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교육 방송의 프로그램이다. 여덟 살 된 반려견이 있는 나도 즐겨 본다. 프로그램엔 하루 종일 짖거나 주인을 무는 개 등이 출연하는데, 이 '나쁜 개'들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그 이유를 찾고 따라간다. 곧 우리는 그 끝을 마주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거기엔 주인이 있다.

고장 난 만년필들 역시 이와 비슷하다. 만년필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잉크를 넣고 무심코 방치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미지근한 물에 반나절 담갔다가 잉크를 넣듯이 물을 넣고 빼는 것을 몇 번 해주면 된다. 만년필의 원리는 가느다란 틈을 따라 잉크가 나오는 것인데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그 틈이 막히기 때문이다. 만년필을 오래 쓰려면 자주 사용하여 펜촉 끝이 강아지 코처럼 촉촉해야 한다. 또 꽉 쥐고 꾹 눌러 쓰면 만년필 펜촉은 그 힘을 버틸 수 없다. 펜촉이 휘어지고 벌어지면 잉크가 끝으로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년필을 쓸 때엔 힘들이지 않고 방향만 바꾸어도 술술 잘 써진다. 반려견이 목줄을 팽팽하게 하여 억지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산책을 즐거워할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감당할 수 있는 개수와 아끼는 마음이다. 몇 년 전 한 초등학생이 내게 적절한 만년필 개수에 대해 물었다. 잠시 생각한 후에 "강아지 좋아하니?" 했더니 한 마리 키우고 있다고 했다. "좋아하면 한 열 마리 키우지?" 했더니 "그건 힘들어요" 한다. "바로 그거야. 만년필도 주인이 감당할 수 있는 개수가 있어. 중요한 것은 몇 천원짜리라도 아끼는 마음을 갖고 매일 써주는 거야. 그렇게 길이 나서 좋아진 필기감을 너 자신에게 선사하는 것이 만년필을 사용하는 진정한 즐거움이란다." 결국 명기와 명견을 만드는 것은 값과 혈통이 아니라 주인이다.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3420812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