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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왔다."
입에서 꺼내는 말이 무색하게 집안은 썰렁하였다.
반겨주는 이 없이 낡은 구두를 벗고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온다.
천천히 식탁으로 다가가자, 차갑게 식은 밥상 옆엔 작은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다.
'오늘 약속이 있어. 밥 차려놨으니까 먹어.'
가만히 쪽지를 바라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본다.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나.'
집안의 공기는 마치 식탁위에 놓여진 밥상과도 같이 차갑게 식어있었다.
적막 너머로 거실의 조명을 밝게 키고,
주위가 환해진 뒤에야 나는 굳게 닫힌 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집에 있었나."
아들의 방문 앞에 다가가 나는 똑똑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되니?"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문 너머에선 그저 끊이질 않는 요란한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아빠 들어간다?"
라고 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나에게 등을 보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들 게임하는거야?"
아들에게 다가가며 이야기했지만, 커다란 헤드셋을 착용한 아들녀석에겐 들리지 않는듯 하였다.
"아빠도 게임 좋아했는데."
"...."
아들은 내가 왔음을 인지하고도 화면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아들 스타2라고 아니? 스타크래프트2 라고 참 재미있었는데."
"그런걸 요즘 누가해요."
라고 짤막하게 말하는 아들의 어투는 냉담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 요즘은 안하지. 하지만 아빠때는 그게 참 잘나갔단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체 만체 하던 아들녀석은 이내 짜증난다는 듯이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 모습은 마치 폴더폰을 대하던 어릴적 나의 모습과 흡사하였다.
'스타2가 벌써 이런 취급을 받는다고..?'
무언가 이질감을 느끼던 나는 이내 웃으며 생각했다.
'하긴, 이녀석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나온 게임이니.'
조용히 아들이 하는 게임을 지켜보던 나는 이내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게임 재미있어? 아빠랑 같이할까?"
"아빠가 무슨 게임이에요."
그렇게 툭 내뱉는 아들에게 나는 잠시 굳은 표정을 애써 지우지 못한 채, 짧게 이야기했다.
"알았다."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와 잠시 쇼파에 앉아있던 나는
저 멀리 차갑게 식은 식탁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산책이나 가자.'
갈 곳 없는 걸음을 떼어 산책로를 서성이며,
어느덧 한가한 공기가 흐르는 공원에 도착한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고보니 어릴적엔 게임을 참 좋아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웃던 나는 어느덧 변해버린 나의 모습이 실감나지 않았다.
"나도 나이를 먹은건가"
그렇게 혼잣말하며 노을 지는 한강을 배경삼아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이내 저멀리 벤치에 앉아 놀고있는 꼬마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눈에 익숙치 않은 노트북을 손에 들고 놀고있었다.
'요즘 노트북은 참 특이하게도 생겼군.'
왠지 흥미가 당겨 잠시 그 옆으로 다가가 애들이 하는 게임을 슬쩍 구경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에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다름아닌 '스타크래프트2'를 하고 있었다.
'맙소사!'
나는 순간 움찔하여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낼 뻔했다.
그 정겹고도 그리운 그 모습은, 한동안 잊고 지내었던 나의 어릴적 추억이었다.
이미 그래픽도, 기술력도 너무나도 좋아졌지만,
차마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새로운 유닛들이 많이 나왔겠지만,
그 모습을 나는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스타크래프트2였다.
'하긴 스타2의 인기가 식을리가 없잖아.'
나는 왠지 모를 반가운 마음에 무언가 조급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듯한, 그것은 그야말로 설레이는 마음이었다.
'내가 어릴적에 하던 게임을 요즘 어린애들도 즐긴다니.'
뒤편에 슬쩍 자리를 잡고 두 녀석이 하는 게임을 지켜보았다.
화려하게 튀어나오는 그래픽 너머로 다양한 유닛들이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요새 맵구조는 정말로 이상하게 생겼군.'
생전 처음보는 맵은 그야말로 괴상한 모습을 하고있었다.
'스타2 래더맵은 군심까지가 좋았는데.'
그러한 나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눈앞에선 새로운 세대의 신유닛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나의 눈에 익숙한 녀석들이 다가왔다.
'말도 안돼. 해불선이 아직도 쓰인단 말이야?'
현란하게 진격하며 스팀팩을 사용하는 불곰을 바라보는 나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그 맹렬히 작렬하는 불곰의 응징자 유탄은 나의 마음을 마치 어릴적 동심으로 돌려놓는듯 하였다.
'나이스!'
불곰의 유탄에 쓰러지는 추적자들을 바라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즐거워하였다.
통쾌한 타격감 너머로 꼬마녀석은 본진에서 병력 증원을 하더니, 이내 나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유닛,
토르를 생산하였다.
"그 녀석은 영 좋지않은 유닛이야."
순간 나도 모르게 내뱉은 한마디에 한참 나를 신경쓰던 두 녀석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어? 나?"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나는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냥 스타2 팬이야. 스타2 좋아하니?"
나의 물음에 나를 바라보는 두 녀석의 표정은 마치
'저 아재가 스타2를 한다고?'
'아재 고추서요?'
라고 물어오는 듯 하였다.
그건 분명 나 스스로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일 것이다.
'요새 20년생들은 참 버릇이 없군'
"근데 토르가 왜 안좋아요?"
한 녀석이 툭 내뱉듯이 나에게 물어왔다.
"어, 응. 그게.. 고티어 유닛이면서도 가성비가 안좋고 대공좋은 바이킹같은 좋은 유닛들이 많잖아. 물론 애정과 사랑이 있으면 못 쓸 것은 아니지."
"바이킹을 누가 써요?"
그렇게 물어오는 녀석의 표정은 마치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보고있었다.
"뭐?"
이내 고개를 젓던 그 녀석은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다시 게임에 집중하였다.
"이런 말도 안되는..."
나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눈앞에서 대공모드로 전환한 토르가 적의 우주모함과 폭풍함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었다.
"이럴수가..."
250mm 천벌포를 장착하고 상상도 못할 모습으로 전장을 휘어잡는 토르는 이미 예전의 한심한 토르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갓갓토르" 였다.
"말도 안돼; 토르가 저렇게 강해졌다고??"
나는 나도 모르게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나의 모습에 당황한 아이들은 슬쩍 나를 쳐다보았다.
"미안, 너무 놀라서 그래. 토르가 이렇게 변할 줄이야.."
한동안 잊고있었던 감정이었다. 가슴속 어딘가부터 잠시 잊고있었던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치솟아올랐다.
바쁜 삶에 뒤섞여 완전히 잊고있었던, 그것은 바로 내 어릴적의 추억이자 즐거움, 그리고 유희였다.
"아저씨 스타2 잘해요?"
갑작스럽게 물어오는 꼬마의 질문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어, 나?"
잠시 말을 머뭇거리던 나는 이내 크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럼! 내가 왕년에 참 잘나갔지. 그때 얼마나 잘했는데. 공허의 유산때는 그마 랭킹 상위권에 들기도 하고."
잠시 크게 떠들던 나는 다시 아이들의 표정을 살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릴적 내가 어른들에게 짓던 표정과 똑같은, 꼰대를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이내 머쓱해진 나는 아이들에게 인사하곤 다시 집으로 향하였다.
왠지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마치 무언가가 떠밀어주는 듯한, 가슴속에서 무언가 열정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스타2라니, 정말 잊고있었군.'
나는 웃으며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았다.
시선 너머로 그 꼬마들과 스타2 화면의 모습이 떠올랐다.
'토르, 써보고싶다.'
오랜 시간 느끼지 못하였던 감정이었다.
한동안 잊고있었던, 무언가의 열망이 가슴을 뚫고 나오는듯 하였다.
어느덧 집에 도착한 나는 구두를 벗고 집안을 둘러보았다.
집은 그 어느때보다 정적에 휩싸여있었고,
아들은 어느새 외출했는지 방은 불이 꺼져있었다.
'아무도 없나'
아들의 책상 밑으로 플레이스테이션7 박스가 눈에 다가왔다.
'내가 호랑이새끼를 키웠군.'
잠시 그 박스를 바라보던 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 창고로 향했다.
"여기 어딘가 있을텐데.."
잠시 무언가 뒤적이던 나는 이내 기분 좋은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찾았다!"
라고 외치는 나의 목소리 너머로 나의 눈앞에는 어릴적 갖고놀던 노트북이 눈에 다가왔다.
잠시 그것을 매만지던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난 표정으로 그것을 둘러보았다.
'이게 아직도 있었다니.'
그렇게 말하며 나는 좀더 상자를 뒤적이며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을 꺼내어보았다.
손에 잡히는 이러저러한 물건들을 살펴보던 나는 이내 그것들을 내려놓고는 다시 노트북을 집어들었다.
'아직도 작동할라나.'
구석에서 충전기를 발견한 나는 잠시 노트북을 충전기에 꽃아놓고는 가만히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잠시 그 자세를 유지하던 나는 이내 더이상 참지 못하고 바로 전원을 켰다.
노트북은 놀랍게도 아직까지도 돌아가고 있었다.
익숙한 배경음과 함께 눈앞에는 스타크래프트2 라는 문구와 아르타니스의 얼굴이 나의 눈에 다가왔다.
"와 정말 오랜만이군."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게임을 실행하여, 나는 도움말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서, 종족 탭을 눌러 유닛들을 확인하였다.
"아직도 그대로 있잖아??"
눈앞에는 다양한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불곰, 추적자, 울트라, 뮤탈리스크...
그리고 저 멀리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방치해두었던 해방선의 모습이 보였다.
신유닛의 등장과 동시에 해방선은 아무도 쓰지 않는 유닛이 되어버렸다.
"그래.. 더이상 그 누구도 래더에서 해방선을 쓰지 않았지."
왠지 씁쓸한 마음이 감돌던 와중, 나의 머릿속으로 이상한 생각이 감돌았다.
"심심한데 컴까기나 해볼까.."
나는 테란 종족을 선택하고 금속도시로 향하였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지."
한참을 돌던 나는 이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컴까기 하는 게 재미있다니 나도 미쳤나보군."
어느덧 마지막 적을 남겨둔 나는 유령의 핵미사일을 발사하며 적의 본진에 포격을 가하였다.
그렇게 마지막 적의 본진을 초토화 한 후 컴퓨터의 GG 메세지가 뜬 그 순간,
노트북의 화면이 툭 꺼졌다.
순간의 정적,
어두운 창고 너머로 공허함이 밀려왔다.
낡아버린 노트북은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잠시 가만히 노트북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그것을 집어들곤 다시 원래 있던 위치에 내려놓고는,
그 상자를 다시 원래 있던 구석에 집어넣었다.
"추억은 추억속에 묻어둬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오히려 더욱 더 나의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수많은 추억들,
게임을 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떡밥을 물고 분탕을 치고 벨런스를 논하고
약코를 하고 웃고 떠들었던 그 추억들
손에 닿을듯 하면서도 닿지 않는, 아니 닿을 수 없는 그 순간들이 흩어지듯 나의 가슴속을 지나갔다.
"그땐 참 재미있었는데"
잠시 그렇게 미소짓던 나의 기억 너머로 순간 무언가가 떠올랐다.
"설마 아직도 있을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고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건 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나는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아들의 방으로 향했다.
아들 녀석은 이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컴퓨터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눌렀다.
서서히 켜지는 화면 너머로 나의 심장이 왠지 모르게 두근두근 뛰었다.
"설마... 아직까지 있을리가.."
나는 천천히 검색창에 타자를 갖다대었다.
그리고 한글자씩 그 이름을 적어나갔다.
"스타크.."
"스타크래프트2 갤ㄹ.."
잠시 그것을 바라보곤,
검색을 누르자, 나의 시선 너머로 익숙한 화면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눈앞의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말도 안돼..."
사이트는 아직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갤에 상주하고 있었다.
'프로토스가 사기인 이유'
'지게로봇 씹사기다 하향해야됨'
'솔찍히 피닉스 쓰레기 아니냐? 피닉스럽다'
'스투갤 15년차다. 질문 받는다.'
순간 가슴속에서 무언가,
나는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은 그동안 스타2를 잊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아직도 스타2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이러한 것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그곳에 있었다.
"이런... 스투충 새끼들.."
나는 흐르는 눈물을 감춘 채, 천천히 자판에 손을 갖다대었다.
"프사기....
프로토스 씹사기 벨붕좆망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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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후에도 해불선은 사기구나 씨벌적폐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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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갤 문학 미친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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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개잘쓰네 ㅋㄱ ㅋㅋ
해불선드립 존나웃기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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