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방영분은 지호와 정인이 진정한 우리가 되기 위해 넘어야할 난관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해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본다. 


드라마는 지호가 은우를 아동열람실에 놓고 잠시 나간 사이, 아빠가 없는 걸 깨닫고 패닉에 빠진 은우가 복도에서 우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 때 타이밍좋게 정인이 와서 은우를 달래고 곧이어 지호가 와서 정인에게 잠깐 바람쐬러 나갔었다고 해명한다. 이에 정인은 애를 혼자 두고 나간 건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지호에게 잔소리하는데 지호는 이에 의미심장한 대사를 친다.


그래요, 나 부족한 아빠예요.


심드렁하게 포기하듯 내뱉은 이 말은 곧이어 벌어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다.


#1. 아동열람실


(지호의 간다는 문자에 정인, 급히 공룡책을 고르는데 기석이 도서관에 온다는 문자 보내고)


지호 : (은우에게 외투 입히며) 집에 가다가 맛있는 거 먹자.


은우 : 돈까스?


지호 : 그래.


은우 : 선생님은?


지호 : 잠깐 내려오신대. 인사 잘해야 돼.


은우 : 응. (출입문쪽의 정인 보고) 선생님!


정인 : (지호에게 잠깐 나오라고 신호 보내고)


지호 : 왜 그래요?


정인 : 기석오빠 왔어요.


지호 : 그래서요.


정인 : 저기 복도끝으로 가면 비상구옆에 다른 출구 있거든요.


지호 : (침묵)


정인 : 지호씨.


지호 : 은우까지 초라하게 만들라구요.


정인 : 지호씨, 내 말 오해했나봐요.


지호 : 오핸 정인씨가 했어. 하나하나 신경쓰지 말라며 이건 뭔데. 이건 마음써야 되는 일이라서? 은우는 내가 아냐. 나는 무슨 꼴을 당해도 상관없지만 은우는 안 돼. 내 아이한테 상처주는 건 어떤 누구도 용서 못 해.


(지호, 아동열람실안으로 휙 들어가고)

 

터질 게 터졌다. 아무리 노력해고 애써도 태생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이 아빠는 그만큼 세상으로부터 은우를 보호하려 안간힘을 쓰며 살아왔을 거다. 지금 정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 기석과 지호의 불필요한 싸움을 막는 것 - 는 지호에게 또다른 폭력으로 비춰지고 사랑앞에 눈이 멀었던 남자는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 날을 세운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는 복잡한 어른들의 싸움을 모르고 그저 좋아하는 '선쉥님'에게 아끼는 공룡스티커를 주고 아빠를 따라간다. 지호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음을 깨달은 정인은 뒤늦게 지호를 찾아보지만 그의 차는 정인을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다.


이 내용을 보며 힘들었던 건 둘의 입장이 모두 다 이해되서 누구의 편을 들기가 난감했다는 점이다. 정인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기석에게 지호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 것이 급했고 지호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든 은우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다.


그러나, 굳이 무게를 달자면 사회적 약자중의 약자인 은우의 편에 서는 게 옳을 것이다. 때문에 정인도 상처준 쪽이 자신이라고 지호가 이별을 고해올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는 것일 거다.


이런 교착 상황을 뻥 뚫어주는 건 역시 인생 좀 살아보신 지호의 동료 약사다. 사고를 치라고 독려하는 그녀, 훗날 너때문에 아빠는 연애를 포기했다는 말을 하지 않게끔 행동하라고 지호에게 조언한다. 정인을 안 보고 안 듣는 사이, 어느새 지호의 마음이 더 커져버린 걸까. 그는 정인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


#2. 공원 벤치


(지호의 연락을 받고 나온 정인, 공원에 마주 서서)


지호 : 내가 정인씨 붙잡을 자격이 있는지 그래도 되는지 생각 안 하기로 했어요. 나한테 언제 오든 설령 오지 않든 사랑만 하면서 살려고.


정인 : (말없이 지호 바라보고)


지호 : 유지호가 이정인을 사랑하더라고.


정인 : (눈물 고여 고개 숙이며)


지호 : 또 눈물로 때울라 그런다.


정인 : (지호에게 다가가 폰에 붙인 공룡스티커를 보여주는데)


지호 : (벤치에 주저앉아 고개 숙이고)


정인 : (그 앞에 쪼그려앉아 지호 얼굴 살피는데)


여태까지 본 내용을 통틀어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만하다. 지호는 은우의 존재를 잠시 접어두기로 했는지 오로지 사랑만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일견 멋져 보이는 이 남자는 잠시후 정인이 내민 공룡 스티커에 무너지고 만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여자를 울리고 '눈물로 때울라 그런다'며 너스레까지 떨던 남자는 이번에 여린 속을 푹 찔리고 우는 모습을 감춰보려 고개까지 푹 숙이지만 짖궂은 여자는 남자앞에 쪼그려앉아 우는 얼굴을 기어이 보고야 만다.


마치 우는 아들을 달래보려 애쓰는 엄마처럼. 이렇게 지호는 정인의 은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