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야간 편의점 알바하고 있는 휴학생이다
호텔 내 편의점이라 밤엔 외부 손님이 거의없어 짐정리만 하고 가끔 필사하고 그러고 있거든

근데 요 근래들어서 2주 전부터 10시쯤에 가게에 와서 바나나우유를 사가는 애가 있는데 피부도 하얗고 목도 가늘고 옷입은 것도 하늘하늘거리는게 고시생은 아닌거같고.. 옷 매장에서 일하는 친구인가 싶었어

저번주말엔 책상 구석에 펼쳐놓은 개발새발 그지같은 흙손필사와 함께 올려진 펜을 보고 피식 웃더라
그 모습을 보고는 부끄럽더라 고등학교때에도 친구들이 내 글씨보고 엄청 웃어댓거든 뭔가 많이 부끄럽더라

어제도 그 애가 와서 바나나 우유 바코드 찍고 계산하던 중에 똘망한 두 눈으로 날 보고는
" 저번에 책상에 있던거.. 만년필이에요? "
" 네; 프레피라고 싼 가격으로 몽블랑 만년필 못지않게 쓸 수 있는 펜이에요 정말 좋아요 "

시발.. 1절만 할걸
평소 봐왔던 관심있던 아이가 먼저 다가와 물어봐주니 아싸특 뭉갤럼특 발동해서 신나서 속사포로 랩을 뱉었더라 하 지금 생각해도 난 개찐따같았어 ㅡㅡ

그러더니 그 아이가 풉 웃더니
" 아 만년필.. 맞구나! 만년필 멋있네요. 저도 언젠간 써보고 싶어요 " 하길래 이걸 어찌 모른척 할 수 있겠어 당장 열번이든지 백번이든지 쓰세요하고 나의 자랑스러운 로디아 노트와 프레피를 똭 뚜껑을 열어 주었지.

그러더니 이 아이가 그걸 휙 긋고는
" 우와 신기해요.. 근데 이거 왜 안나와요?ㅜ 설마아 제가 고장낸건가요!??? ㅠㅠ "

??? 그 아이가 쓰는내내 그 아이의 뽀얀 목에 시선이 가더라 필기하는걸 못본거야 그래서 오잉 뭐지하고 봤더니 닙을 거꾸로 놓고 쓰더라.. 문젠 닙이 휘었


..... 막 참수급은 아니고 원산폭격급이랄까
매부리처럼 살짝 휘었더라 차마 고장났다고는 못하고
" 아....,, 이거 잉크가 다 떨어져서 그래여 ^^ "
(표정은 못감춰서 존나 억울한 표정이었었나보다)

그러더니 그 아이가 내 표정이 너무 티가났는지
" 아.. 아니죠? 고장낸거 맞죠 ㅠㅠ 제가 바로 돈드릴게요 너무 죄송해요 어쩌죠.., " 그러더라

" 이거 얼마안해요 괜찮아요 "
(찐따같이말함. 좀 더 스윗하게 말할걸.. ㅠㅠ)

그러더니 갑자기 그 아이가 그 펜을 대신 챙기더니
" 제가 똑같은 걸로 두자루 사올게요!! 너무 미안해요 " 하고 계산한 바나나우유를 같이 주더라

똘망똘망한 눈으로 손으로 제스처 취하면서 걱정말라고 하는 그 아이 태도가 당당하면서도 죄송한 진심의 마음이 느껴지더라

난 고마운 마음에 " 한 자루만 사오셔도 돼요 " 라
했어 그러더니 그 아이가

" 두자루 사올테니 한자루는 저 가르쳐주세요. 네? 귀찮게안하고 수업료로 음료 쏠게요! " 하고 씩 웃더라

그리고 벙찐 모습을 하고 이만 그 아이와 인사하고 보냈다

어제 야간 알바하면서 있던 일인데
그 아이가 떠나고 순간 얼굴과 내 마음에 불이 화륵라더라.


결국은 내 프레피 훔쳐간거 맞지?
시발 경찰에게 고백각이냐???

참고로 난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