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The KIng' 정종현은 더 이상 현역이 아니다. 수년에 걸쳐 많은 선수들이 스타크래프트 프로씬의 최정점에 있는 그의 자리를 차지하려 했지만 모두가 실패만을 맛봤다.몇몇은 큰 무대의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누군가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고집스레 정체되었다. 몇몇은 어리석은 선택과 무관심을 통해 스스로를 파괴했다. 아무도 정종현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었던 경이와 가능성을 재현하지 못했다. 




자연은 최강자의 공백을 반기지 않았고, 이신형은 우주에 다시금 균형을 가져올 준비를 하고 있다. 스타2에 뛰어든지 5년, 이신형은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ㅡ이신형이 스2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가? 이미 커뮤니티에서는 그가 스2 최고 선수라는 타이틀에 걸맞는다는 생각이 강하게 퍼쳐있다. 그 누가 이신형이 2017년에 보여준 어마어마한 성공에 도전을 할 수 있을까? 전에는 그의 명백한 약점들이 정종현이나 이승현과의 그 어떤 비교도 용납하지 않게 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는 메타가 그의 강점에 완벽히 부합할때만 잘하는 선수라며 비웃었다. 조금씩 조금씩, SKT의 전 에이스는 공허의 유산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그의 약점을 극복해나갔다. 분명 반대론자들도 그의 위치를 자날 이후 최고의 테란으로 꼽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번 블리즈컨의 우승이 그의 정당성에 제기되는 그 어떤 의심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비어있는 최강자를 놓고 경쟁하는 다른 동시대인들처럼, 이신형은 그의 스2 커리어를 건방진 미소와 함께 시작했다. 협회 출신들이 힘든 도전을 견뎌내야했던 것과는 달리, 이신형은 형식적인 통과의례를 넘어서 사냥감을 물어뜯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GSL에서의 인상적인 성적은 11-12 병행시즌의 부진을 지워버렸다. 그는 첫 GSL 코드A에서 정승일, 최지성, Happy를 꺾었고, 곧바로 시즌 5에서는 4강에 오르는 가공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3 GSL 시즌1에서 진정한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신형은 진정한 센세이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그의 일약 성공은 테란 암울기의 희망이 되었다. 테란 팬들이자 저그/토스 안티들은 그의 배짱에 위안을 삼았다. 열정적인 케스파 팬들은 그를 우수한 협회 쪽의 선봉장으로 그를 추켜세웠으며, 그 추켜세움은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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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이신형은 'The Machine'이라는, 가장 기억에 남고 오래 갈만한 별명을 얻게 된다. 이는 정말로 적절한 별명이었다. 그의 상승세는 연습된 전략을 정확히 실행하는 걸로 정의되었고, 이는 그의 강점에 맞게 잘 짜여진 승리로 귀결되었다. 그의 2013년 테저전 기량은 이 잘 짜여진 청사진에 외부 요인이 없을 때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저그들은 그를 만나는 걸 저승사자 만나는 것 마냥 싫어했다. 그가 체제를 구축하도록 내버려두는 건 자살행위였고, 초반 올인으로 끝내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군락 테크로의 전환까지 그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건 아슬아슬한 줄타기와도 같았다. 오직 김민철만이 그와 대등하게 게임할 수 잇었다.


이신형과 김민철이 결승에서 만났을 때, 이신형은 그의 모든 장점을 보여준 동시에 그의 단점도 모두 보여주었다. 긴장감이 찾아오고 그걸 극복해야 했을때, 이신형은 급격히 무너져내렸다. 3대0에서 3대3으로 따라잡히고, 그는 그답지 않은 실수를 보여주며 김민철에게 타이틀을 넘겨주어야만 했다.


이신형이 무너지는 모습은 우리를 정말 놀라게 했다. 그의 성공은 당연해 보였고, 우리는 그가 그렇게 처절하게 무너지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신형의 테저전 '클러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는 보통 상대가 누구이건 간에 압도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상대적 미숙함이 그의 잠재력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진 못했다. 그 당시 우리는 변현우나 송현덕 같은 유리멘탈을 연상했기 때문이다. 김민철을 상대로 3게임을 따낸 뒤, 그는 얼어버렸다.


김민철의 단순하지만 기발한 발상의 전환은 이신형의 가장 큰 약점을 정확히 저격해버렸다. 이신형은 스타크래프트를 마작이 아닌 테트리스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바퀴 올인 같은 플레이는 윤영서 같은 임기응변에 능한 선수 상대로는 바보 같은 짓일 것이다. 그러나 이 플레이는 이신형의 기계적인 플레이를 흔들어 놓았다. 이신형의 초기 스타일은 그의 커리어 초반부에는 매우 도움이 되었다. 다른 걸 배제하고 컨트롤에 집중하는 스타일로 이신형은 상대의 수비에 곧잘 구멍을 내 버렸기 때문이다. 정석 대 정석 플레이에선 링링 올인이나 뮤탈 올인 같은 걸 배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신형은 수비적인 태세를 취해야 했을때, 올인을 당할때나 생전 처음보는 빌드를 상대할때는 실수에 실수를 거듭했다. 정찰 안 하고 배제하기, 다전제 판짜기의 결여 등등 사소한 결점들이 합쳐져 그의 패배로 직결되었다. 그 후 몇년 동안 이신형은 대회에서 비슷한 패턴으로 탈락했다. 2013년 블리즈컨에서 김경덕에게 3대2로 질때, IEM 쾰른에서 김준호에게 3대0으로 지고 탈락할때가 그랬다.





이신형은 자주 그의 접근법에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상대방의 강점을 분석하고 그에 맞춘 전략을 짜지 않고, 그는 자기 할 것만 하려했다. 그런 성향은 날빌이나 전략을 좋아하는 선수들에게는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김경덕은 그런 이신형에게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이신형은 자기할 것만 하면서 김경덕을 내버려둔 것이다. 정종현이나 임재덕 같은 소소한 디테일에도 집중하며 판짜기에 능했던 레전드들과는 달리, 이신형은 근시안적이었다.


이는 이신형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2013년에 STX 소울이 해체하고 당시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이신형은 Acer와 계약했고, 많은 이들이 그가 해외 씬도 정복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기대는 빠르게 무너져내렸다. 자기 상대가 누구일지 몇시간 전에야 알 수 있는 해외대회에서는 판짜기가 불가능하다. 비행시간 적응, 평점심, 그리고 인내가 해외 대회에서는 가장 중요했다. 이신형은 그런것들에 익숙한 상대들을 만났고, 계속 그런 상대들에 의해 탈락했다. 윤영서, 이승현, 김준호, 이제동, 강민수는 모두 운영 못지 않게 불확실성과 날빌에 능한 선수들이었고, 그들은 이신형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약점들은 이신형이 2015년까지 해외대회를 한번도 우승하지 못하게 했다.

김민철이 처음으로 발견한 이신형의 이 단점들은 이신형을 수년간 괴롭혔다. 김민철에게 첫 GSL 결승에서 진 후로, 그의 커리어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2013년과 2015년의 눈부신 성공들은 대중들에 의해 폄하되었다. '밸런스 패치에 따라 성적이 널을 뛴다'는 비판이 그를 향했다. 그리고 이 비판은 2016년에 옳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2016년은 이신형의 커리어에 있어 최악의 해였다.


그러나 2017년이 되자, 자기 성찰일지 마법일지 모르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이신형은 단점들을 극복해냈다. 2016년 겨울 이신형은 IEM 고양에서 김대엽을 4대0으로 꺾고 우승했다. 이어서 그는 SSL 시즌1, GSL 시즌3, GSL vs the World까지 제패했다. 9개월 동안 2개의 단기 토너먼트와 2개의 한국 스타리그를 우승한 것은 괄목할만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SSL 결승에서 그는 강민수를 상대로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며 가볍게 우승을 차지했다. GSL 결승에서는 김유진과의 풀세트 접전 끝에 다시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의 모든 단점들은 과거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신형은 더 이상 올인에 취약하지 않다. 그는 더 이상 다전제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으며, 단기 토너먼트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의 심한 기복은 놀랄만큼 지속적인 안정감으로 대체되었다.  


2017년, 이신형은 모든 상대를 꺾었으며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글쎄, '거의 모든' 대회라고 해야겠지. 블리즈컨은 그의 최종 종착지로 보이며, 그 전망 역시 밝아보인다. 기존의 강력햇던 경쟁자들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 윤영서는 은퇴했고, 이승현은 사라졌다. 이신형이 피하고 싶었던 모든 선수가 사라진 것이다. 그의 모든 악령들이 몰살당했다. 이신형의 블리즈컨으로 가는 길은 몹시 고된 길이었지만, 5년간의 좌절과 끈질김이 목표의식을 세워주었다. 그의 첫 스타크래프트 패러다임은 옳았다. 성공은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과 상대방을 내버려두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가 이신형에게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5년이 걸리게 했다. 이제 그는 완성형에 가까워져가고 있다. 이미 역사상 가장 완성형 선수일지도 모른다.


이신형이 블리즈컨 무대에서 우승할때, 그는 역사상 그 누구와도 차별화된 타이틀을 가지게 된다. 수년간의 자기 발전 끝에 그는 스타2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불릴 모든 조건을 갖췄다. 이신형이 그의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없는 블리즈컨을 우승했을때, 그 아무도 이신형이 스타2 역사상 최고의 선수란 걸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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