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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기자 haeyeonchung5@gmail.com
발행2021-12-30 11:39:46 수정2021-12-30 11:39:46
13032933_APTOPIX_Israel_Palestinians_14492.jpg지난 10일, 이스라엘이 한 팔레스타인 시위자를 내리누르고 있다.ⓒ사진=뉴시스/AP

이스라엘이 포위한 작은 땅,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증오하는 것은 단지 종교적 대립이나 영토 분쟁만이 아니다. 이스라엘 건국의 정당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의 기사를 전한다.
원문: Why Israel Hates Gaza

영국 내무부는 지난 11월 24일 2000년 테러 방지법에 따라 팔레스타인 이슬람 세력인 하마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2001년부터 하마스의 군대를 테러단체 목록에 올렸고, 이번에 하마스의 군사조직과 정치조직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하마스를 완전히 금지한 것이다.

그런데 포위된 가자 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하마스다. 그러니 영국의 이번 조치로 팔레스타인 해안에 있는 이 창살 없는 감옥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는 분명히 더 악화될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를 알고도 이번 조치를 취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서방이 가자 지구에 대한 동정심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은 가자 지구에 대해 동정심은커녕 경멸감마저 가지고 있다. 영국은 가자 지구가 이례적인 억압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16035752_NISI20210513_0017448013.jpg2021년 5월 13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이 공습한 건물이 무너진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AP

이는 이스라엘이 지난 5월 11일 동안 가자 지구에 폭탄을 마구 떨어뜨릴 때 명백히 드러났다. 팔레스타인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약 250명이 목숨을 잃고 2,200여 채의 가옥이 파괴됐다고 한다. (물론 이스라엘 당국은 이 숫자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백악관은 3월 12일 발표문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벤야민 네타냐후 당시 이스라엘 총리에게 “나라와 국민을 방어할 이스라엘의 정당한 권리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흔들림없는 지지”를 보낸다고 전했다. 게다가 바이든은 이튿날 이스라엘이 ‘심각한 과민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입장 발표에는 가자 지구나 팔레스타인, 심지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스라엘의 5월 폭격 동안 실시된 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11%만 팔레스타인 편이었다. 민주당 지지자의 19%와 공화당 지지자의 3%만 팔레스타인 편이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이스라엘 국민의 절반은 이스라엘이 폭격을 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명확한 승자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고, 압도적인 다수가 가자 지구 폭격이 정당했으며 이스라엘이 더 오랫동안 폭격을 했어야 했다고 답변했다.

17064805_change_pal.jpg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2021년 5월 16일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잿더미가 된 한 건물에서 사망한 한 어린아이를 수습하고 있다.ⓒ뉴시스, AP통신

이스라엘 당국은 가자 지구가 어떤 낙인이 찍혔는지 유난히 잘 알고 이를 활용했다. 그리하여 예루살렘인근의 셰이크 자라의 팔레스타인 철거민의 5월 시위가 시작되자마자 철거가 아닌 시위가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주장했고, 가자 폭격 때에는 그 책임을 하마스에게 돌렸다. 그리고 곧바로 가자 지구 폭격을 ‘장벽의 수호자 작전’이라 명명하며 이를 정당화하고 철거 문제는 완전히 묻어 버렸다.

신기하리마치 시위를 촉발했던 팔레스타인의 영토, 주권 및 독립 국가를 가질 권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더 불편한 것은 이런 점에서 가자 지구가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자 지구 문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치의 구현이자 결과이다. 가자 지구는 1948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찬탈과 건국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를 매일매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실 나크바(대재앙) 이전에는 가자 지구가 영국위임통치령 남부의 한 지역에 불과했고 별개의 영토로 간주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건국과 동시에 70만의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하는 나크바를 자행하자 22~25만 명의 난민이 몰리면서 가자 지구가 현재의 정치적, 경제적 모습을 갖췄다. 가자 지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가 됐고, 인구의 대부분이 난민으로 구성된 사실상의 난민촌이 됐다.

13031702_palestine.jpg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도=나눔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