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왜 아직 어린 내가 이 병에 걸렸어야 했을까, 억울했다.
술 담배를 한 적도 없고, 매일 운동했고, 음식도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남들처럼 잘 살아보고 싶어서, 낮밤을 새며 공부하고, 열심히 노력만 하다 인생이 지나간 것만 같은데.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일만 하니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시련. 사실 그보다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 부모님이다.
우리 부모님은 이런 슬픔을 겪어야만 할 사람들이 아니다.
나와는 달리 이제 부모님은 몸도 마음도 약해지셨는데.
이젠 내가 부모님을 지켜야만 하는데.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우리에겐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살아갈 것이지만, 하지만 만약 내가 언젠가 삶을 끝내야한다고 할지라도,
모든 것을 정리할 시간을 준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하다.
이미 닥친 일에 슬퍼하고 싶지도 않고, 고통스러워 하고싶지도 않다.
모든 것은 운명이니까.
내게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전부다.
앞으로 내게 다가올 고통도, 슬픔도, 결국 어쩔 수 없이 내가 짊어져야할 것들일 뿐이다.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견뎌내고, 이겨낼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또 해야만 하는 것이니까.