 시간이 지나서 그 때도 혹시 지금같은 마음이면 나한테 와요.


정인 : (목 살짝 메이며) 막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돼도...


지호 : 그래도.


정인앞에서 계속 찌그러져 있던 지호지만 예전 패기넘치고 무서울 것 없던 유지호가 아주 없어진 건 아니라서 지호는 회심의 일격을 날려준다. 나한테 와요. 이 말은 여심저격용이 확실한데 우리 강직한 정인도 여자긴 여자인지라 이 말이 가슴에 쿡 박혀 목이 메일 지경에 이른다. 할머니가 돼도 받아주겠다는 지호의 말, 그렇지. 그 때면 지호는 할아버지일테니 실버커플이겠네. 칠순잔치는 은우가 열어주려나.


#4. 정인 오피스텔앞 길거리


(정인, 지호 뒤에서 전화하며 천천히 따라가는데)


정인 : 정말 오래오래 지나서 지호씨한테 가도 진짜 나 받아줄 거예요?


지호 : 안 받아준대도 우기고 버틸 거면서.


정인 : 그 때까지 다른 사람 만나지 마.


지호 : (뒤돌아보며 폰을 쥔 손 떨구는데)


정인 : (폰 내리며) 나 못됐잖아. 내멋대로잖아. 실컷 원망해도 돼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다른 사람만 만나지 말아줘.


지호 :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정인 : 못됐다고 했잖아. 대신 내가 지호씨한테 갈 땐 누구든 지호씨 문제로 상처주지 않게 만들고 나서 갈게. 사실 오늘 이 말 하려고 했던 거예요. 다시는 지호씨 상처 안 줄게. 나 꼭 기다려야 돼?


지호 : (정인에게 다가와 안으며) 천천히 와도 돼요. 오기만 해. 얼마든지 기다릴테니까.


드디어 정인의 약조를 받아낸 지호, 감격에 겨웠는지 정인을 살포시 안아주네. 정인은 원래 하려던 말을 한 거지만 사실 이 말이 입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지호가 먼저 기다리겠다는 말을 했기때문이겠지.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더니 그 말이 맞나보다.

보통 드라마에서는 전화 걸면서 뒤에서 따라가는 사람이 남자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여자가 그 일을 해냈구나. 이렇게 성별에 따른 역할을 바꿔봄으로써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작감님의 새로운 시도인 것 같다. 돌아보는 지호, 청초한 느낌! 머저리로 고전하던 그는 방송 4주차에 정인에게서 대기표 1번을 획득하는데 성공한다.

#5. 지호네 집

(지호, 냉장고에서 음료수 꺼내 현수와 영재에게 건네는데)

현수 : 아 그래서 어쩔 건데, 뭐 권기석한테 뺏어올 거야? 아니 뭐 표현하자면.

영재 : 아니, 정인씨도 지호 좋아한다는데 뭐어-.

현수 : 그럼 빨리 정리를 하든가.

지호 : 상관없어 난.

현수 : (어이없는 표정으로) 뭐래니.

지호 : 처음부터 만나는 사람있는 거 알았고 접을라면 그 때 접었어야지. 니들도 알다시피 내 상황이 쉬운 것도 아닌데 무조건 오라고만 하는 건 내 욕심이야.

영재 : 그래도 뭔가 결정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현수 : 내 말이 그 말이야.

지호 : 내 존재만으로도 이미 힘들어하고 있어. 더 부담주고 싶지 않아. 

세 친구가 맘에 들어 대화를 따보았다. 길지 않은 대화인데도 각자의 성격이 보이지 않니. 현수는 일이 복잡하게 꼬인 것에 대해 불만이고 영재는 이 와중에서도 지호편을 들면서 대화의 흐름을 매끄럽게 해보려 애쓰고 있지.

우리 지호는 대기표 1번을 획득했으므로 여유넘치고 자신만만한 것 같아. 물론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이제 정인에 대해 친구들에게도 속마음을 이야기할 정도로 내면이 확장된 것 같다.

#6. 칼국수집

(저녁을 먹은 지호가 아직 식사전인 정인과 칼국수집에 앉아)

정인 : 잘 먹겠습니다. (지호앞에 놓인 칼국수까지 제 앞으로 옮겨 놓고 식사하는데)

지호 : 진짜 다 먹을 수 있어요?

정인 : 뺏어먹을 생각하지마.

지호 : (정인앞에 턱 괴고 구경하는데) 먹는 거 봐준댔잖아요.

정인 : 이거는 구경하는 거지.

지호 : (다시 정자세하고)

정인 : 지호씨 친구들.

지호 : 괜찮아요. 대충 얘기했어.

정인 : 뭐래요?

지호 : 정인씨 것도 그렇지만 나한테 더 많이 놀랬을 거예요.

정인 : 진짜 아무도 안 만날라고 했어요?

지호 : 절대는 아닌데 생각이나 노력 자체를 아예 안 했지. (정인 표정 살피며) 무슨 생각 하는데.

정인 : 응? 아니.

지호: 내 얘긴 나중에 자세히 다 할게요. 근데 진짜 먹어보란 소릴 안 하네.

정인 : 인심썼다. 한숟가락만 먹어요. 

지호 : (정인이 새 수저 준비하는 동안에 그릇째로 옮겨 정인이 먹던 수저로 식사하는데)

역시 사연많은 남자, 유지호. 가벼운 대화속에서도 그간의 마음고생이 묻어난다. 그걸 또 예리하게 잡아채는 정인의 표정을 살피는 지호, 혹시라도 먹다가 체할까봐 걱정됐는지 나중에 말해준다고 이야기해주네.

인상깊은 장면은 정인이 먹던 수저로 식사하는 지호였어. 지호는 정인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약속했고 정인은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지호에게 가겠다고 약속했지. 그 약속덕분인지 지호는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정인에게 마음 편히 더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 누군가가 먹던 수저로 식사한다는 건 가족관계나 연인관계에서 가능한 일이잖아. 두 사람은 거의 그렇게 된 거지. 정인도 새 수저를 쓰라고 굳이 지호를 말리지 않는 걸 보면 말이야.

#7. 식당에서

(지호, 어머니 모시고 식당에서 밥 먹는데)

지호엄마 : 도서관에 있다는 선생님, 여자라며?

지호 : 그냥 좀 아는 사람이에요.

지호엄마 : 아니, 엄마가 누구 좀 얘기 좀 해볼까해서. 혹시 너 생각 있으면. 없음 말고.

지호 : 마음에 둔 사람 있어요. 당장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고.

지호엄마 : (급히 물 마시고)

지호 : 왜에.

지호엄마 : (울먹거리며) 좋아서 그러지. 좋아서. 고맙다야.

나는 지호엄마가 하는 대사들이 유난히 마음에 박히는 편이야. 첫주에 나왔던 '사랑이 와야지' 이 대사부터 그랬지. 이번에도 지호엄마 울먹거리는데 나도 울컥했다. 은우의 존재는 축복이지만 동시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세가족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겠지. 은우를 키운 세월은 지호 부모님과 지호에게 아픔이기도 했을 거야.

그동안 은우가 배꼽인사를 한 뒤 통학차량에 탈 때마다 혼자 사는 아들때문에 마음 한켠이 시렸을 지호 엄마, 세탁소에서 부정 탈까봐 더 이상 못 물어봤다고 남편에게 이야기하지. 그러면서 또 울 것 같은 눈으로 웃는데 모정이란 이런 것인가 생각들더라고. 그래서 지호가 바르게 자랐나 싶고. 이유, 맺어지자. 더 이상의 아픔은 노노해. 

이제 엄마에게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지호를 보니 이 녀석이 정인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만큼 정인이 지호에게 믿음을 준 거겠지. 이쯤되면 대기표 1번은 마법이다.

#8. 전화상견례

(지호, 집에서 정인과 통화하는데)

지호 : 괜찮아요. 이제 맘 잡고 공부할라 그랬나보지.

정인 : 괜히 나때매 그런 거 아닌가 싶어서.

지호 : 영재 누구 탓하고 핑계대는 성격 아니야. 신경쓰지 말아요. 오히려 재인씨가 맘 안 상했나 모르겠네.

정인 : 지호씨 일 재인이가 알아요. 미안해요. 어쩌다 그렇게 됐어.

지호 : 난 괜찮은데 재인씨 많이 놀랬겠다.

정인 : 그냥 잠깐. 워낙 선입견없는 애라 잘 받아들인 것 같애.

지호 : 나 많이 미워하겠네.

정인 : 그런 애 아니라니까.

지호 : 엄마한테 마음에 둔 사람 있다고 했어요.

정인 : 뭐라고 하세요. (지호가 말이 없자) 왜, 말하기 곤란해요?

지호 : 우셨어. 너무 놀래셨나봐요.

정인 : 지호씨,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말했죠. 상처주지 않고 가겠다고. 한숨쉬는 일도 없게 할게.

지호 : 나보다 정인씨가 힘들지 않아야지.

정인 : 유지호가 속만 안 썩이면 뭐.

지호 : 잘할게요.

정인 : 같이. 우리, 같이 잘해봐요.

지호 : 신기해.

정인 : 뭐가?

지호 : 정인씨하고 내가, 이제 우리잖아.

정인과 지호가 우리로 맺어짐에 따라 그들의 주변에 있는 사람도 각자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된다. 회식자리에서 한번 보고 지나쳤을 공시생도 요란하게 긴 파마머리를 하고 팔랑팔랑 걸어다니던 아가씨도 아들의 말에 울었다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육십대 여성도 서로에게 궁금하고 신경쓰이고 언행을 조심해야 할 사람이 된다.

우리가 된다는 건 그런 거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활에 스며든 사람과 일까지 포괄해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 그래서 정인과 지호는 늘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네가 더 마음 편해야 한다, 네가 덜 힘들어야 한다, 내가 더 신경써야 한다, 아니다 내 잘못이다... 이렇게 존중과 배려하는 정인과 지호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맺어질 자격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