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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속해 있지 않은 사람이 없고 공간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집, 회사, 교실, 마을, 공원, 카페 등의 다양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행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가야 하는 공간도 있고 가고 싶은 공간, 가기 싫은 공간도 있겠지요.
가고 싶은 공간에는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 만나고 싶은 사람, 즐거운 일 중에서 한 가지 이상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페의 경우 잘 디자인된 공간이 주는 매력 그리고 분위기 있게 달콤한 차를 마신다는 즐거운 행위가 있을 겁니다.
일상적인 목공을 즐기는 아이들ⓒ필자 제공아이들에겐 교실과 학교가 무척 중요합니다.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학교는 학생들이 가고 싶은 공간이어야 한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어야 할 텐데 교실은 여전히 좁고 딱딱합니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환경부터 최고로 만들어주고 그들의 권리를 가꿔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어리다고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몸이 작다고 해서 책도 작은 것이 아닌데 책 한 권, 필통 하나 올려두면 꽉 차는 좁은 책상을 써야 합니다. 최소한의 크기로 지어진 교실과 딱딱한 의자에서 12년을 생활합니다. 좁다 보니 개인의 심리적 영역이 확보되지 않아서 육체적, 정서적 부딪힘이 자주 발생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좁은 공간 혹은 밀집된 공간의 단점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어른이라면 당장 바꾸었을 환경이겠죠.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은 하드웨어적인 요소이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관계적 요소이며, 즐거운 일은 행동적 요소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즐거운 일인 놀이를 많이 누리게 되니 관계가 좋아졌다는 것처럼 어느 한 요소의 발전은 다른 요소의 발전에도 자극을 줍니다.
특히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의 발전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교적 많이 경험했습니다. 학교 매점이 생김으로써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일상이 생겼고, 학부모에게는 학교에 머물 공간이 생겼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기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들이 교육활동의 동반자로 서 있는 곳은 그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작당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간이 있어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요즘 표현으로 ‘국룰’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와 선물ⓒ필자 제공학교 공방이 생기니 아이들에게는 목공, 어른들에게는 재봉틀이라는 새로운 일상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망치질을 해 보았고 도마를 만들어 선물하거나 마을 장터에서 판매해보기도 했으며, 어른들은 스스로 소품을 만드는 재미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마을의 과수농가에 기부한다며 앞치마를 50장이나 만드는 작업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 단지 마주치면 인사하는 피상적인 관계에서 재봉틀을 같이 배우는 동료적인 관계로 발전을 했습니다. 공통의 일상과 즐거운 취미를 공유하며 아이들 간의, 학부모와 교직원 간의 관계가 예전보다 향상되었다는 것은 공간의 발전이 가지고 온 또 다른 중요한 소득입니다.
변화를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공간입니다. 공간이 생기거나 바뀜으로 인해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들을 하고, 그런 행동의 날들이 쌓이면 의식도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입니다. 공간의 발전과 의식의 변화가 연결되려면 그 가운데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즉 행동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벌어질 어마어마한 교육 공간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우선 아동에 대해, 아동 권리에 대해, 마을과 학교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어떻게, 어떤 공간을 조성해야 행동과 삶이 향상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철학의 부재는 뼈아픈 현실로 다가옵니다. 자녀를 위한 집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교육계의 4대강 사업이 될지 모릅니다. 공간에도 철학과 정성이 담겨야 합니다. 그런 소망을 품으며 제 글을 닫고자 합니다. 뚝딱거렸던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만든 소품을 판매했던 장터ⓒ필자 제공이번 편으로 ‘강환욱의 뚝딱뚝딱 학교’를 마칩니다. 그간 따뜻한 학교와 아이들 이야기를 전해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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