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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술 기자 epoque@vop.co.kr
발행2021-12-21 14:48:51 수정2021-12-21 14:48:51
21020825_x9791190406123.jpg책 ‘반공자유주의’ⓒ필요한책

1980년대 대학가에선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이 벌어졌다. 북이라고 하면 머리에 뿔 달린 괴물 취급을 하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북을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한다고 외쳤던 시도였다.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고, 우리의 형제임을 알 수 있는 계기였다.

지금은 북을 머리에 뿔 달린 괴물이 사는 나라로 이해하는 수준에선 벗어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70년 넘게 이어진 분단체제와 이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좋은 것은 ‘나쁘게’,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것은 ‘가짜’로, 웃는 얼굴은 ‘위장 평화’라 여기도록 교육 받았다. 북의 행동과 문화와 사람에게서 철저하게 악마의 표식을 찾도록 교육 받아 왔다. “대동강맥주 맛이 좋다”, “북녘에 흐르는 강물이 깨끗하다”는 말조차도 북을 찬양하는 발언으로 매도하며 재미교포 신은미 씨를 추방시킨 게 불과 7년 전의 일이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지금도 알게 모르게 북을 이상한 집단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여전하다. 그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기 위한 상상력을 불온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고, 자유로운 이념적 논의조차 불가능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공격하고, 미래까지 빼앗고 있다.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가 쓴 신간 ‘반공자유주의’는 이 같이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거대한 유령을 고발하고 있다.

김동춘 교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본격적인 시작인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 사이에서 반공자유주의의 시작을 목도한다. 친일파가 광복 이후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차지하게 된 반공 이념은 짧은 시간 동안 자유주의의 명분을 달고 반공자유주의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이후 반공자유주의는 자유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동시에 그 권위를 흡수하여 권력의 심장으로 교묘하게 작동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독재 정권과 함께 국가를 구조화한 반공자유주의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신자유주의와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로 기능하게 되었다. 그것이 현재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게 김동춘 교수의 진단이다.

01033819_YJW_2033.jpg2017년 3월 1일 오후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제 15차 3.1절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육사 구국동지회 회원이 '종북좌파 척결' 깃발을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70여 년이 넘는 긴 역사동안, 반공자유주의의 틀 안에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다수의 대중이었다. 자유는 원래 해방을 뜻하지만, 우리나라를 지배한 반공자유주의의 ‘자유’는 민중의 행동과 사상의 자유가 아닌 권력을 독점한 자들의 자유에 한없이 가까웠고, 그 자유가 행사되기 위하여 수많은 피가 흘러야만 했다. 그 병적인 고통은 모습을 바꾼 반공자유주의를 따라 또 다른 형태로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김동춘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반공자유주의의 역사와 진화, 신자유주의의 도래로 인한 변화를 설명한다. 더불어 이제 곧 다가올 20대 대선과 지난 5년 간 민주 정부의 성취와 한계도 진단한다. 과연 역사상 초유의 촛불시위와 그를 통해 탄생한 민주 정부는 반공자유주의가 만든 자장 안에서 어떻게 기능했는가.

그를 가늠해 보는 김동춘 교수의 관점은 냉정하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당장 ‘공산주의’라는 단어는 30여 년 전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함께 그 힘을 잃었지만, 지금은 자신과 다른 정치 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수사로써 인터넷 곳곳에서 쓰이는 인기 있는 단어다. 이 광경이 촛불시위를 통한 적극적인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가 실현됐음에도 보이는 사회적 퇴행의 어떤 증거라면, 그 비극적 면모의 이유를 충분히 곱씹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퇴행을 넘어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김동춘 교수는 반공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한국의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에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그는 “반공자유주의 정치 지형의 변화는 한국 정치 사회 내부에서 기존의 양당과는 가치와 이념을 달리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출현하여 제도 정치권의 중요 변수가 될 경우, 기존의 정치적 문법과 완전히 결별한 청년 세대가 정치의 장에 의미있게 진입하는 경우, 남북간의 대립 관계가 평화적인 관계로 변해서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철폐되고 검찰과 공안 기관이 획기적으로 개혁될 경우, 그리고 학교 교육에서 일방적인 미국식 자유주의 이념이 아닌 사회적 민주주의, 그리고 노동, 여성, 환경 생태 등의 미래적 가치가 포함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