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은 동료의 행동을 관찰하고 배우며, 문화와 유행도 향유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본능으로 여겨졌던 곤충의 행동에는 사실 각각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쏠렸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교 연구팀은 16일 발표한 논문에서 말벌이 고도의 지능과 인지력을 가졌다고 밝혔다. 말벌은 동료를 잘 관찰하고 노하우를 습득하며, 이런 행동은 인간 사회의 SNS처럼 유행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말벌의 지능과 사회성을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기획했다. 달콤한 설탕물이 담긴 납작한 접시를 준비하고 투명한 뚜껑을 닫았다. 뚜껑은 빨간 손잡이를 시계 방향으로 돌리거나 파란 손잡이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열리는 구조다.
말벌은 이득이 되는 동료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배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이 접시를 작은 공간에 넣은 연구팀은 빨간 손잡이를 돌리도록 훈련된 말벌을 투입했다. 말벌은 학습한 대로 빨간 손잡이를 돌려 설탕물을 빨아먹었다. 이를 관찰한 말벌 동료들은 훈련도 받지 않았는데 약속한 것처럼 빨간 손잡이를 돌렸다.
이번에는 파란 손잡이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도록 훈련된 벌을 투입했다. 새로운 노하우를 관찰한 벌들은 이전 패턴을 잊은 듯 이번엔 파란 손잡이를 돌려 설탕물을 빨아먹었다.
실험 관계자는 "훈련받은 동료를 관찰한 말벌들이 설탕물을 찾아낸 확률은 98.6%였다"며 "말벌이 이득을 위해 아주 높은 확률로 동료의 행동을 학습한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훈련된 말벌의 행동을 관찰하지 못한 동료들은 좀처럼 뚜껑을 열지 못했다. 동료를 관찰한 벌들은 하루 평균 28회 뚜껑을 열었지만 관찰하지 못한 벌은 하루 한 번밖에 뚜껑을 열지 못했다.
빨간색 또는 파란색 손잡이를 돌려 설탕물을 빨아먹는 말벌들. 훈련된 동료의 행동을 보고 배운
결과다. <사진=런던 퀸메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Alice Bridges>
또 다른 실험에서는 빨간색 또는 파란색 손잡이를 밀도록 학습된 벌들을 한 공간에 넣어봤다. 벌들은 각각 훈련된 대로 손잡이를 돌려 설탕물을 찾았지만, 이후 모든 벌들이 빨간색 또는 파란색 하나만 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관계자는 "이는 말벌 사회에도 사람처럼 유행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우리는 말벌이 동료를 관찰하고 학습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유행시키고 하나의 문화로 향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사회를 형성하는 곤충들의 복잡한 행동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힌트라는 입장이다. 무척추동물이 전반적으로 영장류나 조류와 달리 문화가 없다는 기존 학설은 수정돼야 마땅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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