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프리카에 연간 151조원의 무역흑자를 내면서도 오히려 무관세 혜택을 확대하는 역설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경제적 실리보다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를 노린 전략으로 분석한다.


중국은 2026년 5월 1일부터 아프리카 53개국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전면 철폐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대만과 수교 중인 에스와티니만 제외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 조치가 아프리카 개발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협력의 상호 이익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최빈국 넘어 중진국까지 확대


중국은 그동안 자국과 수교한 아프리카 최빈개도국(LDC) 33개국에만 무관세 대우를 해왔다. 이번 조치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나이지리아, 이집트, 모로코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들도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됐다.


특히 카카오와 설탕, 수산물 등에 부과되던 최대 25% 관세가 사라진다. 중국은 선진국에는 상호 호혜 원칙을 적용하지만, 개발도상국에는 낮은 관세율을 유지하며 관계 강화에 치중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무관세 정책이 중국과 아프리카 간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5년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액은 2,250억 달러(약 333조원)에 달한 반면, 수입액은 1,230억 달러에 그쳤다. 아프리카는 중국에 1,020억 달러(약 151조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2008년부터 아프리카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아프리카가 광물이나 석유, 농산물 등을 별다른 가공 없이 수출하는 반면, 중국은 전자제품과 기계, 섬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아프리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무역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무역 불균형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 무역전쟁의 새 전장, 아프리카


중국의 저율·무관세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우회하고 글로벌 공급망 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다층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아프리카 관계 전문가는 “중국은 무역 전쟁으로 세계 국경이 닫히는 상황에서 자국 시장을 열어두는 무역 상대로 보이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조치라기보다는 외교적 제스처라는 해석이다.


미국도 중국 견제에 나섰다. 지난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2개국이 섬유 등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을 1년간 재연장했다


2025년 미국-아프리카 양자 무역액은 약 834억 달러로, 중국(3,150억 달러)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범아프리카경제은행(PAEB) CEO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아프리카가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및 자국 통화 결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가 미중 경쟁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