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노출되면 곧장 죽는 줄 알았던 세균이 에베레스트산(최고봉 높이 8848m) 일부 구간에서 발견됐다. 이들 세균은 땅에 숨어 휴면하는 방법으로 가혹한 환경을 버틴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팀은 16일 발표한 논문에서 에베레스트 등반가들이 남긴 세균이 수 세기 동안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등반가라면 누구나 한 번은 정복하고 싶어 하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조난으로 생을 마감한 시신이 미라가 될 정도로 춥고 건조한 극한의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 


연구팀은 에베레스트의 해발 7900m 지점에서 채취된 흙에서 인간의 세균 DNA를 특정했다. 포도상 구균과 렌사 구균이었는데, 이것들은 산소가 희박하고 추운 가혹한 환경에서는 오래 살 수 없다고 여겨져 왔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인체 내에서 사는 세균 일부가 혹한의 에베레스트에서 발견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등반가가 기침하거나 코를 풀 때 눈밭에 흩어진 세균이 어떻게 수 세기 동안 버텼는지 궁금했다. 조사 관계자는 "세균들은 해발 7906m에 자리한 에베레스트 사우스콜 캠프에서 170m 떨어진 곳의 흙에서 나왔다"며 "세균들은 아무래도 특별한 방법으로 살아남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주위에 많은 비말이 튀는 것은 상식으로, 에베레스트에서 기침을 하면 침 속 세균들이 눈이나 얼음 위에 흩어진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며 "분석 결과 세균들은 땅속에서 휴면하는 방식으로 극한의 상황을 견뎠다"고 전했다.


최신 유전자 해석 기술을 동원한 연구팀은 세균들이 시간이 지나며 가혹한 환경에 적응한 점을 알아냈다. 사람의 코나 입에 존재하는 포도상 구균과 렌사 구균은 아주 춥고 건조하며 자외선이 강한 에베레스트에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생각돼 왔다. 


화성 등 다른 천체를 탐험하는 우주인들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현지를 오염시킬지도 모른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통해 인류는 달이나 화성 등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인간의 세균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의외의 방법으로 오래 생존한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향후 우주 탐사 등은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구 이외의 행성이나 차가운 위성에 외계 생명체가 있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인류는 스스로 이런 곳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세균에 대한 더 체계적인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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