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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줄거리 -


문붕쿤의 학원 옆자리에 앉은, 카쿠노 두 자루에 보라색과 연두색 잉크를 넣어 쓰는 그녀.


문붕쿤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기로 하는데...




문붕쿤 : 저기...


카쿠노걸 : (흠칫) 네?


문붕쿤 : 실례지만 쓰시는 잉크 뭔지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전에 살짝 봤는데 색이 참 부드러워서 자꾸 생각나더라구요.




카쿠노걸은 당황했지만 문붕이에게 잉크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문붕쿤 : 아 그래요? 저는 다른 회사 보라색 잉크를 샀었는데 이게 훨씬 예쁜 것 같아요. 알바비 들어오면 주문해야겠어요 ㅋㅋ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서 잉크의 이름이라던가 브랜드, 펜의 모델명 등을 줄줄 읊었다가는 총기제원을 외는 밀리터리 씹덕후처럼 보일 것이 뻔하므로, 

문붕이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 인싸처럼 말하도록 노력했다.


또한 카쿠노걸이 부담을 느끼고 경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화의 화제를 그녀 위주로 하기보다는 잉크에 대한 칭찬에 집중하였다.

수개월 간 문갤질을 한 그는, 영업맨들이 자신의 영업물품에 대한 칭찬을 자신에 대한 칭찬과도 같이 받아들임을 알고 있었다. 

잉크에 대한 칭찬 역시 카쿠노걸의 뛰어난 안목에 대한 간접적인 칭찬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이후 대화가 몇 마디 더 오간 후, 문붕이는 질척거리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적당히 대화를 마무리지었다.

성공적인 첫 대화 이후, 카쿠노걸과 문붕이는 서로 인사 정도는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한편, 일주일 정도가 지나 잉크에 관한 대화가 카쿠노걸의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잊혀져갈 무렵,

문붕쿤의 집에는 택배 상자가 하나 도착하였다.

이것은 문붕쿤이 큰맘먹고 산, 약간 비싸지만 또 너무 부담스럽게 비싸지는 않은 예쁜 이름의 잉크로, 

요즘 캘리그래피 관련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색상의 잉크였다.


문붕쿤은 가진 소분병 중 가장 깨끗한 것을 골라, 잉크를 소분해서 담았다.

라벨지에 멋진 글씨로 잉크의 이름을 적어 소분병에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날 학원에서 카쿠노걸과 인사를 주고받은 후)


문붕쿤 : 참, 어제 책상 정리하다가 ㅇㅇ씨 생각이 나서 잉크 조금 덜어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색인데 ㅇㅇ씨 마음에 드실 지 모르겠네요.

전에 잉크 이름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ㅎㅎ


문붕이는 잉크를 고르느라 일주일 내내 고민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오다 줏었다는 듯이 쿨내나게 소분병을 선물하였다.


카쿠노걸은 약간 놀랐으나 소분병 라벨지에 적힌 잉크의 이름과, 소도둑놈같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문붕이의 어여쁜 글씨를 보고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 전까지는 다소 찐따같다고 느껴지던 문붕이었으나, 의외로 감성적이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쿠노걸 : 와 이거 써보고싶었던 건데! 고마워요~ 아참 전에 그 보라색 잉크는 사셨어요? 집에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제 꺼 조금 덜어 드릴까요?


잉크 선물은 윤활유 역할을 하여 둘의 대화는 더욱 매끄러워졌고, 며칠 뒤 문붕이는 카쿠노걸로부터 답례로 보라색 잉크 소분을 받았다.

이후 문붕이는 11번가 쿠폰 핑계를 대며, 잉크를 살 때 카쿠노걸과 상의한다는 명분으로 둘만의 카톡방을 만들었다.

물론 상의 후 구입한 잉크는 도착 다음날 소분병에 담겨 카쿠노걸에게 전달되었다.

카쿠노걸 역시 자신이 산 잉크를 소분해서 문붕이에게 보답하거나, 답례로 커피 등을 사는 일이 많아졌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